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정당한 등록금반환 요구… 해결 방안은?

<김주언 칼럼> 정당한 등록금반환 요구… 해결 방안은?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06.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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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강의를 받는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대학생들은 실험실습이 불가능하고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며 등록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해왔다. 시위에 나선 대학생은 혈서를 쓰기도 했다. 2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등록금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등록금을 깎아 반환해준 대학도 나왔다. 정치권은 대학생들의 요구에 공감한다. 지원방식에 온도차가 있을 뿐이다. 반면 정부는 “직접지원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등록금반환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등록금 문제는 온라인 개강과 동시에 터져 나왔다. 대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만족하지 못한다. 실험실습은 물론, 도서관 등 학교시설도 이용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은 것이다. 전국대학 학생회 네트워크의 조사(4월13~20일 6,261명 대상)에서도 나타난다. 온라인수업에 참여한 응답자는 75.4%였으나 만족도는 6.8%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수업의 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실험실습 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학생들의 주장에 공감한다.  사이버대학의 등록금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등록금을 일부 반환한 대학도 나왔다. 건국대는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등록금 심의소위원회에서 2학기 등록금 감액을 결정했다. 건국대는 앞으로 추가 논의를 거쳐 감액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미 지불한 1학기 등록금에서 감액분을 되돌려주는 방식이 아닌 2학기 등록금에서 깎아주는 방식이다. 대구 일부 대학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특별장학금을 지급한 적은 있지만 학습권 침해를 보상하기 위해 등록금을 깎아 주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 3차추경 편성과정에서 교육부는 등록금반환 관련 예산으로 1900억여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대학 등록금반환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고 정부지원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민간부문과 비교해 피해를 덜 입은 영역이므로 대학 스스로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틀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등록금 반환은 대학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급기야 정세균 총리가 나섰다. 정총리는 대학생들과 만난 뒤 교육부에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이어 정치권은 등록금 반환에 공감을 표시했다. 민주당은 물론, 통합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도 마찬가지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3차추경에 등록금관련 예산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사이버대 등록금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이버대 등록금은 일반대학의 3분의1수준이다. 정의당은 국가와 대학이 절반씩 부담해 국공립대는 1인당 평균 84만원, 사립대 112만원, 전문대 83만원을 돌려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재난으로 정상교육을 제공받지 못할 경우 정부가 등록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법안도 발의됐다. 윤두현 통합당 의원은 재난안전법의 피해주민지원 조항에 ‘대학생의 학자금 면제 또는 감면’ 규정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학등록금 규칙에는 천재지변 등을 대학등록금 면제나 감액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감염병 발생은 해당되지 않는다. 등록금반환 예산의 추경안 편성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발의됐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 16명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등록금 반환도 재난지원금처럼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 것인가. 당사자인 대학생들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도 직접지원보다는 대학을 통한 간접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하면 “정부가 세금으로 등록금을 환불해줬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 문제를 제기하는 대학생들은 “대학이 돌려줘야 할 것을 정부가 세금으로 돌려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과 정부도 전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재난지원금과 등록금 환불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가재정 투입을 통한 직접 현금지급 방식은 어렵다”는 방침을 정했다. “등록금은 대학과 개인 간의 계약에 의해 주고받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긴 어렵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대학의 자구책 마련이 전제된다면, 정부도 대학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간접지원이 가능할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이 선제적으로 방안을 마련한다면 국가가 일부 보조하겠다는 것이 당의 원칙이라는 뜻이다. 긴급재난지원금처럼 대학생 모두에게 조건없이 국가재정을 투입할 문제는 아니라는 취지이다.
정부와 대학은 특별장학금처럼 학생들에게 간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교육기자재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8000억원 규모의 대학혁신 지원사업비의 용도제한을 풀어 재정여력을 확보한 대학이 특별장학금으로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수행하는 대학은 60~70%에 그친다. 더구나 “대학이 정부에만 기대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대학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는 간접지원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학지원예산을 증액하는 방식은 검토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등록금반환 운동은 10여년전 한국사회를 들썩였던 ‘반값 등록금’ 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 2011년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촛불집회를 통해 반정부시위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가 반값등록금 공약을 지키라며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도 동참해 반값등록금 문제는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실제로 당시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몰두하고 휴학하거나 군에 입대했다. 등록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람들도 7만명이 넘었다. 물가인상률을 웃도는 등록금 때문이었다.
반면 거액의 등록금을 받는 대학들은 무려 10조원이나 되는 현금을 적립금으로 쌓아놓고 있었다. 대학의 부실재정과 과도한 적립금, 이에 따른 과다한 등록금 책정이 사회문제로 비화한 것이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감사원을 동원해 사학에 대한 대대적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예비조사에서 불필요한 지출예산을 줄이고 등록금 이외의 수입원을 늘리면 등록금의 32.4%를 줄일 수 있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을 통한 정원감축과 국가장학금 도입 등으로 사태를 무마했다.
대학등록금은 국가장학금이 도입된 이후에도 크게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난 대학도 많다. 10여년이 지난 뒤에도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은 등골이 빠질 지경이다. “비싼 등록금의 근거가 되었던 수익자부담 원칙과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대학운영에 대해 쌓인 불만이 코로나19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 전에 대학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고 수익자부담으로 등록금을 책정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분담하는 장기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여야 모두 대학 등록금 지원에 뜻을 모으고 있지만 추경편성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아직도 예산심사를 맡을 국회 예결위 구성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조만간 원구성이 마무리돼 추경편성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다만 대학의 자구책 마련과 2학기 등록금 인하, 등록금 분납 등 대학생들과 학부모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다만 원격교육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에 대한 보상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등록금 문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이기 때문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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