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이런 것도 시가 되나 - 3
그처럼 아껴서 살림하는 어머니에게 꿈이 하나 있다.
한겨울에도
부엌에 수돗물 철철 넘쳐나는 집
길가에서 멀리 떨어져
먼지 좀 안 들어오는 집
우리 어머니의
꿈 하나
탄광마을에 사는 ‘어머니의 꿈’이다. 어찌 보면 꿈이랄 것도 없는 소박한 마음이다. 그러나 탄광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평생 이룰 수 없는 진짜 ‘꿈’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평범한 일이 그들에게는 간절한 소망이고 꿈인 셈이다. 그들은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탄광마을에 오면서 ‘약속’을 했다.
이곳에 이사 올 때
아버지는
오 년만 살고 가자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훈이네도
금옥이네도
성욱이네도
우리와 같은 약속으로 살러 왔는데
성욱이네 넉 달도 못 채우고 떠나갔고
정훈이네 금옥이네
벌써 십 년째랍니다
거짓말 모르던 우리 아버지
약속을 지키실지 궁금합니다
이곳(탄광마을)에 올 때 누구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마음 다잡아 먹고 왔지만 그 꿈을 이룬 사람은 없다.
성욱이네는 탄광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앞으로는 좀 더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가 그러한 그들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아빠랑 나랑’ 함께 외친다.
영순이 생일이라고
금희랑 시장에 갔다
예쁜 수첩을 샀다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데
세원탄광 사무실 벽에
노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탄이 안 팔린다 정부가 책임져라”
아빠가 소리지르고 있었다
나도 속으로 소리를 쳤다
“탄이 안 팔린다 정부가 책임져라”
이렇게 외쳐 보지만 현실의 생활은 더 나아질 것이 없다. 그래서 아버지는 생각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늦잠에서 일어나신
아버지
창밖을 보다 말고
혼잣말을 하였다
벌써
못자리할 때가 되었구나!
소리 없이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요일’이라는 시다. 다른 날에는 일에 쫓겨서 이런 생각을 할 틈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한들 무엇하랴. 고향에서 일구어 먹을 논밭이 있었더라면 이곳에 왔겠는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