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불교의 연기론과 융의 동시성 이론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불교의 연기론과 융의 동시성 이론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2.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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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세상 만물은 단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관계가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인과적인 원리로 결합되어 있어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상호의존성’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현상들(法, dharma)이 서로 관계하여 일어난 것(緣已生法, patccasamuppannāharmā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부처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후에 이 가르침은 불교의 핵심 개념으로 정립되었고, 이것이 바로 연기(緣起, patccasamuppāda: 의존적인 일어남)의 개념이다. ‘연기(緣已)’란 목경찬이 그의 책, <연기법으로 읽는 불교>에서 강조한 “마음 작용에 대한 관계성에 중심을 두는 가르침”인 것이다.

연기는 다시 마음 밖 대상과 대상의 관계,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일컫는 외연기와 마음 작용 간의 관계를 의미하는 내연기로 구분된다.

부처는 이것을 ‘십이연기’로 설명했는데, 십이연기는 곧 무명(無明: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체로 착각해 완전하고 영원한 것으로 집착하는 어리석음)에 의해 행이 일어나고 나아가 노사(老死: 생사로부터 비롯된 근심과 슬픔, 번뇌와 괴로움)가 일어난다는 가르침이다. 목경찬은 이를 “미혹과 업으로 인해 마음 작용이 서로 관계하여 일어나는, 우리의 분별하는 마음을 끊으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했다.

자, 그럼, 이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Carl G. Jung: 1875-1961)의 ‘동시성 이론(Synchronitaetstheorie)’을 살펴보자! 정신의학자로서 융은 내담자를 상담하고, 심리 치료를 행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그들의 정신상태 및 신체적인 상황, 외적인 환경(정신 외부의 사건)과의 사이에 기묘한 우연의 일치나 연속적인 상응(相應)관계가 성립되는 경험과 직면하게 되었다. 그는 이런 경험들이 원인과 결과라는 필연적인 연관성과 과학적인 인과율(causality)로써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우연(chance)적인 세계에 속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원으로 보면, 동시성(synchronicity)은 동시발생(simultaneity)과 관련이 있다. 융은 꿈이나 비전, 예감과 같은 내적으로 지각된 사건(또는 현상)이 외적인 실재와 조응하는 것, 서로 장소가 다른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유사한 사고나 꿈과 같이 인과율과는 대극적으로 존립하는 또 하나의 연관성을 가진 원형적인 현상을 가정했다. 그는 이 현상이 둘 또는 그 이상의 사건들이 ‘의미 있는 일치’를 이루는 ‘무(無)인과적(a-causal)’이며, 질서 정연한 연결의 원리라는 뜻에서 ‘동시성 이론’이라고 명명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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