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한국 떠나는 어나이, 의리 지키며 남기로한 가빈

무서워 한국 떠나는 어나이, 의리 지키며 남기로한 가빈

  • 기자명 김백상 기자
  • 입력 2020.03.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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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가빈, 의리 지키며 시즌 끝까지 잔류 밝혀

[데일리스포츠한국 김백상 기자]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25·미국)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로 결국 한국을 떠났다.

어나이
어나이

IBK기업은행은 6일 "어나이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팀과 작별하고 자국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어나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V리그가 중단되자 구단에 V리그를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구단은 시즌이 재개해 종료될 때까지 함께 하기를 원했지만, 선수의 뜻을 존중해 수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업은행에 퇴단을 요청한 어나이는 '코로나19 확산 문제가 원인인 만큼 본인에게 귀책 사유가 없다'며 잔여 연봉을 보전해달라면서 이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국제배구연맹(FIVB)에 구단을 제소하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결국 잔여 연봉의 일부를 지급하기로 어나이와 합의했다.

잔여 연봉인 3월 월급 중 어나이가 한국에 머문 1∼6일의 금액만 제공하되, 일당은 추후 한국배구연맹(KOVO)이 정하는 정규리그 종료 시점을 따져 산정하기로 했다. 만약 리그가 재개 없이 종료되면, 기존 IBK기업은행의 최종전이 예정됐던 3월 15일을 종료 시점으로 삼는다.

KOVO는 오는 10일 실무위원회를 열어 V리그 정규리그 재개 여부와 종료 시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해한다. 선수의 앞날을 응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나이는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안드레스 산탄젤로를 이어 코로나19 우려로 계약을 해지한 V리그의 두 번째 외국인 선수다.

가빈 (이상 사진 = KOVO 제공)
가빈 (이상 사진 = KOVO 제공)

반면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외국인 선수 가빈(34)은 최근 구단과의 면담에서 시즌 끝까지 남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현재 남녀 프로배구 V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리그가 언제 재개될지 기약 없는 상황에서, 가빈은 7월 결혼 예정인 약혼녀(카린 토머스)를 지난주 캐나다로 돌려보냈다.

가빈은 "사실 구단에 보내 달라고 요청해볼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계약상의 문제가 있고, 또 계약에는 없지만, 팀 동료, 팬들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초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혹시라도 고국인 캐나다에서 한국에서 온 입국자를 제한하거나 금지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가빈은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지 않다는 걸 알기에 사실 바이러스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캐나다에서 입국 제한이나 금지 조치가 나와서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오랫동안 발이 묶일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고 토로했다.

가빈은 2009-2010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삼성화재 선수로 뛰며 3시즌 연속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고, 본인도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세 차례 선정됐다.

역대 V리그 외국인 선수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쌓은 가빈은 러시아, 터키, 브라질, 일본 리그를 거치고 7년 만에 V리그로 돌아와 낯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가빈의 전체 득점 2위(689점)로 고군분투했지만 소속팀 한국전력은 32경기에서 단 6승(26패)을 따내는 데 그치며 승점 24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가빈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한국전력에 전체 1순위로 뽑혔다. 그는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도 코트에서 헌신적으로 뛰었고, 어린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까지 도맡았다.

그는 "내가 팀의 리더로서 잘했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팀의 어린 선수들이 비교적 많이 성장한 모습에 보람도 느낀다"며 "개인적인 활약보다는 팀을 성장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시즌을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가빈은 한국전력과의 재계약을 비롯해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가빈은 "V리그 팬들의 열기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 돌아왔다"며 "나를 기억하고 환영해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물심양면으로 잘 챙겨준 한국전력 구단과 성적이 꼴찌인데도 한결같이 응원해준 한국전력 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104o@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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