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2.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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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나뒹굴어야 할 음유시인의 사랑 노래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우리나라 해변도 많고, 토종 짐승도 많은데, 하필이면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외국의 것을 떠올렸다는 것이 내 불만이었다. 우리는 그 일 때문에 몇 시간을 다투면서 얘기를 했는데, 이렇다 할 결론도 내지 못하고 둘 다 술에 뻗어 버리면서 논쟁은 그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결론을 낼 일도 아니다. 작가마다 자기의 철학이 있는 것이고, 창작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상하게도 그 일이 있은 후로 우린 가까워졌다. 나이가 같다는 것과 하는 일이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너저분한 성격이 서로 닮았다는 것이 그렇게 만들어 준 것 같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논쟁의 저변에 깔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한보리는 낭만주의자이고 나는 현실주의자였기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를 낭만주의자라고 지칭한 것은 그의 노래와 시에서 그런 징후를 많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사랑 깊은데 너는 등을 돌리는구나

내 슬픔의 시작인지 너는 아느냐

사랑은 그렇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

너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

이 외로운 세상에서

―‘슬픔의 시작’부분

흔들리는 바람

꽃이 지는 소리에도

내 마음은 파랗게 멍들어가네

혼자 보낸 휴일

―‘혼자 보낸 휴일’부분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그리워 하자

또 잊혀지면 잊혀지는 대로 아쉬워말자

헤어질 때야 물론

조금 섭섭하겠지만

무어 그리 서럽기야 할랴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흩어지는 연기마냥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또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가슴에 묻어두고 사는 게지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전문

그의 시집 아무 장에서나 대충 뽑아본 것인데 감성과 정서를 중시하는 낭만주의적 요소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그러나 그는 낭만주의적 요소를 그냥 속수무책인 채로 드러내놓고 있지만은 않는다. 그는 모든 감정을 ‘포용’하고, ‘가슴에 묻어두고’ 다스릴 줄 안다. 그것이 한보리의 시와 다른 연시들과의 차이점이라고 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그의 연가는 떠나간 대상에 대해서 원망하거나 야속해하지 않는다. 보낼 것은 보내고 남은 상처는 속으로 삭이는 넉넉함을 보여준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청승맞지가 않다. 그러한 한보리의 시들은 그가 직접 붙인 가락에 실려 있어서 더욱 우리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그를 음유시인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시대의 음유시인이란 작곡과 시 쓰는 능력을 겸비한 사람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우리들의 삶과 꿈을 가락에 실어 노래하는 가객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졸저 ‘바람 부는 날’ 중에서

위에서 음유시인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았는데, 한보리가 거기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매일 일기를 쓰듯 곡을 쓴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도 거의 다 가락이 붙어 있는 것들이다.

그가 실타래처럼 풀어낸 가락과 시들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전해지면 좋겠다. 이 말은 그의 능력에 비해서 아직 사람들에게 한보리의 재능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점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그는 사소한 일상적인 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것이 그를 음유시인을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계속>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6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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