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가물 하나도 없는 맑은 물, 그것이 음악”

“첨가물 하나도 없는 맑은 물, 그것이 음악”

  • 기자명 한민정 기자
  • 입력 2020.02.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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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기 가야금 음악작품 2주기 맞아 재조명

[데일리스포츠한국 한민정 기자]

가야금 명인이자 한국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넓힌 황병기 작곡가의 가야금 음악작품이 2주기를 맞아 그의 제자들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다.

박현숙, 김일륜 등 오랜 기간 동안 황병기 명인과 함께 연주 활동을 해온 황병기작품보존회 회원들이 내달 16일 국립국악원 우면당 무대에서 1962년의 창작곡 ‘가을’과 ‘숲’을 비롯하여, ‘침향무(1974)’, ‘시계탑(1999)’, ‘하마단(2000)’ 등 시대별로 다양한 가야금 연주곡들을 공연한다.

황병기 명인은 “전통을 틀 안에 가두지 말고 동시대적인 예술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자주 언급했는데, 전통을 지키면서도 실험과 파격의 미학이 가득 찬 작곡가 황병기의 음악이 그의 제자들을 통해 2020년 이 시대의 새로운 시각으로 연주된다.

‘창작 국악’이라는 장르가 생소하던 1962년 무렵, 선생은 첫 창작곡 ‘숲’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연주 기법은 물론, 시대에 어우러지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황병기 작품의 대다수는 우리 민족이 범아시아 문화 강국의 일원으로 서역과 교류하던 통일신라의 영화로운 과거를 상기시킨다.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유리그릇의 신비로운 빛이 아득한 서역까지 펼쳐지는 정신적인 길을 ‘비단길(1977)’ 곡에 담았으며, ‘침향무(1974)’는 인도 향료의 이름을 땄고, 신라풍 범패의 음계를 담았다. 옛 페르시아 고대 도시의 이름에다 곡을 붙인 ‘하마단(2000)’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절제된 정감으로 승화시킨 곡이다.

이렇듯 황병기 선생은 사라져가는 예술의 수호자로서뿐 아니라, 자기 나름의 관점으로 미래를 바라보며 자기 음악에 힘을 더할 길을 찾아나서는 역동적 예술가로서 많은 곡을 썼다. 때문에 선생의 음악은 한국적인 음악의 섬세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계의 청중들에게 크게 어필하였다. 미국의 음반 비평지 Stereo Review는 그의 음악을 “초스피드 시대의 세계에 해독제로서 특별히 가치 있는 음악”이라고 평했다.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를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가야금을 넘어 한국음악의 거목이었던 황병기 선생의 작품 세계를 동시대의 음악으로 연주될 수 있도록 꾸준히 보존 계승하는 황병기작품보존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그의 작품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시대별 다양한 곡들을 모아 여러가지 색채를 한 무대에서 감상하는 무대를 마련하였다. ‘재미나 오락보다는 정화 기능의 음악’을 추구한 선생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이번 공연이, 음악을 통해 우리의 영혼을 쓰다듬고 치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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