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한민정 기자]
서구의 음식들을 떠올리면 기름에 잘 튀긴 치킨, 육즙이 좌르르 흘러나오는 햄버거 등을 흔히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가 들어선 지도 어느 덧 80년. 여러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만을 줄곧 소비할 것 같던 서구의 식문화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서구를 중심으로 급부상한 채식주의는 윤리적, 경제적 이유가 그 시초였다. 현재에 이르서는 서양의 어느 나라를 방문해도 채식주의와 관련된 단어 ‘비건’(우유와 유제품,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이 낯설지 않다.
일반 음식점을 가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가 따로 마련되어있는 것은 물론 일반 마트에서도 채식주의자 코너가 따로 있을 만큼 채식주의는 이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생활방식이 됐다.
그 중심에는 식물을 원재료로 한 제품만 생산하는 plant-based 기업들이 있다. 채식 열기가 굉장히 뜨거운 영국에서는 코코넛으로 만든 요거트, 두유, 아몬드우유 등 유제품을 대체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Alpro(알프로)’와 육류를 대체하는 콩고기, 콩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 소시지를 생산하는 ‘Quora(퀴오라)’가 매출 상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영국인들에게는 친숙한 식료품 브랜드가 된 이 기업들의 제품들은 영국인들의 식탁에 오르면서 그들의 식습관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 영국의 대표적인 지역 슈퍼마켓 테스코에서 채식 샌드위치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70%가량이나 상승한 것은 채식주의 음식이 확고한 주류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서구권 문화에서도 이러한 채식문화가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서구의 문화권에서 이러한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개인의 식습관이 다양해지면서 그것을 존중하는 움직임이 발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인식도 그들의 식습관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주다.
한국도 이러한 물결을 감지해서일까, 국내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롯데리아는 비건 버거를 최근 론칭했다. 그것을 소비할지 말지는 소비자의 몫이지만, 국내 패스트푸드 체인이 나서서 비건 제품을 출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채식 메뉴 론칭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의미에게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채식주의에 대한 공급적 차원과 대중적 인식이 다른 서구 나라들 보다 미미한 편이다. 채식주의자가 130만 명에 달하는 지금, 독립적으로 채식주의 카페나 식당이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은 대중적인 일반 음식점에 가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채식주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결여로 비판 받거나 까다롭다는 지적을 받는 일도 더러 있다.
주로 식문화를 공급하는 대중적인 프랜차이즈나 식료품 기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면 소비자의 기업에 대한 이미지나 신뢰도를 높여주고, 개인의 선택이 존중 받는 가능성을 더 열어준다. 이것은 소비자의 심리를 유동적으로 바꾸며, 뒤따라 소매업종들도 변화하게 된다. 그 결과 식습관에 사회적인 인식도 변화한다. 롯데리아의 ‘비건 버거’의 후기가 쏟아지는 지금, 채식이라는 옵션을 획득한 대중들의 앞으로의 식습관 패턴의 변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