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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검찰개혁 첫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hanmail.net
  • 승인 2020.01.1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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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검경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문턱을 넘음으로써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과 함께 검찰개혁의 첫발을 뗀 셈이다. 이로써 시민사회의 숙원도 풀렸다. 참여연대가 1996년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한 지 23년만의 일이다. 오는 7월 설치될 것으로 보이는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판사 검사 고위경찰 등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수사한다. 판사 검사 등은 기소할 수 있다. 검찰 창설 71년 만에 기소독점권이 깨진 것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수처는 한국사회에 남아 있는 고질적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엄단하기 위한 독립적 수사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역있는’ 대통령 및 친인척 비리, 수사와 기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검사범죄,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 비리 등에 대한 솜방망이식 부실 수사 및 기소 사례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균열이 가해짐으로써 검찰개혁의 첫 단추를 꿰었다.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 등 재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법권력을 행사해왔다. 독점권력을 남용해온 검찰은 권력기관으로 행세해 비난의 표적이 됐다. 

공수처는 앞으로 검찰비리 척결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검사출신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성폭력 사건과 같은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대상이다. ‘김학의사건’은 검찰과거사위가 재수사 사건으로 지정했지만 성폭력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기소된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만료로 면소판결을 받았다. 뇌물수수는 증거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초동수사와 기소가 부실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검찰비리에는 더욱 엄정한 수사와 기소가 필요하다. ‘제식구 감싸기’를 없애는 길만이 검찰권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시민의 힘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동안 여야 할 것 없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으나 검찰의 반대와 방해로 번번이 좌절됐다. 따라서 무소불위로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의 전횡을 견제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은 어느때보다 높았다. 특히 ‘조국 사태’로 검찰의 과잉수사 논란이 벌어지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서초동 검찰청사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는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외치는 시민의 행렬로 가득 메워졌다. 시민의 직접행동이 국회를 움직인 것이다.   
한국당과 보수언론은 공수처 반대를 위해 굳건하게 뭉쳤다. 이들의 담합은 ‘문재인정권 반대’의 연장선으로 이해하면 된다. 검찰의 속사정은 심각하다. 얻는 것은 거의 없는 반면, 잃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검찰이 누려왔던 독점권한들이 무너지면 설 땅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무너지는 게 크다. 공수처 검사가 영장을 들고 검찰총장실과 서울중앙지검장실도 털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교체기에 대비해 쌓아놓은 은밀한 첩보자료나 법원이 요구해도 내놓지 않던 기록들도 성역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건 내부의 치부가 들춰지는 일이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고위경찰의 직무 관련 범죄는 독자 수사해 기소할 수 있다. 횡령 배임 알선수재 등 뇌물범죄는 물론, 직권남용 직무유기 비밀누설 피의사실공표죄 등 직무관련범죄도 해당된다. 공수처가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검찰 범죄’를 손보려 할 것이 두렵다. 박근혜정권 당시 하명에 따라 은폐 왜곡한 ‘검찰 농단’ 사건들도 파헤칠 수 있다. ‘정윤회 문건’이나 ‘세월호참사 왜곡’ 수사까지 시효가 남은 사건은 수사대상에 포함된다. 직권남용은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이다.  
검찰 가족끼리 대놓고 봐줬던 전관예우 관행도 어려워진다. ‘불멸의 신성가족’을 끈끈하게 연결해준 경제적 이해관계의 카르텔이 깨지는 것이다. 전화 한통화로 억원대를 챙기거나 1~2년만에 백억원이상 모았다는 검찰출신 변호사들의 신화는 더이상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1차수사권까지 경찰에 넘어가면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경찰의 검사에 대한 수사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가로막아 왔기 때문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검찰 출신 선후배 국회의원들이 검찰개혁 입법에 반대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검찰은 집요한 정치공작을 벌여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서는 부인은 물론, 아들 딸까지 탈탈 털었다. 부인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조 전 장관은 불구속 기소됐다. 혐의내용도 논란이 많다. 아들의 온라인시험을 도와준 것을 업무방해혐의로, 딸이 장학금을 받은 것을 뇌물혐의로 적용한 점은 재판에서도 논란이 빚어질 것이다. 정작 사모펀드 등 비리관여 혐의는 없었다. 변호인이 ‘인디언 기우제’라고 항변한 이유이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처럼 범죄혐의를 찾아낼 때까지 수사한 검찰을 빗댄 말이다.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준 한국당에 대한 우호적 태도도 입길에 올랐다. 딸의 입시비리 의혹으로 시민단체로부터 수차례 고발당한 나경원 전 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를 미적거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공수처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뒤 올해 초에야 패스트 트랙 충돌사건으로 여야의원 28명을 재판에 넘긴 것도 그렇다. 형평을 고려했는지 한국당 23명, 민주당 5명이 기소됐다. 사건발생 8개월만이다. 노련한 ‘정치 검찰’의 정치적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검찰의 훤히 들여다보이는 정치적 행태는 이밖에도 많다. 검찰개혁을 앞장서 추진중인 청와대를 향한 공격이 그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명분으로 내세운 ‘감찰 무마’의혹 사건은 청와대와의 갈등을 불러왔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당시 불거진 사건이다. 조 전장관은 정무적 판단이라고 주장했으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수사중단이나 불기소처분, 또는 과잉수사 및 억지기소를 한 수많은 검사들도 모두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 기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정권까지 정권의 시녀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정권의 하명수사를 제대로 수행하면 영전하는 특전을 누리기도 했다. 반면 죽은 권력이나 죽어가는 권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혹했다는 평판도 들어 왔다. 이를 통해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성장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의 독점 권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반발이 극심해졌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찰주의자’ 윤석열총장의 성향도 한몫했다. 검찰간부 인사를 둘러싼 ‘항명파동’도 그중의 하나이다. ‘검찰당수 윤석열’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다.   
공수처가 설치되고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뤄진다고 해서 검찰이 껍데기로 전락하지는 않는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고위경찰을 빼놓고는 기소권이 없다. 청와대 등 다른 권력기관의 수사엔 여전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힘이 셀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시민의 힘으로 만든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할 하나의 작은 시작이지만 거대한 검찰개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공수처가 수사대상 모두를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공직자의 부패나 검찰의 권한남용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만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불공정수사를 근절하는 수단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사정기관 간의 상호견제가 가능하게 됐다. 사정기관이 바로설 수 있는 틀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선의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권력기관은 없다. 시민의 감시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김주언(논설주간·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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