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문재인이 북한에 나라를 팔아먹는다고?”

<김성의 관풍(觀風)> “문재인이 북한에 나라를 팔아먹는다고?”

  • 기자명 김성
  • 입력 2020.04.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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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특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실시된다는 점이고, 둘째는 제 1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치러진다는 점이다. (심재철 미래한국당 원내대표 발언)

총선 특징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대통령 탄핵

정당은 정강정책에 따라 집권을 지향하면서 야당일때는 정부를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의 예를 보자.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교대로 정권을 잡는 의원내각제 정치체제이다. 두 정당의 극단적인 차이점은 보수당이 집권하면 수도·전기 등을 관리하는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고, 노동당이 집권하면 민영화된 공공기업을 국유화한다는 점이다. 보수당은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노동당은 이익창출보다 고용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세계적으로 반핵(反核)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중앙정부는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던 대처 수상이 소속된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보수당은 핵유지 정책을 폈지만 노동당은 반핵을 지지하였다. 그런데 노동당이 집권한 한 광역자치단체는 관용차량으로부터 편지봉투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공서 물품에 NFZ(Nuclear Free Zone)라는 글자를 새겨놓았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핵 안전지대’라는 뜻이다. 그 이유는 노동당 자치단체가 소련 모스크바와 담판하여 핵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자기 자치단체로는 핵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이 되어서 NFZ를 홍보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아선 인접 자치단체에 핵미사일이 떨어져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일텐데 이것은 과장된 정치선전(propaganda)이 아닌가 생각됐다. 이 사례는 보수적 정당과 진보적 정당의 정책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는 이렇게 정책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여야 모두 정치개혁 외면하고 이해관계에만 몰두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적 정당과 진보적인 정당이 공기업을 함부로 매각하거나 국유화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다. 선거때가 되면 정당들은 온갖 달콤한 정책을 비슷비슷하게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개혁은 찻잔 속의 변화에 불과하다. 19대 대선과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개헌과 국회의원 선거법 및 지방자치법 개정, 공수처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대부분 심의에 들어가지 못한 채 사장됐고, 겨우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만 간신히 통과됐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법은 ‘위성정당’이라는 기묘한 정당의 출현으로 소수 정파도 참여시키겠다는 정치개혁은 빛이 바랬고, 공수처법도 야당이 21대 국회에서 폐기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 눈으로 볼 때는 여야 모두 이해관계에만 집중하고  국민을 외면한다는 점에서는 도긴개긴이다.
정치권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정치권 밖에서 도를 넘는 헛소리들이 나와 국민을 현혹하게 되었다. 얼마 전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한 나이 든 여성이 TV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이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팔아넘기려 한다”“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인데 집에만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여성이 이렇게 말하게 된 것은 이 시위를 이끌었던 목사가 한 간담회에서 “고종이 우리나라를 1910년에 일본에 넘겼듯, 지금은 문재인이 북한에 넘기려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2월 4일 발언) 이러한 발언이 신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TV에서도 서슴치 않고 외치게 되었다고 본다. 그밖에 정책과 상관없는 말초적인 발언들도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이 제대로 기능 못해 말초적 발언만 난무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남북관계가 아닐까 한다. 이승만 정권 하에서는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좌익=공산주의=빨갱이라는 등식이 세워졌다. 박정희 정권에서도 7·4공동성명같은 엄청난 선언도 국민의사와 상관없이 정권이 독점하였고 이어 독재정치를 영구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그 이후에도 어느 정도 변화는 있었으나 민주화=진보=좌익=친공산주의 등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진보성향 정당 출신인 김대중은 햇볕정책과 6·15선언을, 노무현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문재인 현 대통령도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하였으나 유엔의 대북 제재조치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수성향 정당 출신들도 물리적인 대결정책만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노태우는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하였고, 김영삼은 김일성과의 면담 추진을,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방하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 달러가 되도록 하겠다는 ‘비핵 개방 3000구상’을, 박근혜도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김정일을 만나는 등 나름대로 대북 유화책을 펴왔다. 결국 역대 정권 모두 평화적으로 북한과  관계개선이나 통일을 지향해 왔던 것이다. 한편 경제정책 역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중화학공업, IT산업, 4차 산업을 발전시켜 인구 5천만명 이상-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에 일곱 번째로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방역책에 대해서도 국제적으로 선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정책 대결로 국민여망 받아들여야

이렇게 기반을 튼튼히 다져온 국가가 한 개인에 의해 다른 나라로 호락호락 국권이 넘어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민이 먼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현상을 왜곡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선거는 정책을 가지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제도이다. 터무니없는 개인의 비방으로 표를 얻으려 하는 행위는 정책을 가지고 논쟁하는 선진적 정치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여야에게 책임이 있다. 이런 수준 낮은 언동들이 더욱 확산된다면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다. 국민은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만큼이라도 정책대결로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었으면 한다.

김성(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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