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2.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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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나뒹굴어야 할 음유시인의 사랑 노래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밤새 내려 고인 별빛

새벽바람에 날리네

거리마다 푸른 바람

푸른 바람이 떠다니네

그 바람 나의 품에 안기어

내 가슴 보자고 하네

아픈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네

푸른 바람

푸른 바람이

그리움에 다시 찾은

푸른 바람 부는 마을

그 사람 나의 품에 안기던

솔밭길로 가자하네

아픈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네

푸른 바람

푸른 바람이

―‘푸른 바람이 부는 마을’전문

이 곡을 듣는 사람마다 언제 그렇게 가슴 아픈 사랑을 해보았느냐고 부럽다고 했다. 그런데 쓰게 된 동기를 얘기했더니 여간 실망스러워 하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감상을 위해서라도 가끔은 진실을 은폐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곡을 쓰게 된 동기가 여러 가지겠지만 모두 다 진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쉽게 쓰인 곡이라 하더라도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창작이란 여러 가지 경험들이 축적되고, 그것이 쌓여서 가슴에 고여 있다가 어느 순간 그 경험들의 이미지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나 사건을 통해서 구체화된 이미지를 형성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창작자가 받아들이는 모든 자극이 결국에는 작품 안에 녹아들며, 단지 그 매개되는 소재의 형태에 따라서 변형 또는 전이될 뿐, 그 기저에 흐르고 있는 주제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창작에 관한 나의 견해는 이렇다.

이러한 그의 창작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면 그가 하나의 시나 노래를 쓰기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런 진지함이 ‘청풍리’ 라는 동네 이름 하나를 ‘아픈 마음 어루만지는’ 연가로까지 풀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한보리의 창작에 대한 태도가 비단 이 시 하나에만 적용되었으랴. 노래 하나 시 한 줄에 정성을 다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그의 시는 연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전부 연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곡이 붙지 않은 몇몇의 시들이 있는데, 그 시들이 연가보다는 성취도 면에서 더 시적인 완성도가 높다. ‘능주 장터’, ‘산’, ‘까마귀’, ‘산감나무’, ‘봄산’ 등이 그것인데, 그러한 시들을 보면 한보리의 시가 어느 한편은 현실에 깊이 뿌리박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현실에 뿌리박은 건강한 정신이 항상 기저에 깔려 있기에 그의 노래가 연가일지라도 공허한 울림으로 끝나지 않고 가슴에 젖어 오는지도 모르겠다.

능주 장터 파장 무렵

머리 풀린 바람 춤추고

가난한 허리춤엔 벌써 어둠 밀리는데

질긴 소리 하나 있었네

아주 질긴

―오늘 하루도 적자난 인생

능주 장터 파장 무렵 구겨진 천막엔

어느새 달려왔는지 개 짖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들리네

―‘능주 장터’전문

시인은 시골 장터의 파장 무렵을 을씨년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감정에 치우쳐 소리 내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시골 장터의 모습에서, 이제는 그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시골의 모습을 안타깝게 느끼도록 해준다. 거기에는 아쉬움이 있고, 그리움이 녹아 있다. 그러기에 그런 시골 장터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계속>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10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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