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천변풍경> ‘코로나 걷힌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이수경의 천변풍경> ‘코로나 걷힌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 기자명 이수경 기자
  • 입력 2020.03.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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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9일은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윤일이었다. 보통 2월이 28일까지 있는 데 비해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29일이니 ‘여분의 하루’라기에 한달 전부터 뭐할까 생각하며 달력에 표시해놓았다.
그런데 코로나19에 휩싸여 강제로 ‘방콕’했다.
종일 집에서 소일하다가 오후에 장보러 나갔다. 대형마트를 피해 동네 소형마트에 가서 쌀을 한 포대 샀다. 사재기는 아니고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과일과 고기류를 좀 사고 빙 돌다가 봄동에 눈길이 가서 2포기 샀다.
겨우내 노지 바닥에 소똥처럼 퍼져 자라서 ‘봄똥’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국어사전에  발음기호가 정말 [봄똥]으로 나와 있다. 아무튼 겨울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맘에 드는 채소다.
기다시피 바닥에 바짝 붙어서 바람도 피하고 겨울을 잘 이겨냈을까. 봄동의 낮은 포복자세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지혜일 수도 있겠다. 양념에 버무려 겉절이를 만들었더니 맛이 괜찮았다. 겨울을 이겨낸 그 힘으로 코로나19도 거뜬히 이겨내고 좋은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설을 앞두고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 면회가 금지됐다.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도 언제쯤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폐렴 후유증 때문에 서울 강남의 대형병원에 검진차 입원했다가 한달 후 몸저 누워 퇴원했다. 면역력이 약하니 균에 감염돼 악화된 것이다. 코로나19가 나라를 휩쓰는 상황이다 보니 밤잠을 설치게 하던 아버지의 건강이 덜 심각하게 느껴진다. 단지 쇠한 기력과 흐릿한 기억력으로나마 ‘왜 이리 면회를 안 오나’ 기다릴까봐 마음이 쓰인다.
요즘 세상 풍경은 온통 마스크 천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지구촌이 긴장하고 있다. 요즘 재벌 지갑엔 마스크가 가득차 있다는 둥, 차와 집 있는 남친보다 마스크 열 상자 있는 남친이 더 인기라는 유머가 떠돈다.
생애 첫 입학을 하는 예비 초등생들은 책가방을 집에서 메고다닐 것이고 대학 새내기들은 한창 새학기를 즐길 시간에 단톡으로 학과 친구들을 만나며 사이버강의 들을 채비를 하고 있다.우리집에도 새내기가 있다. 종일 집에 있으니 예민해졌는지 동생과 싸우기까지 한다. 재택근무가 늘자 부부싸움이 는다는 말이 공감된다.
청도대남병원, 봉화 푸른요양원 등 노인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요양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저기 쏟아붓는 선심성 복지예산을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치매 등으로 의사전달이 완벽하지 않은 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보호자들이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CCTV 의무화, 영상통화 등 보완장치가 시급하다.
다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캠페인 속 연예인들의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그 와중에 한 배우의 기부금 액수가 적다고 비난 댓글이 달려 게시물을 삭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물론 이 배우의 용기를 응원하는 누리꾼이 훨씬 많다. 형편에 맞게, 적은 액수도 기부하는 연예인도 있어야 더 많은 기부행렬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여분의 하루’는 온가족 ‘방콕’하며 푹 쉬었다. 어쩌다 보니 봄동 겉절이도 해보고 부침개도 부쳐먹었다. 특별한 하루를 보낸 셈이다. 2월 29일을 훌쩍 지나 3월 봄비도 내렸는데 ‘코로나 걷힌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뉴욕증시가 폭락하고 확진자가 1만 명(3월  11일 현재)에 달하는 이탈리아는 이동제한령이 발효됐다. 서울에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우울한 소식이 계속 들린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답답한 일이 많을 것이다. 봄동의 낮은 포복자세가 도움이 되려나. 주변을 향해 애써 웃어보고 한마디 격려를 던져보자.

이수경(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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