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최정서 기자] 프로농구에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된다. KBL 각 구단들은 자율 의지에 따라서 일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변화의 시발점이 될 아시아쿼터를 두고 긍정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KBL은 27일 이사회를 통해 2020-2021시즌부터 국내 프로농구 경쟁력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 선수 육성 및 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아시아쿼터 제도'를 일본(B-리그) 대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각 구단은 일본 선수(귀화, 이중국적, 혼혈선수 제외) 대상이며 구단 자율 영입으로 진행된다. 각 팀은 1명씩 보유할 수 있으며 출전은 국내선수 기준이다. 또한, 국내선수 샐러리캡 및 정원에 포함된다. 또한, 앞으로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도 가능해졌다.
아시아쿼터에 대한 논의는 1년 전부터 이뤄졌다. 지난해 4월 19일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열린 인천삼산체육관에 KBL 이정대 총재와 B-리그 오오카와 마사아키 총재의 만남이 이뤄졌고 이때부터 아시아쿼터에 대한 대화의 창이 열렸다. 이후 이정대 총재가 B-리그 플레이오프 때 일본을 방문, 협약식을 체결하며 아시아쿼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아시아쿼터의 도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과 일본의 농구 시장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양국을 오가며 경기를 뛰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도 바라볼 수 있다. 일본에서 수준급 선수들이 한국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KBL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NBA에 도전하고 있는 하치무라 루이나 와타나베 유타와 같은 선수들이 올 수는 없지만, 일본 최고 스타 가드인 토가시 유키와 같은 선수들의 이동 가능성도 있다.
일본 선수들이 한국으로 향하면 자연스럽게 마케팅적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모기업의 투자에 의존해 자생력이 부족한 KBL 구단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마케팅적 요소의 추가는 건강한 구단 운영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장이 된다. 중계권 사업도 가능해질 수 있다. 가치가 높지 않았던 KBL의 중계권이 빛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선수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KBL 진출 만이 유일한 수단이었던 선수들에게 일본 진출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 아시아쿼터 제도 발표 후 대학들이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 태도다. B-리그에는 1부리그부터 3부까지 존재해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환경은 충분하다. 실제로 아시아쿼터가 발표되면서 B-리그 팀들은 KBL 은퇴선수를 중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다만, 시기상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한일 농구 교류를 통해 장기적인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한일 농구계에도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하는데 있어 장기적인 관점만 바라볼 수 없는 법.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다. 아시아쿼터 제도를 이용해 일본선수를 영입 의지를 보인 KBL 구단은 소수에 불과하다.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원주 DB가 이상범 감독의 제자였던 나카무라 다이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지방 A 구단에서 협의 중이라는 사실만 전해지고 있는 상황. 일본 선수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아시아쿼터 제도가 발표된 27일은 이미 2020년 KBL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막을 내려 각 팀이 어느정도 전력을 갖춘 상태라는 것. 일본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샐러리캡의 여유분을 고려해야 하는데 즉시 전력감을 영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구단들이 상당수다. B-리그에서 뛰는 주축 일본 선수들의 경우 이미 계약이 연장된 경우가 많아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고. 일본에 정통한 한 농구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샐러리캡이 없기 때문에 선수를 추가로 영입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한 비용만큼 마케팅 효과를 당장에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본 선수가 활약해야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른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적응 문제도 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있는 선택을 구단이 할 지도 의문이다. 일본은 클럽 라이센스 제도를 도입 , 경영수지도 평가 항목에 들어가기 때문에 각 구단이 마케팅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 그들에게 한국 선수의 영입은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한일 농구 경쟁력 강화라는 이상적인 목표 외에도 구단들은 경제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각 구단들이 아시아쿼터 제도에 대한 준비가 당장에 얼마나 되어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로 양국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장기적인 효과 만큼은 기대해볼만 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일본에 정통한 농구 관계자는 "당장에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양국에 선수들이 뛰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선수들이 뛰면 한일 농구 교류는 본격적인 시작이다. 시대가 변하면 충돌이 올 수 있다. 그래도 아시아쿼터의 도입으로 한일 농구 경쟁력이 더 올라면 좋겠다. "고 강조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단기적인 효과와 장기적인 발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모두의 숙제가 됐다. 한국과 일본의 농구 교류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