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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허라’, ‘이어도 사나’ 물질의 고단함은 그렇게...[박상건 섬과 등대여행] <92>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20.07.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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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모슬포는 제주 남서쪽인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 있다. 모슬포항은 어선과 생선 손질에 여념이 없는 어민들의 분주함으로 생동하는 포구다. 펄떡펄떡 힘이 넘치는 활어, 툭 트인 바다 풍경과 어촌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모슬포에서 마라도, 가파도로 가는 여객선

모슬포는 제주올레 10코스 종점이자 11코스 시작점으로 산방산, 송악산, 용머리해안 등 해안절경에 둘러싸여 있다. 모슬포는 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 청보리 섬 가파도로 떠나는 여객선이 출항하는 항구다. 1971년 12월 21일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모슬포는 한 때 전남 목포까지 정기항로가 있었고 1918년에는 일본 오사카 항로도 취항했다. 당시 오사카 가는 배가 입항하는 날의 부두는 인산인해였다고 전한다.

모슬포 방파제등대

모슬포방파제등대는 여객선은 물론 어부들의 안전을 지키고 삶터인 바다를 밝혀주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2017년 기존 광원인 LED-200에서 더욱 불빛세기가 강력한 LED-300으로 교체했다. 또 동기점멸 시스템을 추가해 항해자가 쉽게 등대 불빛을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동기점멸식은 등대에 내장된 GPS 수신기의 시각정보를 통해 광원의 점멸주기를 공항의 활주로등처럼 동시에 점등시켜 밤바다에서 선명한 빛과 넓은 시야각, 높은 화질의 시인성을 향상시킨 시스템이다. 빛의 세기가 이전보다 훨씬 증가한 모슬포방파제등대는 기존 불빛 가시거리인 14㎞에서 20㎞까지 비출 수 있다.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삶은 어민들에게 등대는 삶의 동반자다. 모슬포 일대를 오가면서 해안 포구마다 볼 수 있는 낯선 문화유적이 있는데 도대불이다. 고기잡이 나간 배가 무사히 포구를 찾아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든 옛 등대다. 북촌리, 김녕리, 용담동 다끄내, 구엄리, 애월리, 두모리, 고산리 자구내, 보목리 포구에서 이런 제주도만의 역사적인 등대를 볼 수 있다.

방파제 등대와 옛 등대인 도대불

도대불은 현무암을 원뿔형으로 쌓아올려 둥글게 마무리한 윗부분에 불을 밝힌 어로신호, 즉 등대다. 돛대처럼 높은 대를 세워 불을 밝혔다고 해서 ‘돛대불’이라 부르다 도대불로 고쳐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등명대(燈明臺)라고도 부르는데 요즘 등대 불빛을 발광시키는 기구도 등명기라고 부른다. 도대불을 잠망등이라고도 불렀고 유리 상자 안에 있는 등을 조막등이라고 불렀다. 용기에 기름을 넣어 솜으로 만든 심지를 꽂아 등잔불처럼 지폈다. 기름은 송진, 상어 간에서 짠 기름, 고등어 등 각종 생선내장을 썩혀 끓여서 만든 생선기름을 사용했다.

모슬포라는 지명은 상모리와 하모리 등 강한 해풍으로 해안사구가 발달해 모슬개(모실개)로 불렸다. ‘모슬’은 모래의 제주방언 ‘모살’에서 변한 것이다. ‘개’는 포구를 뜻하는 ‘浦’로 한자음으로 표기해 모슬포라고 불렀다.

모슬포항 어선

모슬포항 방파제는 걷기에도 좋고 낚시터로도 좋다. 입질이 좋은 시기는 들물, 썰물 때다. 방파제 해저는 모래바닥이다. 그래서 참돔, 벵에돔, 자리돔, 농어, 부시리, 볼락, 한치가 많다. 모슬포 항을 벗어나면 참돔, 옥돔, 감성돔, 삼치, 우럭, 전갱이 등 어족이 풍부한 황금어장이 형성된다. 모슬포항은 연근해어업의 본거지인 어업전진기지다.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동중국해 일대 어선들까지 모여드는 피난항 역할을 한다.

모슬포사람들은 바람과 물살이 거세서 몹시 살기 힘들다는 뜻에서 ‘못살포’라고도 부르곤 했다. 이런 물살을 거스르며 사는 모슬포 방어는 최고 어종으로 손꼽는다. 방어어장은 10월부터 2월까지 모슬포 앞바다에서 마라도 해역까지 형성된다.

용머리해안 풍경(사진=서귀포시)

모슬포에는 자리돔이 많이 서식한다. 자리돔은 방어의 주된 먹이다. 식도락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통통 살이 오르고 쫄깃쫄깃 고소한 방어 맛 때문이다. 두툼한 지방층과 톡 쏘는 신 김치가 궁합이다. 모슬포항 주변에 방어회는 물론 토마토조림, 버터구이, 샤브샤브, 튀김, 산적 등 다양한 조리법을 선보이는 음식점이 많다. 방어는 원래 기름 많은 생선이어서 선조들은 식용 외에 고래와 함께 기름으로 자주 활용했고 조선시대부터 염장을 해서 찌개로 먹기도 했다.

해마다 11월이면 모슬포항에서는 ‘최남단 방어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노 젓기, 풍어제, 해녀물질, 방어 맨손잡기, 소라와 보말잡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데 제주 전통해양문화를 집약한 게 특징이다. 특히 노 젓기는 모슬포 어민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제주도 어업과 어민의 삶이 그대로 전승되는 민요가 해녀 노 젓는 소리, 멸치 후리는 소리, 떼배 젓는 소리, 자리 잡는 소리, 갈치 낚는 소리, 선유가 등이다.

이 중 제주인의 삶을 가장 함축하고 공감대를 넓혀온 민요가 ‘해녀 노 젓는 소리’. 이 민요는 해녀들이 바다로 물질하러 나갈 때 노를 저으며 부르던 노동요이자 물질 현장에서 고단함을 잊고자 함께 부르던 민요다.

해녀물질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에서 꺼이꺼이 살아가던 어민들은 그렇게 운명적으로 바다와 연결됐다. 나는 그 바닷가를 거닐면서 섬사람들의 애증의 그림자를 보았다. 나그네가 걷는 바닷길은 섬사람의 억척스런 뒤안길이며 푸른 파도며 갯바람도 섬사람들의 생동하는 역사임을 깨달았다. 그런저런 애정과 생각이 깊어지면서 철썩철썩 파도소리마다 해녀들이 노를 저으며 불렀던 민요 후렴구가 뇌리에 맴돌았다. ‘이어도 허라’, ‘이어도 사나’, ‘이어 싸’, ‘이여 싸나’, ‘어기 여차 휫’, ‘어기 여라’, ‘어기 여’....

터벅터벅 걷는 해안에서 석부작처럼 핀 선인장과 야생화를 만났다. 석부작이란 현무암 위에 뿌리내리며 자라나는 풍란과 야생화 등을 예술품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초록의 생명이 구멍에 고인 물기를 머금어 뿌리내리는데 그 강인한 생명력이 신비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바다 야생화 세불석위

모슬포 앞바다에 용머리해안이 보인다. 산방산 줄기가 해안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마치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그리 부른다. 수 천 만년 동안 층층이 쌓인 사암층 암벽이 조각품 같다. 긴 세월 파도가 철썩이며 깎아 만든 해안동굴과 절벽의 신기한 무늬들은 거대한 자연 조각상이다. 이 해안 풍경은 CF와 영화로도 방영된 바 있다.

파도가 만든 해식애와 평탄한 파식대 해안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용머리해안을 탐방할 수 있다. 해안가를 걷다 보면 해녀들이 펴놓은 해산물 좌판을 만난다. 싱싱한 해산물과 낮은 곳에서 철썩이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여행코스다.

맞은 편 상모1리 송악산은 다른 기생화산과 달리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모였다. 99개의 작은 봉우리가 모였다 해서 ‘99봉’이라고도 부른다. 해발 180m 주봉에 둘레 500m, 깊이 80m의 분화구가 있다. 그 안에는 지금도 검붉은 화산재가 남아있다. 송악산 분화구는 세계 유례가 드문 이중분화구. 1차 폭발로 형성된 제1분화구 안에 2차 폭발이 일어나 2개의 분화구가 존재하는 화산지형이다.

송악산 서북쪽으로는 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제주올레 10코스에 해당하는데 방목한 말을 만날 수 있다. 송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해안절경이 일품이다. 최남단 섬 마라도, 그 앞 가파도, 용머리해안, 형제섬, 한라산도 보인다. 해안 절벽에는 일제 때 일본군이 제주 사람들을 동원해 뚫은 동굴이 있다.

지친 발길을 잠시 멈추고 바다가 바라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면 모슬포 무릉리 해안도로에 ‘바당 미술관’이 있다. 전업 작가들의 상설 전시관으로 커피 한잔 마시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관장은 서울서 직장생활 하다가 내려와 화가인 아내와 함께 이제는 모슬포 사람으로서 저 바다, 저 섬들과 호흡하며 살고 있다.

문의: 모슬포 여객터미널(064-794-5490)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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