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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다 지도록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구슬픈 노래[박상건 섬과 등대여행] <70>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 후포등대
  •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20.01.0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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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경북 울진군 풍경은 강원도 심산유곡 절경과 어우러진 해안선, 그 앞으로 푸르고 육중하게 출렁이는 동해가 열린다. 명품해안도로 7번국도 따라 철썩철썩 파도치는 울진 망양정 지나 한반도 지도의 허리께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망양휴게소다. 다시 사동항 지나 구산, 월송정 지나 후포항에 다다른다. 포항 방면에서 떠날 때는 강구항, 영덕 축산항, 고래불, 백석해수욕장 지나 울진으로 들어선다.

후포는 울진군 최남단에 위치한 면소재지 항구로, 남쪽에 영덕군 병곡면, 서쪽에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백암온천의 온정면과 접해 있다. 7번국도 동해바닷가에 옹기종기 들어앉은 어촌에 국가어항 후포항이 있다.

후포 앞바다

평해읍과 함께 울진군 남부중심지 기능을 담당하는 후포면 면적은 22.16㎢, 201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7,619명의 인구가 거주한다. 오징어, 대게, 붉은대게, 꽁치, 광어, 물가자미 등 자연산 먹거리가 풍부하고 특히 울진대게 원조어항으로써 매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열린다.

후포의 전통 굿 중 하나가 오구굿이다. 백사장에 굵은 청죽으로 뼈대를 세우고 천막을 친 굿청에는 바다 쪽으로 상을 차려 놓는다. 제단 중앙에 길대부인, 오구대왕, 바리데기를 그린 무신도를 걸어놓는다. 그 아래 망자의 지방이 있다. 제단 오른쪽에는 대나무와 종이로 만든 용선(龍船), 왼쪽에는 원등이 걸려 있다. 후포에서 행하는 동해안 굿은 화려한 색깔과 다양한 모양의 종이꽃이 인상적이다. 이것은 무당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다.

후포항 동방파제
후포해수욕장

굿은 장구, 징, 꽹과리 장단에 맞춰 무녀가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한다. “간 날은 있건마는 돌아올 날 언제인가 돈 벌어 온다고 나가놓고 백수가 흩날리는 엄마를 두고 자식이 먼저 가니 기가 찰 일이다…아이고 불쌍한 것 이 영가야…”

이는 고기잡이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목숨 잃은 어부들의 원혼을 씻어내는 의식이다. 동해안 굿은 크게 별신굿과 오구굿으로 나뉜다. 별신굿은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빌기 위한 축제 형태의 마을굿이다. 오구굿은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원혼의 한을 풀어주고 극락으로 보내기 위한 슬픈 굿이다.

“오소오소 돌아오소/저 한바다가 물이 깊어 못 오시오/배가 고파 못 오시오/목이 말라 못 오시오/젖은 옷 갈아입을 옷이 없어 못 오시오…” 망자의 넋을 부르는 구슬픈 노래는 노을이 다 지도록 백사장에서 행해졌다.

후포항 동쪽으로 25km 지점에 동해의 이어도로 불리는 왕돌초가 있다. 동서 21km, 남북 54km에 걸쳐 있는 거대한 수중암초인데 각종 어종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이다. 또한, 다양한 해조류와 산호류 때문에 화려한 수중경관을 감상하려는 수중레포츠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후포항은 아주 오래된 전통어촌으로 아담하고 정겨운 해변풍광을 자랑한다. 멀리 수평선 너머로 울릉도 가는 뱃길이 열린다. 후포해수욕장에서 북쪽 야트막한 언덕에 후포등대가 우뚝 서 있다. 후포항 걷기여행은 바로 이 해변에서 등대까지 코스가 일품이다. 포구와 방파제 등대를 거쳐 등대까지 아주 천천히 걸어도 50분이면 충분하다.

후포등대

후포항 선착장 끝자락에서 동북쪽으로 해안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가다가 보면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후포항로표지관리소’ 이정표가 보인다. 500m 더 걸으면 후포등대. 이정표가 있는 왼쪽 콘크리트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서 등대에 이른다. 인기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는 강구항과 후포항을 주 무대로 촬영했다. 특히 후포등대로 가는 길목에 극중 최불암이 집으로 오가며 자주 등장하던 계단과 붉은 양철집이 있다. 그 집 위에 드라마 배경의 감초처럼 등장하던 하얀 등대, 그곳이 바로 후포등대다.

경상북도에는 유인등대가 7개가 있다. 대부분 등대원은 3인1조로 순환근무 한다. 그런데 후포등대원은 독도등대 근무를 병행한다. 독도는 배편이 많지 않아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어 2개조가 근무한다. 그래서 경북에는 포항항만청 사무실을 포함, 9개조 등대원이 활동한다.

등대 주변 그리고 후포항 방파제는 동해에서 이름난 낚시터로써 사계절 낚시꾼이 몰린다. 어종은 주로 감성돔, 흑도미, 학꽁치 등이다. 방파제 등대는 1968년 세워진 후포등대 보다 훨씬 이전인 1931년에 새워졌다. 조선총독부 시절 동방파제, 서방파제 도등은 통나무를 세우고 거기에 전등을 달았었다. 1933년에 항로표지식 등을 세웠다. 당시 신문기사에 ‘항만으로서 설비 가 불안하다’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 무연탄항 묵호항과 더불어 공업화를 선도하던 후포항의 더 높은 역할을 요구했던 셈. 당시 후포는 강원도 소속이었다.

후포항은 동해안 항로 중간에 위치하여 동해 중부해역의 어업전진기지였다. 그래서 후포에서 제일 높은 등기산에 등대가 자리 잡았다. 예로부터 이 일대를 지나는 선박의 지표 역할을 위해 낮에는 흰 깃발을 꽂아 위치를 알렸고 밤에는 봉화 불을 피웠다. 후포등대는 1968년 1월 처음 불을 밝혔다. 후포 등대불빛은 35km 해상까지 밝힌다.

후포등대는 후포항과 동해바다를 관망하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울진 일원의 경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수채화처럼 파란 바닷물이 출렁이고 이따금 곡선의 해안절경이 펼쳐지고 곳곳에 툭, 튀어나온 기암괴석과 야생화가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그 뿐인가. 64m에 불과한 등기산 기슭 등대지만 후포항 전경과 멀리 영덕 강구해안까지 이어지는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후포 방파제 낚시

뒤돌아보면 백두대간 낙동강정맥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특히 한겨울 하얗게 눈 덮인 1,004m 울진 백암산의 모습이 장관이다. 푸른 바다와 설경의 대비는 바닷길 여행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이런 고요함과 웅장하고 경이로운 자연에서 나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친 자연적인 고행 길이면서 낭만 길에서 맛보는 여행자의 기쁨이요 행복이다.

이른 아침, 포구로 나가면 첫 그물을 털고 돌아오는 고깃배를 기다리는 녀석들이 있다. 갈매기들은 방파제에 모여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먹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어선 따라 귀항하는 갈매기 울음소리와 날개 짓을 감상하고, 고깃배에서 부려지는 각종 조개와 물고기들 풍경 속에서 어촌과 어민들의 살아 파닥이는 생명력을 읽는다.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월 7일자 [사람과 여행] 연재면

어시장에서는 싱싱한 횟감과 어패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바닷가로 창문이 열린 후포항 횟집촌에서는 언제든지 허리 띠 풀고, 마음껏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문의: 후포면사무소(054-789-4900)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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