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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바다에서 물결치며 가는 삶의 길을 배우다[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86) 충남 보령시 웅천읍 무창포・석대도
  •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20.05.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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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폭풍주의보가 내렸다. 삭풍처럼 무창포 앞 바다가 회오리쳤다. 어민들은 정박한 배들을 마을 안쪽 포구로 되돌리고 있었다.

파도가 솟구치는 광활한 바다에서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파스칼은 이런 자연을 ‘실존’이라고 명명했다. 거대한 바다 앞에서 한 줌의 인간은 침묵할 수밖에. 파도가 파도끼리, 바람이 파도와 부딪치며 쏟아지는 물보라는 이방인을 흠뻑 적셨다.

무창포 방파제 등대
무창포 포구 닻

문득, 저만치 방파제 끝자락에서 두 눈을 깜빡거리는 빨간 등대가 그런 이방인을 응시했다. 이 안개바다를 밝히기 위해 등대도 물보라를 뒤집어쓴 채로 불빛을 꺼뜨리지 않은 채 서있었다. 매서운 이 바다에서 등대는 영원한 파수꾼이다.

무창포는 대천해수욕장 남쪽으로 10km 지점에 있다. 정확한 주소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 열린바다1길 10이다. 무창(武昌)이라는 말은 갓굴 서쪽에 있는 마을 이름. 조선시대에는 창고가 있어 병사들의 식량을 보관했던 곳이다. 무창포는 무창 갯가에 있는 포구라는 뜻이다. 모세 기적의 진원지인 석대도(石臺島)는 돌로 좌대가 놓인 것같이 생겼다 해서 그리 부른다.

무창포해수욕장은 1928년에 서해안 해수욕장 중에서 제일 먼저 문을 열었다. 백사장의 길이 1.5km, 수심 1~2m이다. 매월 사리 때면 무창포 해수욕장과 석대도 사이 바다가 갈라진다. 이를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며 여행명소로 부상했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남서해안에서 이러한 바다 갈라짐이 나타는데 전문용어로 해할(海割)이라고 한다. 퇴적으로 쌓인 모래톱이 높아진 탓에 썰물 때 드러나는 해저가 드러나는 현상이다. 진도군 모도(띠섬) 사이 바다는 해마다 음력 3월 보름을 지난 대사리 때 바닷길이 드러난다. 영광 상하낙월도, 완도 노화도와 노록도, 여수 사도, 변산반도 하섬, 화성 제부도 등이 대표적이다.

무창포 석대도
무창포 펜션

무창포 앞 석대도와 흑섬 사이로 넘어가는 낙조는 보령 8경으로써 무창포 최대비경을 자랑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2월 ‘이달의 등대’로 ‘무창포항 방파제등대’를 선정했다. 이 등대는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안전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은 물론, 노을에 젖은 무창포항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준다.

거센 바람 속을 뚫고 방파제로 더 까까이 승용차를 돌렸다. 포말이 부서지는 등대를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 댔다. 승용차를 방파제 등대 앞까지 접근했다. 그 순간, 승용차가 뒤뚱거렸다. 시동은 꺼지지 파도에 휩쓸리는구나 싶었다. 순간, 넋이 나갔고 얼마 후 해양경찰들의 도움으로 승용차는 방파제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갯바람과 파도가 덮친 방파제 뒤안길은 여전히 파도의 위력이 생생했다.

그랬다. 인간은 갈대처럼 연약했다. 방파제 위로 반동하며 솟구치는 파도의 힘, 그 원천은 무엇일까? 자연의 위대함이리라. 자연 앞에 매사 겸허히 살라는 기호이다. 높은 산도 굽어 내려가고, 계곡 물줄기도 구불구불 등 굽어서 곡선으로 휘돌아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 강물이 되고 바다에 이르는 것처럼, 나지막한 마음으로 길을 걸어가라는 기호이리라. 나는 이 바다에서 물결치며 가는 삶의 길을 읽었다.

바다에는 그런 삶의 상징 기표들이 무한하게 파도친다. 그러니 번뇌와 고뇌가 가득한 날에는 무작정 바다로 떠나자. 이녁의 속울음까지 파도가 부서지고 아우성쳐주는 바다로 가자. 그런 바다는 우리네 삶의 탈출구다. 그 부서짐의 미학 앞에서 인간과 자연을 관조하는 일이 여행의 묘미이고 가치다. 그렇게 아무 일 없는 듯 이 바다를 비추는 저 등대는 모성애의 상징이다.

파도는 부서지고 나부끼는 것만은 아니다

울고 웃는 아우성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쁠 때는 가슴 낮춘 은빛물결

슬플 때는 목청껏 해원의 노래를 부른다

한살매 부서지고 온몸 던지는 한 물결을 보면

세찬 바람소리 탈곡하다가도

평화의 성전 앞에서 엎드릴 줄 알고

떠나야 할 때 떠날 줄을 안다

오늘도 파도는 철썩철썩 청사(靑史)를 채찍질한다

-(박상건의 시집 ‘포구의 아침’에서)

한동안 바닷가에서 파도소리에 빠져 있다가 해변 끄트머리 길거리 시장으로 향했다. 할머니들이 생선과 조개, 쑥갓 등 팔고 있었다. 파라솔로 바람을 막고 노상 횟집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들 굴곡진 인생살이만큼 해풍은 파라솔을 흔들어댔다. 그 풍경이 괜스레 슬퍼지는 순간, 다시 파도는 슬픔의 주름살을 백사장에 풀어헤치며 스러져 갔다.

육지와 연결된 석대도에서 낚시꾼과 물 좋은 회를 파는 아낙들 풍경이 보였다. 무창포 앞바다에서는 감성돔이 잘 잡힌다. 청갯지렁이를 사용하면 씨알 좋은 우럭이나 놀래미를 많이 낚을 수 있다. 농어, 학꽁치, 보구치(백조기)도 잘 잡힌다. 이런 손맛 때문에 무창포에 며칠씩 묵으며 원투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흑도와 석대도
무창포 해변

해수욕장에서 석대도로 가는 길은 고불고불 곡선의 길이다. 그 길을 갯강, 뻘강, 수로라고 부른다. 갑자기 바닷길이 갈라지면서 무장 해제된 각종 해산물을 여기저기 널리면서 누구나 손쉽게 채취할 수 있다.

주로 바지락, 소라, 고동, 대합, 골뱅이, 석굴, 해삼, 낙지, 주꾸미, 꼴뚜기, 미역, 파래, 꽃게, 우럭, 장어 등이다. 바다의 생태박물관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직접 만져 보고 대치고 삶아서 술안주로 또는 가족단위로 옹기종기 모여 즐거운 먹거리 잔치를 벌일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리는 정월 대보름날에는 바닷길 행진과 대보름축제가 열린다. 백사장 특설무대에서 민속놀이가 펼쳐진다. 즉석 굴구이, 붕어찜, 배오징어회 등 각종 바다음식 및 별미들을 선보이고 주꾸미 축제도 열린다.

무창포에 민박, 아영장, 팬션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이국적 분위기의 팬션에는 욕실 주방 가스버너 냉장고 에어컨 TV 등이 갖춰져 있고 취사도구만 준비하면 된다. 봄이나 가을철이면 대학생들이 엠티 장소로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무창포는 연계 여행코스로도 좋다. 인근에 죽도 남포방조제, 대천해수욕장, 부사방조제, 춘장대해수욕장, 마량포 해돋이마을, 원시도, 삽시도, 장고도, 영목항, 안면도 등이 있다.

무창포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이용해 무창포 IC에서 무창포 해수욕장까지 1.5km 거리다. 서해안고속도로 대천IC(36번 국도-대천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 입구(607지방도), 남포방조제를 타고 무창포해수욕장으로 오는 길도 있다. 문의: 무창포해수욕장(041-936-3561)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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