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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불신 지옥' 언론과 '해장국 저널리즘'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0.07.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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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에서도 4년째 최하위를 기록했다.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40개국 중 신뢰도가 21%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도 22%로 최하위였다. 연구소는 한국 상황에 대해 “종이신문의 독자는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코로나19의 여파로 더욱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중적이며 영향력 있는 신문들은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매체별 뉴스신뢰도는 JTBC가 54%로 1위였다. 이어 MBC(53%) 2위, YTN(51%) 3위, KBS( 50%) 4위, SBS(49%) 5위 순이었다. 불신도에서는 조선일보가 42%로 1위를 기록했다. TV조선(41%) 2위, 중앙일보(36%) 3위, 동아일보(35%) 4위, 채널A(34%) 5위로 이어졌다. 오프라인 톱브랜드는 KBS >JTBC >MBC >YTN >SBS 순서였다. 온라인 톱브랜드 순위는 네이버 >다음 >KBS >JTBC >YTN이었다. 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력을 받아 국내 뉴스이용자 2304명을 대상으로 올해 1월말부터 2월초까지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보도들에 기인한다. 부정확한 보도는 개인에 치명적 상처를 입혀 ‘인격 살인’에 이르기도 한다. ‘조국 사태’나 ‘정의연 사태’와 관련된 보도를 보더라도 그렇다. 언론들이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들어 엄청난 헐뜯기 보도를 내보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관한 보도들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감염병 관련 부정확한 보도는 방역에 훼방을 놓아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을 크게 해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부정확한 정보가 전염병처럼 빠르게 전파되는 인포데믹(Infodemic)이 그것이다.
최근 한 토론회(언론재단·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웹포지움)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인포데믹 사례를 꼽았다. 신인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통협력과장은 3월초 대구지역에서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그만뒀다는 보도와 마스크공급 문제를 다루면서 우왕좌왕했던 보도, 중국 눈치를 보다가 입국제한 조치를 하지 못해 방역에 실패했다는 보도, 총선이 다가오자 코로나검사를 축소했다는 보도가 특히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신과장은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허위정보는 치명적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인포데믹은 ‘방역 훼방꾼’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이 집단 사직했다는 보도는 오보였다. 퇴직 예정이었던 간호사들이 후임이 올 때까지 근무를 연장하기도 했으며, 3월2일 투입 준비중이었던 간호사가 590명, 간호조무사 273명, 간호사협회 모집인원이 500여명이어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러한 보도가 나왔을까. 신 과장은 “코로나19 방어를 위해 최일선에서 싸우는 분들을 깎아내리는 보도였다”고 지적했다.
마스크공급 보도는 한마디로 ‘우왕좌왕’했다. 한 신문은 공적 마스크 제도를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는데 같은 날 다른 지면에 마스크 배급제를 실시한 타이완에 대해 ‘마스크 대란 대만은 어떻게 해결했나, 모범사례로 떠올라’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신과장은 “언론의 자기부정”이라고 꼬집었다. 2월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 직후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개를 보냈다’는 기사에 대해서는 “중국 유학생 모임이 자발적 모금을 통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눈치 보다가 한국이 세계 호구됐다’는 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 과장은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한 많은 나라보다 한국이 바이러스 발생률과 사망률이 낮게 관리됐고 입국금지 대상 대부분은 한국 국민이거나 재외동포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언론이 비판할 동안 외신은 한국방역을 칭찬했다”고 말했다. 4.15총선이 다가오자 ‘코로나 검사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보도도 나왔다. 의혹제기 의사가 속한 병원도 “예정대로 모두 검사한다”고 말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의협이 검사거부 사례를 수집해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인포데믹은 주류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1인 미디어로 널리 이용되는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는 허위정보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앞선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서도 한국에서 허위정보가 가장 우려되는 온라인 플랫폼은 유튜브가 31%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페이스북이 10%, 카카오톡이 7%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트위터가 32%로 1위, 미국은 페이스북이 35%로 1위, 브라질에서는 왓츠앱이 35%로 1위였다. 유튜브는 물론, 소셜미디어가 허위정보를 전파시키는 매체로 부상한 것이다.
한국언론이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갈수록 심해지는 정파적 대립을 대하는 매체의 경향성이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파적 입장에 따라 사실을 선별적으로 취사선택하고 자의적 편집을 통해 정파적 입장을 내세운다. 게다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언론에 가하는 압력과 간섭은 은밀하고 집요해졌다. 뉴스 이용자들도 매체의 정파적 경향성에 매우 민감하다. 이른바 ‘진영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 관점이 다르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결과도 이를 반영한다. 한국파트너인 언론재단의 ‘편향적 뉴스이용과 언론신뢰 하락’(이소은·박아란 선임연구위원) 보고서는 “뉴스에 대한 신뢰하락은 이용자의 뉴스이용 편향성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이용자 비중이 44%(평균 28%)에 달했다. 조사대상 40개국 중 터키(55%) 멕시코(48%) 필리핀(46%) 다음으로 4위에 올랐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정치성향이 뚜렷하고 정치관심도가 높은 이들에게서 도드라졌다.
보고서는 “저널리즘 자체의 품질보다는 사람들이 언론기관에 만족하지 않거나 언론이 전달하는 뉴스의 관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뉴스에 대한 신뢰하락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언론신뢰가 언론책임만으로 해결될 수만은 없다는 문제인식이다. 강준만 전북대교수가 제시한 ‘해장국 저널리즘’과도 맥이 닿아 있다. 강교수는 “수용자들이 모든 기자를 기레기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인정하는 논객의 주장이 노출되는 매체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누가 속을 후련하게 해주느냐에 따라 참언론인이 결정된다.” 그는 이를 ‘공정개념의 해장국화’로 규정했다.  
수용자들의 이러한 성향은 언론이 조장해온 측면도 크다. 강 교수는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강하다는 부정성 편향이 뉴스의 숙명이었고, 이게 부메랑이 되어 언론신뢰도 추락의 이유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예외 일탈 무질서 불협화음에 대한 보도를 사명으로 삼아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양극단 유권자 동원전략과 양극단의 영향력이 과잉 대표된 점도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언론이 거대양당의 극단적 목소리에 편승해 정치적 상업적 이해관계를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강교수는 “언론이 수동적 진영논리 방식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는 능동적 소통화합 의제제시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파성을 초월한 공공적 솔루션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학계도 조건반사적으로 언론을 응징하는 심판관이자 도덕교사 역할에서 벗어나 소통과 화합을 언론학자들이 진작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언론학이 미디어에만 초점을 맞추고 사회는 짙은 어둠 속에 놔둔다면 언론학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결책은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지적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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