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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채널A의 ‘검언유착’은 정치적 노림수?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hanmail.net
  • 승인 2020.04.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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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6개월 후면 유시민 전장관은 거의 팔순이 되겠네요. 대표님 덕분에 돈도 벌고 세상에 하고 싶은 소리도 다하고 잘 살겠지요. 혐의에 비해 턱없이 높은 형량을 대표님 혼자 짊어지는 건 가혹합니다. 여기에 가족까지 처벌을 받게 된다면 집안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게 되겠지요.” 종편 채널A 법조팀 이모기자가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보낸 3월10일자 편지의 일부이다. 이기자는 불법투자 혐의로 수감중인 이 전대표로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접근했다. 이기자는 “유시민을 치면 검찰에서도 좋아할 것”이라고 썼다.   
이기자의 편지는 이렇게 이어진다. “코로나사태 이후 청와대 내부적으로 조사한 정권 지지율은 대폭 하락했으며, 야권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높기에 대표님께서도 그런 부분들을 고려하셨으면 합니다. 수사는 생물이며 검찰 역시 이런 정국을 신경쓸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입니다.” 수감자에게 ‘정권교체 가능성’이라는 사견까지 거론하며 취재에 협조해달라는 요구는 무엇을 뜻하는가. 더구나 정권교체에 따라 수사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견해는 검찰을 농락하는 것은 아닐까.

시민사회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검언유착’이나 ‘언론윤리 위반’으로 보고 진상규명을 요구한다. 이렇게 규정한 것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세심하게 살펴보면 이쯤에서 끝내버릴 사안은 아니다. ‘유 이사장 비리 관련설을 특종 보도해 검찰의 수사검토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는 없었을까’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검찰도 자신에 비판적 인물의 비리 의혹에 먼지떨이식 수사에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재점화시켜 총선이슈가 된다면 어느 편이 유리해질지는 자명하다.  
이기자는 보도 시나리오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국정농단사건 당시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검찰이 태블릿PC 사건이후 달라진 점을 예로 들었다. “한번 상세히 보도된 뒤 수사를 의뢰하면 수사는 제보자측이 계획한 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을 제시했다. “이철 대표가 심경고백을 했다. 중형이 확정된 만큼 어느 정도 (도의적인) 사과를 하면서도, 자신의 억울함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정관계 인사의 관여의혹 등을 밝히는 한편, 검찰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조언은 구체적이다. 우선 “검찰수사에 충분히 협조한다”는 걸 대외에 알리는 명분이 생긴다. ‘카드’를 모조리 언론을 통해 한 번에 알릴 필요는 없다. 파급력 있는 50%정도만 언론을 통해 알려 명분을 만들고 나머지 50%는 검찰의 입장변화에 따라 조금씩 제출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검찰 고위간부와 직접 컨택할 수 있고 수백건의 특종과 다수의 수상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취재원을 다치지 않게 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특히 채널A는 “JTBC나 KBS, MBC처럼 친정권적이지 않으며 TV조선처럼 극우성향을 띠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철 전 VIK대표는 지난해 9월 7000억원대 투자사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4년 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신라젠은 간암치료제 개발을 호재로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최근 임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유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주요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나돌았다. MBC는  박근혜정권의 최경환 부총리측이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는 이 전대표의 증언을 보도했다. 그럼에도 유 이사장의 비리의혹에만 집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윤석열사단이 짜고 한 일”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언론을 컨트롤하는 고위검사와 법조 출입기자는 같이 뒹군다”며 “막장으로 치닫는 언론권력과 검찰권력의 협잡에 대해 특단의 조치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기결수이던 이철씨를 미결수 신분으로 만들어 다시 소환조사를 했다”며 “극도로 공포감에 사로잡혔을 시점에 편지를 보내 검찰의 수사일정을 알려주고 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 전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의정부 지역위원장이었다”며 “저는 신라젠 사건과 관련이 없고 주가폭락은 임상실패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말 검찰이 자신의 비리를 찾기 위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다 들여다봤을 것으로 추측했다. 계좌추적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이씨가 ‘의자에 돈을 놓고 나왔다’, ‘도로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 돈을 실어줬다’고 말했으면 물적 증거 없이 한명숙 전 총리처럼 엮여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 후 감찰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녹취록을 통해 나타난 검사장은 통화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대검이 법무부에 제출한 보고서도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도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과 채널A가 기자의 ‘자가발전’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채널A는 해당기자의 취재를 중단시키고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기자의 행태는 ‘사건브로커’의 그것과 닮았다. 단순한 언론윤리 위반이 아니다. 곤경에 처한 취재원을 회유 협박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캐내려는 행위는 범죄행위에 가깝다. 녹취록까지 읽어주며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은 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유 이사장을 공격하기 위해 검찰을 들먹인 것은 언론의 존재이유까지 의심스럽게 한다. 기자의 지위를 이용한 권력남용이기 때문이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의 지적대로 “정파적 접근과 선정적 프레임으로 클릭장사에 몰두하는 막장 저널리즘의 결과”인 셈이다.
이기자의 행위가 단순한 특종욕심인지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MBC 보도직후 채널A는 “취재원과 채널A 기자가 만나는 장면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하고 취재원으로부터 기자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을 받아 보도한 것이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꼬리자르기에 나섰다. 보수신문들도 진상파악 보다는 ‘윤석열 죽이기’라고 거들고 나섰다. 더구나 일부 신문은 제보자가 ‘극렬 문빠’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진영논리로 편가르기를 내세우는 언론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시민언론단체들은 검언유착 및 언론윤리위반 의혹을 채널A 재승인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널A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심사에서 공적책임과 공정성, 편성·보도 독립성 강화계획 미흡으로 재승인이 보류됐다. 민언련은 채널A를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 김언경 공동대표는 아예 “채널A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넣었다. 국민의견을 분명하게 보여줘 방송위가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위는 채널A 경영진을 불러 진상을 파악한 뒤 재승인 조건과 권고사항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여권을 중심으로 감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정치검찰이 보수종편과 유착하여 정치공작을 벌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보도에 거론된 검사장은 의혹을 부인하지만 채널A와 검찰의 유착의혹은 남아 있다. 이기자가 녹취록을 보여주고 수사진행 상황까지 알려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법무부는 감찰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채널A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방송위도 채널A의 재승인 여부를 좀 더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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