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신천지는 왜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되었나

<김주언 칼럼> 신천지는 왜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되었나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03.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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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를 동토처럼 움츠러들게 만든 ‘코로나19 사태’의 슈퍼전파 발원지로 지목된 신천지교회. 대구교회에서 종교집회에 참석한 신천지 교인들이 무더기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천지 측으로부터 신도명단을 받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명단을 누락한 데다 교인들의 말 바꾸기가 드러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신천지를 고발했다. 서울시는 신천지 이만희교주 등을 살인과 상해죄와 감염병관리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이교주는 국민에게 사죄하고 나섰다.    
신천지는 왜 개신교로부터 ‘이단’으로 낙인찍혔을까. 신천지 교인들은 왜 불신의 대상이 되었을까. 신천지는 1980년대 초 이만희 총회장이 창설했다. 그러나 신천지의 뿌리는 질병으로 고생하던 김종규가 ‘신비체험’ 이후 1964년 세운 호생기도원으로 본다.(한창덕목사의 ‘한권으로 끝내는 신천지 비판’) 장막성전 교주로 ‘어린 종’으로 불린 유재열이 그의 제자였다. 1966년 시작된 장막성전은 전두환정권 초기 ‘사이비종교 척결’ 조치로 문을 닫지만 ‘둘째 장막’인 이 총회장의 신천지가 명맥을 이었다.  
신천지는 요한계시록을 유달리 강조한다. 하나님의 보좌, 그 앞에 있는 네 생물, 이십사 장로, 일곱 영을 본뜬 것이 대표적이다. 이 총회장이 하나님 자리에 앉고, 24명 장로와 7교육장으로 총회를 구성한다. 이 총회장은 자신이 “제2의 요한, 대언자, 약속한 목자, 이긴 자”이기 때문에 요한계시록 해석 특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신자들에게 보낸 특별편지에서 “환난이 있은 후 흰 무리가 나온다 하였으므로 이것이 이루어지는 순리”라고 주장한 것도 그렇다. 이번 사태는 요한계시록의 계시와 예언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신천지는 말세와 영생을 주장하는 신흥종교다. 구약의 12지파에 근거해 전국 교회를 12지파로 분류한다. 경기 과천의 총회본부 산하 요한지파를 비롯해 서울 인천 등 전국에 분포돼 있다. 대구교회는 다대오지파이다. 이들은 자신이 영생을 약속받았고 제사장으로 택함을 받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제사장이 되면 순교자의 영들과 신인합일(神人合一)을 이뤄 영생불사하고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믿는다. 게다가 제사장이 될 자신들에게는 죽음조차 피해간다는 무모한 확신조차 갖고 있다.
신천지는 개신교와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 왔다. 개신교 교회에서 신도를 빼가 교세를 늘려 왔기 때문이다. 교회에 추수꾼을 잠입시켜 교회의 비리를 파헤쳐 공론화시켜 목사를 쫓아내고 교회를 접수한다는 게 개신교측의 주장이다. 기존교회 신도들을 꾀어내 포섭하는 전략이다. 특히 젊은층에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들은 시온기독교선교센터에서 공부시켜 신천지 신도로 만든다. 이른바 교육생들이다. 센터를 수료한 이들만 약 10만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신천지 출입금지’를 내세운 교회가 적지 않다.
‘이단’ 논란으로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나서야 신천지 교인임을 밝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담당 공무원이나 간호사까지 확진되고 난 뒤에 비로소 교인임을 밝혀 격리되기도 했다. 게다가 우한방문 신도가 없다고 밝혔다가 거짓으로 드러난 경우마저 있다. 신도명단 및 시설을 모두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숨겨진 사례가 많은 이유도 그렇다. 결국 신천지 피해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고발하는 사태에까지 이른 것이다.
신천지는 교세확장을 위해 정치권에도 손을 뻗쳤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신도들에게 한나라당 당원가입을 지시하고 특정후보 경선유세에 동원했다. 당시 신천지는 신도 1만670명을 배정해 한나라당 특별당원으로 가입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청년회장 출신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시절에는 서청원 최고위원의 신천지 고문설과 이정현 대표실 정책비서의 신천지 신도 의혹이 드러났다. 2012년 대선 때는 핵심장로가 새누리당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4월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신천지의 유착설을 유튜브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 나갔다. 그러자 잠잠하던 미래통합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통합당은 이 총회장을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했다. 이 총회장이 한나라당에서 당명변경 당시 “새누리당명은 내가 지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한 적이 있다”는 2017년 폭로에 대한 대응이다. 황교안대표는 신천지에 대해 “모든 사실관계를 제출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의 강제조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황대표는 그동안 ‘특정교단’이라고만 언급해왔다. 통합당은 이 교주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도 물을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통합당의 전신으로 2012년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주도로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바꿨다. 통합당은 “새누리당 이름은 2012년 1월 국민공모를 거쳐 당내외 인사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됐다”며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역시 승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당명을 이만희가 지었다는 허위사실은 미래통합당의 명예를 훼손한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명을 확정할 당시 “한나라당에는 신천지 교인들이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변상욱 YTN 앵커는 지적했다.
신천지가 코로나19의 발원지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 바이러스 폭탄을 터뜨린 것만은 사실이다. 확진자의 절반이상이 신천지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인 1월 신도 42명이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방문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이 국내확산의 주범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신천지의 폐쇄성과 독특한 예배 및 포교방식, 전국적 조직망과 집단활동이 주범으로 지목된다. 예배나 집회에 경쟁적으로 참석하고 빠져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조직문화에 강하게 배어있는 점도 문제다. 은밀한 집회가 계속될 수 있는 이유이다.  
검찰의 섣부른 강제수사가 방역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부의 강압 조처로 신천지 신자가 음성적으로 숨는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마귀의 시험’으로 믿기 때문이다. 양형주목사(대전 도안교회)는 이렇게 우려했다. “배도자가 되면 영생을 잃고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기 쉽다. 오히려 감염자인 것을 숨기고서라도 제사장이 되기 위해 포교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 총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그가 차고 나온 ‘박근혜 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이를 놓고 정치적 논란마저 일고 있다. 그는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정부에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무서운 병이 왔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겠냐.” “개인의 일이기 전에 크나큰 재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도들에게 전한 “성도님들께서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으나 말씀을 이루는 일이므로 참고 견디시기 바란다”는 특별편지와는 다른 뉘앙스다.
그러나 ‘교주의 말씀’이기 때문에 신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신도들도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은밀하게 진행하던 집회를 금지하고 위장시설인 교육장 집회장도 모두 폐쇄하거나 방역하도록 해야 한다.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신천지 교인을 무작정 혐오와 기피, 또는 배제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신천지가 신도명단을 내놓지 않으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사태를 하루빨리 끝내려면 투명성 확보가 최선의 방책이다. 나아가 그들도 모두 똑같은 한국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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