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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풍파 이겨내고 몰려온 파도를 벗 삼아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74> 전북 부안군 위도면 위도
  •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20.02.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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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위도는 부안 격포항에서 14㎞ 떨어져 있다. 격포항에서 위도로 가는 여객선은 하루 3회 운항한다. 50분 소요된다. 처음 위도를 갔을 때는 1994년 위도 카페리호 전복사고가 떠올랐다. 섬사랑시인학교 위도캠프에 동행한 한 시인은 “격포 수성당 당할미인 개양할미와 위도 원당할미가 요새 것들 버르장머리를 고쳐 놔야 한다며 배를 뒤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의 정서를 주로 읊어온 서정 시인답게 해석도 독특했다.

바지락 캐는 주민들(사진=섬문화연구소)

이후 위도에 정든 시인들은 섬사랑시인학교 위도캠프를 또 열었고 올해도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최근 방송촬영차 또 위도를 찾았다. 새만금방조제로 물길이 틀어지면서 위도 생태계 변화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간 위도는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 떠 있는 섬으로 식도, 정금도, 상왕등도, 하왕등도 등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현재 1191명이 주민이 산다.

위도의 풍경은 여행자에게 압도적이다. 카페리호 사고 이미지와 전혀 다른 아주 고요하고 살 고운 해변이 절경이었다.

위도는 고려 말 수군의 요지로써 지금도 관아가 남아 있고 조선시대에는 유배지였다. 위도는 고슴도치를 닮아서 고슴도치섬으로 불린다.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꿈꾸던 율도국의 실제 모델 이 된 섬이다. 그만큼 풍요롭고 아름답다. 위도 앞 바다는 서해 고기떼들이 총집결하는 황금어장으로 통했다. 해마다 파시가 열려 장관을 이뤘다.

위도 띠배놀이(사진=부안군 제공)

파시는 풍어기에 고기를 잡는 바다에서 어선과 상선끼리 고기를 거래하는데 이 매매 현장의 바다 모습을 말한다. 수확기 농촌에서 이루어지는 밭떼기 같은 개념이다. 파시가 이뤄지는 섬과 포구는 규모만큼 선원과 상인을 상대로 하는 식당과 숙박, 위락, 풍물시장이 활성화 된다. 자연스럽게 바다의 파시는 육지의 또 다른 경제의 활력소가 된다. 수백, 수천의 배들이 몰려드는 파시는 뱃사람의 애환과 어업전진기지로써 우리바다의 역동성과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 중 하나다.

파시는 현대 산업의 급속한 발달과 대규모 어획, 낚시 대중화로 어장이 갈수록 소멸을 거듭해 극히 일부 섬에서 마주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그 맥을 이어가는 파시의 현장으로 서해의 경우 해류를 따라 고기들이 북상하는 3∼4월 위도 앞 바다, 4∼5월 연평도 근해가 꼽힌다. 동해는 오징어가 난류를 따라 북상하는 2∼6월 울릉도, 영덕군 축산 앞 바다에서 각종 깃발과 색색의 배들이 장관을 이루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흑산도 조기, 거문도・청산도 고등어, 추자도 멸치 파시가 유명하다.

망월봉

위도는 고종 때 부안군에 소속이었다가 1963년 영광군 소속으로 국내 3대 어장 중의 하나인 칠산어장 중심지로 영광굴비 산지였다. 특히 강태공들에게 변함없이 사랑받는 황금어장이면서 고운 모래밭이 펼쳐진 위도해수욕장, 논금과 미영금의 평화로운 해변과 포구풍경 등 적막함과 아름다움이 잘 어우러진 풍경을 자랑한다.

승용차를 타고 12km 해안 일주도로를 돌았다. 시종 푸른 바다가 함께 했다. 상사화군락지도 있는데 매년 초가을에 진행하는 달빛걷기축제의 코스다. 위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245m 망월산에서 뻗어 내린 길목에는 분지와 해송 숲이 이어지고 마지막 해안선으로 가는 길에는 으악새가 슬피 울었다. 흰 으악새 나부낌에 빠져 있을 즈음에 세상 풍파 다 이겨내고 몰려온 파도가 허공에 물보라를 쳤다.

위도 앞 바다는 서해안 최대 김 양식장 중 하나다. 멀리 법성포 무인도들이 희끗희끗 파도에 얼굴을 내밀었다. 썰물 때 동네 아낙네들은 삼태기를 허리춤에 차고 바지락을 캐러 나갔다. 바닷가 원두막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녀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곳은 위도 팔경 중 하나인 ‘정금취연(井金炊煙)’이다. 진리 앞 정금도는 옛날에 초가집이 몇 채 있었는데 이 마을 저녁 무렵 풍경은 모락모락 연기가 휘날리며 전형적인 전통 농어촌 풍경을 떠올려준다.

먼 바다를 응시하는 물새 한마리

위도사람들은 정월 초사흘에 한해의 액을 모두 담은 띠배를 만들어 서해 바다 멀리 띄어 보낸다. 이것이 띠뱃놀이다. 197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널리 알려진 띠뱃놀이는 중요 무형문화제 제82호로 위도의 상징 문화처럼 돼있다.

위도 동북방 2km 지점에 식도가 있다. 이 섬에는 현재 106명이 거주한다. 아담하고 포근한 자태를 지닌 위도의 부속 섬이다. 위도가 고슴도치처럼 아가미를 벌리고 있는데 그 앞에 있는 ‘밥’이라 해서 식도라 부른다. 이 섬은 물이 귀하다. 대신 물 좋은 어장이 각광받는다.

우리 일행은 식도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날 밤 구판장에서 주민들과 막걸리 잔을 돌리면서 섬사람들의 잔잔하고 애틋한 이야기들을 귀하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섬사람들이 보건소장으로 부르는 한 간호사와 만남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정 소장’으로 불렸던 그는 마을 사람들은 물론 외지에서 온 선원이나 낚시꾼들을 대상으로 응급처치와 중환자 긴급이송 등 혼자서 많은 업무를 감당했다. 외로운 노인들의 고질적 병 치료와 함께 그들의 말동무가 돼주고 친자식처럼 수발까지 도맡았다. 외딴섬이라 육지와 왕래가 거의 없고 나이가 많은 주민일수록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많은 편이라 고충이 이만저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동불능 환자로 분류된 몇몇 노인들이었는데, 그이는 매일 가정방문을 통해 환경위생 점검과 투약을 하고 대소변까지 직접 받아내며 따뜻한 손발이 되어주고 있었다.

위도 노을풍경

보통 섬에서 2년 근무하지만 그는 8년째 식도에 머물렀다. 친정아버지가 이승을 떴을 때 폭풍주의보 탓에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섬사람들 진료 때문에 불효를 짓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세 아이의 엄마였던 그는 진료에 몰두한 나머지 막내둥이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도 몰랐는데 주민들이 구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꿈이 무엇이냐고 붇자 󰡒마을사람들이 건강하게 사시는 거죠 뭐?“라고 말했던 그는 보기 드문 나이팅게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식도 앞 바다 무인등대 주변으로 낚시를 갔다. 1시간 동안 70여 마리의 고기를 잡았다. 높은 파도 탓에 일찍 포구로 돌아왔지만 꽤 괜찮은 수확이었다. 이밖에 위도의 낚시 포인트는 파장금 등대, 정금 철탑, 벌금 용머리, 살막금 부근이다. 식도는 수리바위, 딴두룸여, 여운여, 왕등도는 바라섬, 용문암, 대섬, 오지바위, 홍합바위이고 거륜도는 등대섬, 토끼섬, 어망바위에서 우럭, 놀래미, 농어, 광어, 감성돔 등이 많이 집힌다.

위도 전경(사진=부안군)

위도의 특산품은 활어회.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는 신선함은 물론 방풍나물과 갓 김치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육질 좋은 바지락 맛도 자랑거리고 곰소 천일염과 만나 질 좋은 바지락젓으로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11일자

3월부터 5월 초까지 잡는 변산반도 일대 주꾸미 맛도 제철음식으로 각광받는다. 위도 주꾸미는 지금도 소라방을 이용하여 잡아 깨끗하고 쫄깃한 맛을 알아준다. 9월부터 11월까지 연안개량안간망으로 어획하는 위도멸치는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는 식도리와 대리지선이 주어장이다. ‘자연해풍멸치’는 싱싱하고 먹기 좋은 중멸치만을 엄선하여 자연 건조시켜서 멸치의 영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천연식품으로 손꼽는다.

문의: 부안군 위도면사무소(063-580-3764)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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