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코트여, 안녕' 양동근, KBL 최고의 별로 은퇴..."꿈 같은 시간이었다"

'정들었던 코트여, 안녕' 양동근, KBL 최고의 별로 은퇴..."꿈 같은 시간이었다"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0.04.01 17:00
  • 수정 2020.04.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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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사진=KBL)

[데일리스포츠한국 최정서 기자] "정말 꿀잠 잔 것만 같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현대모비스의 심장 양동근이 은퇴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은 31일 은퇴 의사를 밝혔다. 양동근은 2019-2020시즌이 조기 종료된 이후 구단,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통해 은퇴를 최종 결정했다. 이후 약 1년간의 코치 연수를 거쳐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양동근은 200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특 A급이라는 평가는 없었지만,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17년 동안 현대모비스 한 팀에서만 뛰면서 신인상과 수비5걸을 시작해 정규리그 MVP 4회, 챔피언 결정전 MVP 3회, 정규시즌 베스트5 9회 등 수많은 업적을 세웠다. 또, KBL 역사상 우승 반지를 6개나 가지고 있는 유일한 선수이자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기도 했다. 

양동근의 은퇴식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2020-2021시즌 홈 개막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에는 양동근의 등번호인 '6번'이 영구 결번식도 함께 열린다. 

은퇴 기자회견에는 양동근의 가족들과 함께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조동현·성준모·박구영 코치 등 코칭스태프가 모두 참석했다. 선수들 중에서는 조성민(창원 LG)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팀 동료 함지훈과 이종현, 서명진도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KBL)
(사진=KBL)

은퇴 기자회견에 선 양동근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은퇴를 발표해서 죄송스럽고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KBL에게도 감사드린다. 좋은 환경에서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현대모비스 구단주님을 비롯한 임원분들,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해주신 지원 스태프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도해주신 모든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드린다. 팬 여러분이 가장 아쉬워 하셨을 것 같다. 이렇게 마무리 된 것이 아쉽기도 하다. SNS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33번을 달고 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울산동천체육관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으나 못 해서 아쉽다.  앞으로 선수는 아니지만, 다른 모습으로 돌아와서 그 함성 잊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팬 여러분께도 감사 인사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저는 운이 좋은 선수라고 생각을 한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들과 좋은 감독,  코치님 밑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생활을 했다. 남들 못지 않게 우승도 많이 했다. 이것이 감독님 코치님, 아끼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33번을 달려고 했었던 이유인 크리스 윌리엄스도 감사하다. 하늘에서 많이 응원을 하고 있을 것같다"고 덧붙였다.

가족들 얘기를 할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양동근은 "부모님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하고 고맙다고 하고 싶다. 항상 기도해주시는 장모님, 미국에 있는 우리 누나에게도 감사드린다. 겁없던 시절에 저를 만나서 이쁜 가정을 꾸릴 수 있게 해준 와이프도 고맙다. 시즌 중에는 아빠 역할도 다한다. 요즘 농구 선수들 집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무득점을 해도 저희 아들은 잘했다고 박수를 쳐줍니다. 너무나 힘이 많이 되고 저 오는 날만 기다린다. 그 힘으로 마흔살까지 버틸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큰 희생을 해준 부모님, 가족, 와이프,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KBL)
(사진=KBL)

선수 생활에 대해선 "저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저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항상 은퇴라는 단어를 마음 속에 가지고 경기를 뛰었다. 군대에 가서 발목 수술을 하면서 은퇴라는 생각을 가지고 뛰었고 전환점이 됐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선수로서 코트에 설 수 없겠지만, 저에게 주셨던 응원과 사랑, 보고 배우고 느꼈던 부분을 공부해서 다시 코트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정말 꿀잠 잔 것 같은 꿈같은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끝으로 동료들에게도 "이렇게 많은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몰랐다. 본인들의 선택에 항상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본인이 얼마나 노력을 했나 생각을 하면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다. 남은 선수들도 부상없이 멋진 모습으로, 10개 구단 선수들이 부상없이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양동근과의 일문일답.

최다 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 번째 통합 우승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기억에 남는다. 모든 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성적과는 상관없이 제가 소속돼 뛰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두 장면이 기억난다.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고 생각한다. 

유재학 감독은 어떤 존재인지?

굉장히 냉정하시다는 생각을 어렸을 땐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냉정보다는 정이 정말 많으시다고 느꼈다. 준비가 철저히하신 것은 다 아시지만, 감독님은 미팅 때 저희가 못 보는 것을 질문하신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감독님께서 짚어주시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것들을 배우고 있다.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분이다.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퇴를 내린 이유는?

은퇴 생각은 매년 FA 때마다 했다. 올해 결정을 했지만, 작년에 은퇴를 했어도 나쁜 결정이라고 생각은 안 한다. 항상 다른 팀 가드들이나 우리팀 선수들과 경쟁을 해서 경기를 뛰는 것이지 해왔던 것으로 뛰는 것은 아니다. 저도 이제는 힘들고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특별하게 의미를 두는 것은 없다.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경기?

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NBA도 많이 보고 저보다 농구를 더 많이 본다. 제가 모르는 선수들도 알려주기도 한다. 저희 아들은 무득점을 해도 잘한다고 하기 때문에 모든 경기가 자랑스러울 것 같다. 

은퇴 상의를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은퇴라는 단어는 입에 달고 살았다. 더 많이 했다. 항상 밥 먹듯이 했던 이야기라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제 의견을 존중해줬고 준비를 했기 때문에 당황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쉬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경기 뛰고 싶으면 누구랑 뛰면 재미있을 것 같은지?

학창시절에 같이 농구를 했던 선수들과 뛰면 재미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았다. 첫 번째는 김도수다. 같이 농구를 시작했고 저 때문에 농구를 시작했다. 대학교 때로 치면 조성민이다. 항상 마음 속에 있는 선수다. 크리스 윌리엄스, (함)지훈이는 너무 많이 뛰어서 빼겠다(웃음). (이)종현이는 부상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선수라서 같이 뛰고 싶다. 

데뷔 후 맞대결을 해본 선수들 중 기억에 남는 선수들?

너무나 많다.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신인 시절에 만났던 가드 형님들은 스타일이 너무 다양해서 다 힘들었다. 그래서 저도 늘었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다음 단계와 어떤 지도자를 꿈꾸는지?

계획은 공부를 많이 하고 싶고 쉬고 싶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잡진 않았다.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상황이라서 결정된 것은 없다. 감독님께 배웠던 것을 어떻게 선수들에게 전달해야 하는지 더 공부해야 한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당장에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나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역대 최고라는 얘기가 있는데 본인의 생각?

저는 최고라고 생각 해본 적도 없는데 기사가 많이 와서 욕이 많더라(웃음). 선수들도 상처를 많이 받는다. 조금만 덜 미워해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순히 남들보다 더 열심히 뛰었던 선수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팬분들에게는 '저 선수가 있을 때 믿음이 가고 이기던 지던, 저 선수가 뛰었으면 좋겠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기억에 남고 싶다. 선수들에게는 '양동근이랑 뛰었을 때 참 좋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만 하면 성공한 농구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등번호 6번 영구결번, 6번에 얽힌 사연이 있는지?

신인 때 백넘버가 3번, 6번이 남았는데 감독님께서 '너 등번호 왜 안 정해?'라고 해서 고민 중이라고 답했더니 '6번해'라고 하셔서 결정됐다. 알고 보니 감독님이 선수시절 6번을 달고 뛰셨다. 그래서 겉으로는 내색을 안하셨구나 6번을 주셨구나 하고 생각했다. 

은퇴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 대한 생각은?

꿈은 많이 꿨다. 항상 은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저는 은퇴 투어를 할만한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은퇴를 정해놓고 치르는 시즌이 어떨까 생각은 해봤는데 동기부여도 안 될 것 같더라. 꿈만 꿨다.

신사=최정서 기자 adien10@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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