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형장과 주인공의 씨름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형장과 주인공의 씨름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2.24 09:0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나으리입지, 그런 시합을 하더라도 말입지, 서로 조건이 비슷해야 공정할 터인데입지, 대사로 말하면 먼 길을 걸어오셨고 말입지 또”라고 하며 형장 나으리와 주인공의 씨름 시합을 만류하고 나섰다. (<죽음의 한 연구(하) (323쪽)>

형장에 있던 같이 계집들은 두 사람이 벌이는 씨름 시합을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했다.

한 여인은 “나는 요랬으면 싶응만이라우, 시님 봉개 데럽운디라우, 나으리가 지먼, 내가 조 시님 몸을 잘 씻거드리고라우, 이기면, 글씨 라우이”라고 말했다.

또 한 여인은 “나라우이? 글매요, 모도 알뎃기, 나는 머리 깍아주는 제집 아닌개뵤? (중략) 그렁개로, 나으리가 지면, 나는 조 시님 머리며, 쉬염이며 다 깎아디리고라우, 나으리가 이기면 조 시님헌티 한그럭 고봉 담은 쌀밥이나 해디맀으면 싶으요”라고 했다. (324쪽)

형장 나으리는 주인공과의 씨름 시합에서 자신은 오른 팔 하나를 쓰지 않기로 약속했다. 순간, 주인공은 참으로 기대치 않았던 시련이자, 회피할 수 없는 시련이 눈앞에 닥쳤음을 실감했다.

촛불중이 이 시합이 걱정스러웠는지 주인공을 향해 “대사, 이 회피할 수 없는 모욕을 어찌하려 하십지?”라고 물었다. (327쪽)

주인공은 “촛불중에게 완강히 고개를 저어 보이고”, 손을 더듬어, 그의 손을 찾아 한 번 힘 있게 쥐어주며, 자신도 오른팔을 쓰지 않을 요량으로 뒤로 돌렸다. 그렇게 해서 이미 두 사람은 같은 조건 하에서 씨름을 시작했던 것이다.

형장 나으리는 겉으로 보기에 주인공보다 키가 세 치는 더 크고, 무게는 서른 근 정도가 더 나갈 것 같았다. 그는 관객을 의식해 주인공을 대번에 내동댕이치지는 않고, “쳐들어 올리는가 하면 슬며시 내려놓고 뺑뺑이를 돌리는가 하면” 주인공을 눕힐 듯했다가 일으켜 세우곤 했다.“ (329쪽)

주인공은 참나무 백년짜리나 될 법한 형장 나으리의 순박함과 교만함, 그리고 그가 가진 힘의 단순성과 응용의 초보성, 확고부동한 마음의 보조를 받지 못하는 만용과 같은 허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또한 형장 나으리의 승리에 대한 얼마쯤의 불신과 적대감, 약간의 초조함 따위가 빚어내는 힘의 소모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FUTURA ENERGIA 심리영성상담소 seelenscan@gmail.com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