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저급한 막말로 국민 편가르기 이제 그만

<김성의 관풍(觀風)> 저급한 막말로 국민 편가르기 이제 그만

  • 기자명 김성
  • 입력 2020.01.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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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아시아 정세 속에 2020년을 맞았다. 국내적으로도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주택가격 폭등, 양극화 심화, 자영업자들의 소득감소, 지역소멸 가속화 등이 코앞에서 벌어져 걱정이다.
국민들은 새해를 맞으면서 앞으로 1년간 전개될 우리나라와 국제 경제를 점쳐보고, 주택가격 등 생활경제 추이, 그리고 자식과 부모에게 주어질 정부의 복지혜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새해는 이런 걱정과 함께 나름대로 설계를 하면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불안한 정세 속에 시작된 新年 벽두부터 ‘불안감’ 증폭

그런데 일부 신문들은 밑도 끝도 없는 주장으로 온갖 잘못이 현 정부에 있는 것처럼 비판을 쏟아붓고 있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내일모래면 국가가 망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국민도 연초부터 덩달아 불안감이 커가고 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객관적인 시각에서 살펴보자면 저질의 정치에 넌더리가 난 것으로 부족해서 신문까지 저질로 치닫고 있는 듯하여 답답하기 그지 없다. 
한 신문의 칼럼은 “대통령당(黨)은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선거법 개정을 미끼로 던지며 원내교섭단체도 못 되는 부스러기를 모아 거래(去來)했다”고 했다. 국회에서 4+1에 합의한 수소정당을 ‘부스러기’로 칭했다.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들도 ‘부스러기 국민’ 꼴이 됐다. 그렇다면 그 신문은 여당이 최후로 ‘부스러기들’과 협의하기 전에 제 1야당이 협상에 응하도록 얼마나 꾸짖고 비판하였는지 되묻고 싶다. 국민이 부여한 정치의 의무를 외면하고 폭력으로 회의를 방해한 정당이 나쁜건지, 법안심의에 참여한 ‘부스러기’ 정당이 더 나쁜건지 생각해 본걸까?

유권자 명예훼손하는 저속한 단어까지

또 다른 신문의 칼럼에서는 “계층 간 대립이 심할수록 노동자·서민 표방 정당이 유리하다. 실제론 그런 정책이 덜 가진 자를 더 덜 갖게 만드는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 해도 선거에선 유리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대립 프레임을 확산시키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아무리 실책을 거듭해도 40%가 훨씬 넘는 지지율이 나오는 것도 그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는 결국 2017년 대선때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던진 모두를 노동자·서민으로 치부하여 국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다른 문장에서는 “하지만 한국 사회는 베네수엘라가 아니다. 조국 사태 때 보여줬듯 한국의 중도층은 결코 맹목적이지 않다”고 했다. 말하자면 문재인 정권이 조국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미화(美化)하여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베네수엘라보다 높은 의식을 가지고 있어 현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는 뜻인 듯하다. 맞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베네수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선진국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양극화에서 낙오되어 복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계층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 글을 쓴 이는 이런 대한민국의 모순된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깊숙이 접근하고, 개선을 요구해 왔는지 되묻고 싶다.  

유신독재 반공교육시대에 머물러 있어서야 되나

또 다른 칼럼은 “북한이냐 미국이냐가 4·15(총선)쟁점”이라고 했다. 그 근거로 “청와대와 민주당의 내부 기류가 안보·외교적 측면에서 미국보다 북한 쪽으로 완연히 기우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북·미간 줄타기는 더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이럴땐 유권자가 가르마를 타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권은 위태로운 정권이니 총선에서 찍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 칼럼니스트의 정신세계가 1970년대 유신독재정권이 가르쳤던 반공교육 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세계는 너무 바뀌었다. 대부분 국경이 허물어지는 시대이다. 중국은 70년 전 한국전쟁때 한국과 미국에게 적국(敵國)이었다. 미군은 중국군 때문에 장진호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상자를 냈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과 미국은 경제협정을 맺었고, 한국에게도 교역액이 가장 많은 중요한 국가가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직접적 군사적 위협이기도 한 중국군 열병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관계가 많이 변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때부터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나는 길을 텄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737정책을 내놓았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남북협력은 대박”이라고 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신문이 ‘빨갱이’라고 혹평했었던 김대중시대에 이어 노무현시대, 국가보안법 위반 감의 정책을 내놓았던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지나왔는데도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발전해 왔다.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우리나라가 호락호락 북한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 수십 년에 걸쳐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총선을 앞두고 ‘역북풍’을 조장하는 듯하여 어이없다.
또 어떤 칼럼은 “문재인 정부의 복지비 지출이 사회주의 국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 양극화의 위기 속에 있다. 정부는 오랫동안 분배보다 성장이 중요하다며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해 왔다. 대기업이 국제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오면 국민이 모두 함께 나누어 생활수준이 높아질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나. 그동안 빈곤계층에 대한 복지를 소홀히 해 양극화를 가져왔다. 이대로 두었다간 미국이나 칠레에서처럼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 일단 한숨을 돌리면서 분배구조를 재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에 맞는 정책이었다. 국민은 그래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복지책이 필요하다. 대기업 노조처럼 권리를 찾지 못한 채 묵묵히 일해온 중소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이젠 필요하다. 경제성장 기간동안 물가안정이라는 미명아래 수십년동안 불이익을 감수해 왔던 농어민이나, 시간초과 작업을 평생 마다하지 않고서도 노후에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도 정부가 세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런데 신문은 이를 ‘퍼주기’ ‘사회주의’라고 표현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 통합’도 신문의 기능임을 알아야

신문의 논조가 그러해도 국민은 누가 잘못했는지 알고 있다. 신문에는 비판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통합의 기능도 있다. 제발 정치인과 다름없는 저속한 단어로 국민을 편가르는 일은 삼가해 주었으면 한다.
김성(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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