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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판사출신 3인방’의 법관탄핵 공약 이뤄질까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0.05.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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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법관을 탄핵해 사법농단의 과거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이탄희 당선인) “법관이라도 잘못하면 탄핵징계를 받는 것이 촛불혁명의 정신이자 국민의 상식이다.”(이수진 당선인) “선출되지 않았음에도 견제받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법조인들에 의한 사법과잉 시대를 끝내야 한다.”(최기상 당선인) 21대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한 판사출신 3인방의 말이다. 모두 민주당 소속인 이들은 비위법관의 탄핵을 주장했다. 과연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법관탄핵이 이뤄질 수 있을까.
판사출신 3인방은 모두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이 깊다. 이탄희 전 판사는 사법농단 의혹을 처음 폭로한 내부고발자이다. 이수진 전 판사는 이와 관련된 강제징용 판결 지연의혹을 증언했다. 최기상 전 판사는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으로서 사법농단 가담 법관들에 대한 징계와 탄핵을 주장했다. 사법농단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이들은 법복을 벗고 국회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들의 출마선언과 정책공약에는 사법개혁이 중요의제로 들어가 있다. 이중에서도 비위법관 탄핵은 1호 공약이다. 

법관은 직무상 중대한 실책이나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받더라도 ‘1년 이하 정직’이 최고 제재이다. 따라서 탄핵은 현행법상 법관의 신분을 박탈하고 징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사법역사상 법관이 탄핵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다. 실책이나 명백한 잘못이 있어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용인돼온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탄핵이 가능해졌다. 재적의원 3분의1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 헌재가 파면여부를 결정한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1심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 판사들에게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면서 국회가 탄핵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게다가 기소된 뒤 재판에서 배제됐던 법관들이 재판을 맡았다. 피고인이면서 재판도 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법원은 최근 성창호 신광렬 조의연 판사에 이어 임성근판사까지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판사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엄청난 사건이 ‘태산명동서일필’이 된 셈이다. 
재판부는 임성근판사에 대한 판결에서 재판개입 행위가 ‘법관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라면서도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산케이신문 지국장의 세월호 7시간’ 보도관련 재판개입에 대해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이는 ‘법관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업무에 관한 직무감독권이 없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헌적 행위이지만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이다.  
신광렬판사 등 3인에 대한 판결도 비슷하다. 재판부는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법원행정처에 전달된 검찰수사 정보가 ‘공무상 비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또한 법원행정처가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검찰압박 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현직법관의 비리관련 수사정보를 영장판사가 법원행정처로 유출했지만 이미 여러 경로로 전달돼 죄가 되지 않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재판부는 어이없게도 세 법관의 행동을 “법원불신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법행정 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었던 일”로 판단했다.
1심 무죄판결 직후 대법원은 이들이 재판을 맡도록 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을 법관이 재판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 사법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법연구를 명령했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판사들이 법복을 입고 다른 재판을 맡는 괴이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무죄를 받았으나 공소사실은 대부분 인정돼 징계여부를 논의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마저 그대로 넘어갔다. 사법농단에 대한 반성은 형사절차에 떠넘기고 법원은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제 한국은 ‘위헌법관’이 재판을 담당하는 ‘위헌법관 보유국’이 됐다. 사법농단에 대한 ‘셀프면죄부’로 사법개혁은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인가. 사법불신은 바이러스처럼 더욱 널리 퍼져나가게 됐다. 시민사회는 “국회가 하루빨리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의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기자회견) 시국회의는 “헌법을 위반한 법관이 재판을 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며 “국회가 바로 법관 탄핵에 착수해 국민에게 도리를 다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총선이후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나섰다. 민주인권평화를 실천하는 긴급조치사람들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권 대법관 등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발의, 사법농단연루 판사들의 재판배제를 요구했다. 긴급조치사람들은 민주개혁진영의 총선승리로 “사법적폐 청산과 사법개혁 재추진 계기가 마련됐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이들은 탄핵대상자로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권순일 대법관을 지목했다. 권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됐지만, 기소는 물론 징계도 피해간 ‘법원의 심장’이라는 것이다.
권대법관은 2015년 3월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청구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므로 민사상 불법행위가 아니다“며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긴급조치는 위헌이지만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이 아니므로 배상책임이 없다는 궤변인 셈이다. 이에 따라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은 한 푼도 배상 받지 못했다. 당시 양 대법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5,000억원의 국고를 절약했다고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긴급조치사람들은 재판을 정치적 뒷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위헌행위를 범하고서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재판업무를 하고 있는 비위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가 사법개혁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사법농단연루 판사들에 대한 제재를 무산시킨 상황에서 국회의 탄핵소추만이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어둠의 독재시대를 찬양하고 정당화하는 사법부의 유신잔재 세력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3년 전 사법농단 사태가 촉발된 이후 검찰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시민사회는 연루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는 탄핵을 추진하지 않았다. 헌법 제65조 1항에는 직무집행에서 헌법을 위배한 법관은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이다. 국회가 머뭇거리는 사이 탄핵대상으로 지목됐던 일부 판사들은 임기만료로 퇴임하기도 했다.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고 이들이 재판에 복귀한 상황에서 국회의 탄핵은 반드시 필요하다. 판사출신 국회의원 당선인 3인방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사법농단 사태는 사법신뢰를 무너뜨려 사법개혁의 시급함을 깨우쳐 주었다. 그러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 피해 회복, 재발방지 대책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기소된 법관들의 형사재판 진행도 지지부진할 뿐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법관탄핵과 법원조직법 개정 등 사법개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사법개혁 관련 법안은 오리무중이다. 대법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관련자 징계 및 피해자 구제, 실효적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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