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유리를 떠나다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유리를 떠나다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2.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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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오후에 주인공의 토굴을 찾았던 내방객들은 표표히 떠나 버렸다. 장로의 손녀딸은 그의 두 손을 자기의 두 손으로 꼭 잡고 한없이 있을 듯하더니, 그에게 그녀의 엄니가 유산으로 남겨주신 예의 저 비취 목걸이를 걸어주고, 아무 말 없이 그냥 떠나버렸다. (<죽음의 한 연구(하)> 310쪽)

그녀의 손으로 전해오던, 저 말 없는 떨림이, 천 마디의 말로보다도, 그녀의 이별의 슬픔을, 두려움을, 안타까움을 그에게 더 잘 전해주었다. 주인공이 그러했듯이,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결국 한 번은 회자정리(會者定離)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집으로 귀가하는 동안 시원히 달리는 말 잔등 위에서 자신과 이별의 슬픔일랑은 시원히 털어내기를 바랬다. 그녀는 그가 이 세상을 하직하고 나면 자신의 천래적 동정심과 바치고 싶음으로 해서 사랑했던, 한 사내의 영상은, 그저 영상이지,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그는 이승에서의 삶이 그저 ‘한 바탕 모진 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실감했다. 결국 삶이란 꿈인 것을, 한바탕 모진 꿈인 것을.다만, <죽음의 한 연구>의 저자인 박상륭의 분신인 주인공이 생각하는 이 세계는 오직 하나의 실재의 장소만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모태에 짐을 실은, 어머니인 것일 뿐!

주인공은 촛불중이 길을 이끄는 대로, 따르며, 마음속으로 “아, 유리여, 그러면 우리, 서로로부터 떠나자. 이제는 떠나자. 그리고 떠나자”라고 다짐했다. 결국 그는 유리가 그에게 준 “해골을 끼고, 유리를 떠난 것이다.

(310쪽 말미-311쪽 초입)

그는 속으로, 정말, 유리에서 ”사십 일을 사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구나”라고 탄식하며, “나는 제길헐, 해골을 둘씩이나 갖고, 죽음으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해골의 하나는 그러나, 아직도 내 목줄기에 매달려 살고 있네 그려!”라고 홀로 중얼거렸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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