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피로감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피로감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20.01.22 10:55
  • 수정 2020.01.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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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後記)’를 통해서 본 시와 가까워지기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과 장로의 손녀딸, 촛불중과 목사의 환속한 딸내미까지 합쳐 네 명이 저녁밥상 앞에 둘러앉았다. 주인공에게는 어쩌면 이 저녁이 ‘최후의 만찬’이 되리라. 그가 먹을 때에 그의 ‘자상한 계집’이 시중을 들어주었다. 목사의 딸내미는 ‘물 만난 고기 마냥’ 쉴 새 없이 종알거리고 있었으나, 정작 주인공과 그녀, 촛불중은 말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었다.

촛불중이 식사를 마치고 부스럭 거리며 일어서려고 하자, 주인공은 이 때다 싶어 손을 휘저어 주의를 그에게 기울이게 했다. 촛불중이 재빨리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대사께서는입습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입지?”하고 물었다. 주인공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을 써서 방바닥에다가 한 마리의 고기 모양을 그려 보여주었다.

(<죽음의 한 연구(하)> 296쪽)

촛불중은 놀라며, 장로의 손녀딸에게, 주인공이 오늘 저녁으로 자신과 함께 유리를 떠나길 원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허지만, 오늘 저녁은 안 되어요, 절대로 안 되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는데, 그 때 주인공의 손을 잡고 있었던 그녀의 손은 너무도 추운 듯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었다.

(297쪽)

그 떨림은 결국 오열이 되어 짓떨리며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는 주인공을 향해 “당신은 내가곁에 있는 것에 싫증을 내셨죠?”라고 하며, 느닷없는 투정을 섞더니, 그의 무릎 위로 엎으러져 버렸다. 주인공은 그녀의 이 반응에 어떤 동요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는 너의 “이 울음이 끝나고 나면, 체념으로서 이제는, 마음속에 이별을 갖게 되리라”고 예상했다.

심안이 열린 주인공에게 시야를 차단하고 있는 것은 이미 사라졌으나 눈 덮인 수미산의 영봉이며, 억겁을 두고 바람이며 무세월이며, 비며 정적이며… 등등 수유(須臾: 잠시)간에 소멸되어질 것의, 심정이 아파서 우는 울음은, 이승에서 듣기에 좋은 것일 듯 했다. (298쪽) 그렇게 한 돌중을 연민하는 계집은 오열 후 몇 마디의 푸념을 더 늘어놓다가, 그냥 잠들어 버렸다.

시력을 잃은 주인공은 잠든 그녀를 바라다보며, “신들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그들의 인간에의 짝사랑이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들에게서 궁합 맞춰지기를 강요했을 때부터, 신들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아, 무엇보다도 ‘죄태(罪態)’를 가진 인간인 바로 그것이 그를 더욱 더 피곤하게 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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