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선수 동료들, 추가 피해 폭로...관련자들은 혐의 부인

故 최숙현 선수 동료들, 추가 피해 폭로...관련자들은 혐의 부인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0.07.06 15:02
  • 수정 2020.07.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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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최정서 기자] 故(고) 최숙현 선수의 경주시청 동료들이 용기를 내 '고인이 당했던 폭행'을 증언하고 자신들이 겪은 폭행도 폭로했다.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은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두 선수는 담담한 목소리로 준비한 글을 읽었다. 두 선수는 "저희는 고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생활을 한 동료 선수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감독은 숙현이 언니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주장 선수도 숙현이 언니와 우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녹취 파일에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던 주장 선수의 폭행, 폭언 사례를 증언했다. 두 선수는 "가혹행위는 감독과 팀닥터만 한 게 아니다. 주장 선수는 선수들을 항상 이간질하고, 폭행과 폭언했다.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24시간 주장의 폭력과 폭언에 노출됐다.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감시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례에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두 선수는 "둘은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다른 선수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막았다.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했다"며 "숙현이 언니가 팀닥터에 맞고 나서, 휴대전화를 보며 울 때도 '쇼하는 것, 뒤에서 헛짓거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추가 피해자는 "주장 선수는 내가 잠이 들자,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내 모바일 메신저를 읽었다"고 전했다.

감독의 폭행과 팀닥터의 성추행 문제도 제기했다. 그동안 행해졌던 부조리를 증언하기도 했다. 2016년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한 행위,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한 행위, 2019년 3월 복숭아를 먹었다고 감독과 팀 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은 장면 등을 밝혔다. 두 선수는 "경주시청에서 뛰는 동안 한 달에 열흘 이상 폭행당했다"고 자신들도 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팀닥터라고 부른 치료사가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속이고,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팀닥터는 '최숙현을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팀닥터의 추가 혐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언니와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둘은 경주시청을 떠나 다른 팀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팀을 떠난 뒤에도 그들의 그림자는 계속됐다. 두 선수는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이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을 더 보탤 수 없다고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며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고 수사 기관의 모습을 지적하기도 했다.

故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폭언한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과 선수 2명 등 3인방이 국회에서 관련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들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상임위에 출석한 남자 선수 B씨를 포함해 경주시청 감독, 선수 3명을 향해 “고인에게 사죄할 마음이 없느냐”고 다시 묻자 김 감독과 A 선수는 “마음이 아프지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임오경 의원이 “고 최숙현 선수가 무차별로 맞을 때 대체 뭘 했느냐”고 묻자 김규봉 감독은 “폭행한 적이 없고, 선수가 맞는 소리를 듣고 팀 닥터를 말렸다”며 공개된 녹취록과 선수들 추가 피해 증언까지 상당 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의원들은 정체불명의 ‘팀 닥터’로 불린 안주현 씨의 정보를 체육회와 문체부가 전혀 입수하지 못한 점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문체부와 체육회를 겨냥한 뒤 “지금은 조사가 아니라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며,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검찰에 수사 요청해야 한다”고 질의했다.

박양우 장관은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과 선수들,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조사는 물론 기존 시스템의 작동 문제를 확인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기흥 체육회장도 “참담한 심정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지도자들을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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