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나이? 한국인의 밥상, 단단하게 일어서자! 기운찬 새해 밥상

최불암 나이? 한국인의 밥상, 단단하게 일어서자! 기운찬 새해 밥상

  • 기자명 김지혜 기자
  • 입력 2020.01.02 16:1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KBS1 '한국인의 밥상' 제공
사진=KBS1 '한국인의 밥상'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김지혜 기자]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한국인의 밥상이 2020년 경자년(庚子年), 첫 밥상을 차린다. 거칠고 추울수록 살이 차올라 더 맛있는 바다와 육지의 단단한 보양식을 맛본다.

-포항 호미곶 앞바다의 겨울 으뜸 보양식 ? 돌문어로 차린 새해 기원 밥상

한반도의 호랑이 꼬리에 있는 포항 호미곶은 돌문어잡이가 한창이다. 예나 지금이나 보양식 하면 빠지지 않는 문어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겨울철이 제일 맛있다. 문어는 찬 바람 불면 산란을 위해 수심이 낮은 연안으로 몰려드는데, 특히 호미곶 문어는 암초가 많고 물살이 센 바다에 서식해서 ‘돌문어’라 부른다. 이런 척박한 환경이 육질을 더 쫄깃하게 만든다는데. 마을주민 대부분이 돌문어잡이에 나서는 대보2리! 오늘은 부녀회장 윤경숙(61) 씨가 어르신들을 위한 새해 보양식을 차릴 예정이다.

돌문어에 전복, 가리비, 제철을 맞은 홍게까지 겨울 바다의 진객이 모두 모였다. 여기에 오리까지 곁들여 푹 끓이면 ‘돌문어 해신탕’이 완성된다. 돌문어를 삶은 물은 버리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한다. 문어의 짭짤한 맛이 배어 그냥 마셔도 좋고 육수로 써도 그만이다. 게다가 수용성인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게 녹아있어 피로 해소에도 더없이 좋다. 겨울이면 마을회관에 모여 문어 삶은 물로 국수를 끓여 먹는다는 어르신들. 일명 ‘문어 깔때기’라 불리는 ‘돌문어 칼국수’도 마을 별미로 꼽힌다. 

마을 아낙들이 음식을 차리는 동안 남자들은 제사 준비에 바쁘다. 대보2리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새해가 되면 마을수호신에게 ‘골맥이제’를 올린다. 주로 영남 지역의 전통 마을 공동 제사! 제사상에 빠질 수 없는 건 단연 ‘돌문어’다. 새로 맞이한 경자년에도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차린 대보2리의 새해 밥상을 만나 본다. 

-바다 사나이를 키운 거진항 동해 바다 - 고성 토박이 어부가 차린 도루묵 밥상

작은 바닷가마을인 거진항은 제철을 맞은 해산물들로 풍성하다. 그중 어민들이 이맘때 최고로 치는 건 도루묵이다. 산란기인 겨울이 되면 연안 바위 부근에 서식한다고 해서 동해에서는 돌묵, 돌메기라 부른다. 어판장에서 만난 조정남 씨(58)는 거진항 토박이로, 11살부터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탔다. 뱃일하는 재미에 빠져 학교도 마다하고 바다로 나가기 일쑤였다는데. 거친 파도를 만나는 날도 있고 몸은 고돼도 배 위에서 수평선을 바라볼 때면 마음이 편해지고 잡생각이 없어진다는 정남 씨다.

마을에서 손맛 좋기로 유명한 아내 천정숙 씨(56) 씨도 거진항 토박이다. 그녀가 도루묵 요리비법을 선보인다는데, 생으로 먹어도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지만, 제철에 나는 도루묵을 말려두었다가 겨우내 반찬으로 먹는다. 먼저 머리와 내장, 알을 제거하고 말리면 쫀득해지고 감칠맛이 생긴다. 하루 정도 말린 반건조 상태에서는 매콤 새콤한 ‘도루묵 식해’를 만들기 안성맞춤이고 딱딱하게 말린 도루묵은 자작하게 볶아 ‘도루묵 볶음’을 만든다. 천생 바다 사나이 그를 키운 바다 냄새 가득한 도루묵 밥상을 만나러 간다. 

-문경에 가면 돌 보기를 황금같이 하라! - 거정석 한우 밥상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중앙부에 있는 문경은 예부터 경상북도 제1의 석탄 산지로 유명한 도시였다. 요즘은 새로운 축산도시로 떠오르고 있다는데, 한우농가만 280여 가구에 이를 정도다. 그런데 소에게 주는 먹이가 조금 특별하다. 바로 돌가루! 옛말에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했던가. 문경시민들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돌이 있다. 바로 ‘거정석’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이 돌은 예부터 정화작용이 좋기로 유명해 주민들은 장을 담그거나 물을 정화하는 데 사용했다. 이를 가축 사료까지 응용하게 된 것이다. 

20년 전부터 한우를 키우는 이성재 씨(67)가 한우농가 사람들을 초대했다. 새해 기력을 북돋우기 위해 소고기 잔치를 열 참이다. 거정석을 먹인 소는 잡내와 기름기가 적다는데. 넓게 썬 우둔살에 파프리카, 버섯, 부추 등을 넣고 말아주면 맛은 물론이요, 영양까지 잡은 ‘한우 채소 말이 찜’이 완성된다. 아내 김옥자 씨(64)도 손을 거든다. ‘갈비탕’을 끓일 때 거정석을 함께 넣어주면 불순물이 제거되어 국물에 뜨는 기름이 적다고 한다. 또한, 크고 넓적한 거정석은 좋은 돌판이 된다. 돌을 달군 뒤 한우를 구우면 타지 않고 육즙도 빠지지 않아 최고의 맛을 낸다. 폐광 이후 침체된 문경의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는 한우 농가 사람들의 힘찬 도약을 기원하는 새해 밥상을 맛보러 가 보자.

-장사항의 유일한 여선장이 떴다! ? 속초 바다가 내어준 겨울 생선 대잔치 

속초 앞 동해를 제집 앞마당처럼 누비는 이는 이효진 씨(31)다. 배를 몬 지 올해 4년 차인 그녀는 장사항의 유일한 여자 선장이다. 아직 아버지 이동혁 씨(57)에게 뱃일을 배우는 초보 선장이지만, 학창시절 카누선수였던 그녀는 청춘의 오랜 방황 끝에 아버지의 바다에서 자신의 길을 찾았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회지로 나가고 바닷일을 하는 이들이 줄어든 요즘, 효진 씨는 장사항의 자랑이고 미래이다.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어부 삼촌들이 모였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멍게부터 쏨뱅이, 털 골뱅이, 흑해삼 등, 거기다 귀한 황우럭까지 잡았으니 겨울 생선 대잔치다. 

두툼하게 썬 쏨뱅이회를 채소와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쏨뱅이 회무침’은 새콤달콤 쫄깃해 입맛을 돋운다. 생대구는 포를 떠서 간을 하고, 달걀흰자를 바르고 얇게 썬 감자를 생선 비늘처럼 붙여 구워준다. 여기에 토마토소스를 곁들이면 맛도 모양도 환상적인 ‘생대구 감자전’이 완성된다. 효진 씨가 잡아 올린 해산물과 삼촌들의 손맛이 어우러져 겨울 바다의 힘찬 기운이 가득한 한 상이 차려졌다. 고되고 힘든 길임을 뻔히 알면서도 당당히 자신의 길을 선택한 그녀의 파도 같은 도약을 위해 준비한 삼촌들의 만찬을 만나러 간다. 

한편 최불암 나이는 1940년 생으로 81세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