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2.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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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나뒹굴어야 할 음유시인의 사랑 노래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욕심을 부리자면 앞으로 이런 부류의 노래가 더욱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삶의 모습이 묻어나는 그런 노래 말이다.

아무튼 음유시인으로서의 한보리는 김민기, 정태춘, 한돌, 조동진의 뒤를 이어 하덕규 백창우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 꿈 그리고 사랑을 폭넓게 노래해 주어야 한다. 그것은 한보리가 가야 할 올바른 삶의 길이면서 동시에 그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

한보리는 항상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시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겠나? 장고!

남은 두 개 발가락 잘릴 때까지

침 튀기던 은사님의 흉내를 내며

비가 오는 날에는 사람이 좀 청승을 떨게 되는가 보다. 그날 숙직을 했는데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 비를 바라보다가 어김없이 술 생각이 났고, 술 생각을 하다가 웬일인지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 생각이 났다.

이야기가 좀 에돌아가지만 나는 어렸을 적부터 술을 좋아했다. 할머니의 술심부름으로 주막에서 막걸리 한 되를 사들고 오다가 몇 모금씩 마시던 것이 버릇이 되었고, 고등학교 때는 하숙비와 용돈을 타러 집에 갔다가 논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새참이 나오면 낟가리 뒤에 숨어서 술을 홀짝거렸는데, 아버지는 그런 나의 행동을 살짝 눈감아 주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술은 어른들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아버지께서 그러셨다는데, 하여튼 그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학교가 파하면 까까머리를 감추기 위해 함께 하숙하는 대학생 형의 교련모자를 빌려 쓰고 선술집엘 드나들었다.

그러던 것이 몇 번인가 술이 너무 과해서 다음날 학교에 못 나간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찾으셨던 분이 바로 우리 담임 선생님이셨던 국어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은 시를 가르치는 시간이면 항상 한하운에 관한 이야기를 침을 튀기면서 하셨는데, 어찌나 열강을 하셨던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고 이제 나도 시를 가르치는 시간이 되면, 마치 내가 한하운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것처럼 그 선생님의 흉내를 내며 침을 튀기면서 떠들어대곤 한다.

문둥이가 된 자신의 삶을 표현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낮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어찌 보면 징그러울 정도로 문둥이가 된 자신의 삶을 잘 표현해 낸 시다. <계속>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12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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