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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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2.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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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는 본래 하나였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시와 노래는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 3

새삼스러운 얘기 같지만, 시를 쓰고 읽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시가 제값을 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사람들 곁에 머물러 있을 때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요즈음의 시는 어느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맴돌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서로 다른 시인들이 서로의 시들을 읽어보는 것이 요즘 독자들의 전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노래는 그렇지가 않다. 아무리 저질이라고 생각하고 외면한다 해도 어느새 그것이 사람들 곁에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를 읽는 독자와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수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그 파급효과 면에서 노랫말의 중요성은 시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이제 그처럼 사람들 곁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노랫말 속에서 생활에서 새어나오는 진실된 삶의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시인에게 주어진 몫이 아닐까.

시와 노래의 하나 됨을 위하여

이제 시와 노래는 그 옛날의 본질을 찾아서 하나가 되어 사람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노래 같은 시들이 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고 싶은 시 말이다. 그것은 일정한 흐름을 반복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느껴진 것이다. 깊은 뜻을 아우르고 있으면서도 쉽고 간명한 시가 박자를 머릿속에 그려지게 만든다면 그 시는 명시가 아닐 수 없다.

- 오봉옥 ‘좋은 시를 쓰기 위한 낙서’ 중에서

오봉옥의 지적처럼 ‘깊은 뜻을 아우르고 있으면서도 쉽고 간명한 시가 박자를 머릿속에 그려지게 만’드는 시. 바로 그런 시를 써야 한다. 그것이 곧 시와 노래가 하나가 되는 지름길이다.

세상을 향해 나뒹굴어야 할 음유시인의 사랑 노래

한보리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문득 그와 다툰 일이 먼저 떠오른다.

오년 전쯤의 일이다. 어느 날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도서실에 계절에 맞지 않는 바바리를 걸치고 두꺼운 음악노트를 옆구리에 낀 사내가 서부 영화의 ‘장고’처럼 나타났다.

전에 광주의 꼬두메 녹음실에서 안면만 익혔을 뿐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는 친구를 찾아서 집을 나서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라고 하면서 멋쩍게 웃었다. 그 ‘장고’가 바로 오늘 얘기하려는 한보리다.

우리는 서둘러 선술집으로 자리를 옮기고 술잔을 나누었다. 술이 몇 순배 돌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어느덧 화제는 그의 노래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 노래 때문에 우리는 다투게 되었는데, 처음이랄 수 있는 만남에서 다 큰 어른들끼리 얼굴을 붉힌 것이 지금은 아득한 추억으로 남아 가끔 떠올리면서 속으로 웃곤 한다.

새가 물어가 버린 오후 한 시간

나는 아프리카 해변을 꿈꾸고 있네

새가 물어가 버린 오후 한 시간

커다란 사자 한 마릴 꿈꾸고 있네

아, 졸리운 오후

나는 꿈속에 있네

나는 꿈속에 꿈속에 있네

―‘몽상가의 손목시계’부분

이게 바로 우리를 다투게 한, 그가 쓴 노래 가사다. 문제가 된 부분은 2행의 ‘나는 아프리카 해변을 꿈꾸고 있네’ 와 4행의 ‘커다란 사자 한 마릴 꿈꾸고 있네’였다.

나는 그를 만나기 전에 이미 이 노래를 알고 있었다. ‘꼬두메’의 건반 연주자인 박양희 씨가 전해준 ‘꼬두메·2’ 음반에 ‘몽상가의 손목시계’가 실려 있어서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왜 하필이면 ‘아프리카의 해변을 꿈꾸고’, ‘커다란 사자 한 마릴’ 생각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이라고 대답했고, 나는 작가의 현실의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5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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