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상 강좌] 詩마을 창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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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유종화 기자
  • 입력 2020.01.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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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는 본래 하나였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시는 노래다 - 2

시를 보면 우리는 가끔 제목에서 ‘○○가(歌)’ 혹은 ‘○○노래’ 등의 것들을 꽤나 볼 수 있다.

또 시의 중간 중간에서도 자신의 시를 가리켜 ‘나의 노래’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고 또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시와 노래는 아주 다른 종류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는 어렵고 고상한 것이고, 진지하고 엄숙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임에 반해, 노래는 즐겁고 쉽고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조금 격이 낮은 것이란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시(詩)와 노래(歌)는 기원적으로 같다.

문학사 책들을 뒤져보면 운문문학의 총칭으로 시가(詩歌)란 용어를 쓰고 있는데 이는 시와 노래가 근원적으로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서에서도 ‘시(詩)는 뜻을 말하는 것이고 노래는 그 말을 길게 뽑는 것(詩言志歌永言)’이라 하였고 서정시라는 뜻의 ‘lyric’이란 단어가 lyre라는 악기를 뜯으며 부르던 노래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임을 생각하면 시와 노래의 기원적 동질성은 동서양 모두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음성을 매체로 하는 언어의 존재는 문자의 발명에 선행하였고 그 후에 가사가 기록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기록된 가사가 결국 시인데 나중에는 기록문학으로서의 독자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시와 노래는 분리되기 시작한다. 동양의 시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시경(詩經)』 역시 당시의 노래의 가사를 모아 추린 것이다.

-이영미 ‘시와 노래’ 중에서

위에 인용한 이영미의 이야기에서도 시와 노래는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시와 노래가 전혀 다른 종류의 모습으로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는 점점 더 난해해지고 고상해져서 독자와의 사이가 멀어졌다.

노래는 노래대로 사람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극히 상투적인 가사로 청자들에게 다가감으로써 그 격을 잃어 가고 있다.

이제 시의 독자들은 시인의 현학에 질려버렸고 노래의 청자들은 저속한 가사의 반복에 고개를 저어 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시대에 다시 시가 독자와 가까워지고, 노래가 청자들과 친해지려면 그 옛날의 시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시와 노래는 왜 만나야 하는가 - 1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시와 노래는 그 현학성과 저속함 때문에 사람들과의 사이가 멀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시와 노래가 다시 만난다는 것은 다시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독자로부터 외면당한 시는 이미 시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시인들은 친숙한 리듬을 타고 독자들의 가슴속에서 울렁거리는 그런 시를 쓰는 일에 눈을 돌려야 한다.

노래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삶과 관련된 가사를 들려줌으로써 청자들이 ‘어! 이건 내 얘긴데’ 하면서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이 좋은 시에 좋은 가락을 붙여서 독자나 청자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이것은 시인이나 작곡가가 서로 노력해야 할 일이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인은 우리 생활과 사람을 노래하는 시를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이고 작곡가는 건강한 시를 찾아 거기에서 가락을 뽑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어렵지 않은 멜로디로 사람들의 가슴속에 파고들어야 한다.

이러한 만남이 잘만 이루어진다면 시인은 그동안 소원했던 독자와의 거리를 상당히 좁힐 수 있을 것이고 노래 역시 건강하고 진솔한 가사와 멜로디로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계속>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월 30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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