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 ‘블랙아이스’부터 정부가 해결해야

<김성의 관풍(觀風)>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 ‘블랙아이스’부터 정부가 해결해야

  • 기자명 김성
  • 입력 2019.12.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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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북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차량 28대가 추돌하는 교통사고로 7명이 죽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은데 이어 21일에는 미국 버지니아주 고속도로에서 69중 충돌사고가 일어나는 등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은 ‘블랙아이스(black ice)’였다.

“속도 줄여라”경고만으론 정부의무 부족

규모가 작긴 하지만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크고 작은 블랙아이스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영상으로 사고현장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사고가 빈발해 지자 대통령도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블랙아이스 현상이 나타나는 도로 구간부터 우선적으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블랙아이스는 낮에 내린 눈이나 비가 아스팔트에 흡수되어 있다가 밤이 되면 기온이 낮아지면서 도로 위의 먼지 등과 섞여 얇게 얼어붙은 ‘도로 결빙 현상’을 말한다. 얼음이 얼어붙더라도 투명하여 검은 아스팔트 색 그대로 보여 ‘검은색 얼음’이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부르게 됐다. 이런 현상은 특히 터널 출입구, 다리 위, 호수나 하천 주변, 그늘진 곳, 기온 차가 큰 곳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운전자들에겐 잘 보이지 않아 고속주행하다가 블랙아이스 구간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4~2018년 블랙아이스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는 706명으로 같은 기간 눈길 교통사고 사망자수 186명과 비교해 거의 4배나 됐다. 사망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 블랙아이스가 발생한 도로는 보통의 눈길보다 6배, 건조헌 도로보다 14배 더 미끄럽다. 따라서 블랙아이스 도로에 들어서면 규정 속도보다 20~50% 감속하고, 자동차가 미끄러지더라도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운전대를 똑바로 잡고 직전하여야 안전하다.

교통사고 연간 총비용 23조원, 하루 3천 건 발생

그러나 운전자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경고만으로 정부가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국가가 도로를 뚫고,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을 하는 이유는 자동차 운행이 용이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중 충돌사고가 났다면 서둘러 보완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블랙아이스 예방대책으로 일반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이다. 첫째는 도로에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방법이다. 염화칼슘은 주변의 습기를 흡수하여 녹게 하고, 녹으면서 나는 열로 눈을 녹이게 된다. 하지만 이미 얼어붙은 도로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갑자기 도로가 빙판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염화칼슘 제설액으로 자동분사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도로에 열선을 매설하는 방법이다. 결빙우려가 있거나 눈이 올 때 열선을 작동시켜 얼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문제는 공사비가 많이 들고 전기료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최근에는 블랙아이스 위험 도로에 캐노피(지붕처럼 생긴 덮개)를 설치하거나 다른 AI방식도 실용화 단계에 있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아직도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의하면 201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114만3,175건이었으며 4,185명이 사망하고 180만3,325명이 부상을 입었다. 1일 평균 3,132건이 발생하여 약 11명이 사망하고 4,941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하여 발생한 총 도로교통사고비용은 약 23조 6,805억원으로 추계되었다. 이는 2017년도 국민총생산(GDP)의 약 1.4%, 국가예산의 약 5.9%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망률·km당 자동차 보유율, OECD 34개국 중 ‘하위권’

2017년 산업재해와 비교하면 재해사망자의 2.1배였고, 부상자는 20배가 많았다. 선진국모임으로 불리는 OECD 국가간의 2016년 통계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는 영국 2.8명, 일본 3.8명, 독일 4.3명, 프랑스 5.4명, 대한민국 9.1명이었고,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는 영국 0.5명, 일본 0.5명, 독일 0.6명, 프랑스 0.8명, 대한민국 1.9명으로 또한 높았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2017년 현재 4,437km이며 블랙아이스가 발생하기 쉽다고 하는 교량은 9,369개소, 터널은 1,054개소에 이른다. 자동차 숫자역시 1970년 이후 2017년까지 170배가 증가하여 2,253만대에 이르렀다. OECD 34개 국가에서 km당 자동차 대수를 조사한 결과 스웨덴 1위(9대), 캐나다 3위(18대), 미국 12위(37대), 영국 28위(79대), 이스라엘 31위(149대)였고 한국(190대)과 일본(222대)는 32위와 33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도로공간에 비해 자동차가 많으며, 도로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선 선진국가가 되었고, 도시 건설을 플랜트 수출하는 국가이며,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부터 친환경에너지를 얻어내는 선진 에너지 국가 수준에 있다. 그런 수준에 있으면서도 얼어버린 도로를 방치하고, 환경을 저해하는 염화나트륨이나 살포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열선’ 깔고, 태양광-풍력에너지로 전기료 해결해야

블랙아이스 발생 우려 도로에 대해서는 열선을 깔고, 그 에너지는 주변에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시설을 설치해 전기료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자동차 대 자동차사고가 80.0%, 자동차 대 사람사고는 13.7%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니 이제부터는 거리 늘리기식 도로건설에 치중하지 말고 안전장치 설치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정치권의 블랙아이스, 부동산 투기에 빠져있는 다주택자들의 블랙아이스, 기업들의 반사회적 블랙아이스들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새명을 앗아가는 도로의 블랙아이스부터 해결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것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가 무슨 정치나 정책을 잘 할 수 있겠는가.

김 성 (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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