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원 칼럼] 부끄러움을 가르쳐주는 10대 소녀 툰베리

[지재원 칼럼] 부끄러움을 가르쳐주는 10대 소녀 툰베리

  • 기자명 지재원 기자
  • 입력 2019.12.18 21:56
  • 수정 2019.12.23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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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다음달 3일에 17세가 되는 툰베리는 1927년 ‘올해의 인물’이 제정된 이후 가장 어린 나이로 타임지의 연말 표지를 장식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툰베리는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올라 주목을 받았는데, 수상자는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 총리였지만 여전히 그보다는 툰베리가 세상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툰베리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4개월전인 작년 8월부터였다. 15세의 소녀는 학교수업을 빠지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매주 금요일 1인 시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툰베리의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에 전세계 140여개국 200여만명의 청소년들이 동참하고 있으며, 툰베리로부터 시작된 이 시위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거대한 환경 캠페인이 되어 전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 9월23일 유엔총회의 초청을 받아 연설한 이 소녀는 “나는 여기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 바다 건너 반대편 학교에 있어야 한다. 당신들은 빈 말로 내 꿈을 앗아갔다”고 총회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대표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이유로 툰베리는 비행기가 아니라 태양광 전지로 움직이는 요트를 타고 보름간에 걸쳐 스웨덴에서 뉴욕으로 건너갔다.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과잉생산’이다. 물질문명과 신기술의 발달은 소비재의 생산을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의류다. 20여년 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SPA브랜드는 일명 패스트패션으로 디자인과 생산, 유통과정이 짧게는 2주일 길어도 한달이 넘지 않는다. 일본의 유니클로와 스페인의 자라(ZARA), 스웨덴의 H&M 등이 그 대표적인 브랜드로 옷값도 몇만원대가 대부분일 정도로 싸고 품질도 좋은 편이다.

싼 가격에, 2주일에서 한달 정도에 신상품이 계속 쏟아져 나오니 직장이 없는 학생들도 용돈만으로 부담없이 옷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모든 의류공장이 당장 생산을 멈추어도, 이미 생산된 옷 만으로도 앞으로 10년동안 남북한의 모든 사람들이 입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더이상 옷이 패션이 아니라 트레션(Trash(쓰레기) + Fashion(패션))이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온 지도 오래되었다.

또한편으로는 쓰레기를 새롭게 활용하는 패션이라는 뜻으로, 트레션이 긍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예컨대 스위스의 프라이탁 형제가 트럭의 폐방수천을 새활용해 프라이탁이란 브랜드로 배낭 등 가방류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전세계적으로 명품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대 조형대학장을 지낸 시각디자인과 윤호섭 명예교수(76)는 국민대 대학원에 ‘그린 디자인 전공’을 개설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제1호 그린 디자이너로 꼽히는 인물이다. 1991년 세계 잼보리대회에서 만난 일본의 환경운동가 대학생을 통해 환경과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윤교수는, 2002년부터 인사동 거리에서 티셔츠에 환경 메시지가 담긴 디자인을 직접 그려주면서 일반인들에게 친환경의 중요성 전파하고 있다. 디자인을 통해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동차를 폐차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등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윤교수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냉장고를 쓰지 마라. 정 필요하다면 가급적 용량이 적은 것을 쓰라”고 권한다. 그의 집에는 냉장고가 없으며 옷이나 모자, 신발 등도 꼭 필요한 것만 ‘단벌’로 갖추고 있다.

이화여대 패션디자인전공 박선희 교수도 윤교수의 뜻에 동참해 10년째 친환경 프로젝트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 매년 <혁신적 디자인 사고>라는 과목을 개설하고 주제를 ‘윤리적 & 지속가능’으로 잡고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들과 쓰레기로 옷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잉생산이 가져오는 폐혜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그 폐혜를 막기 위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매우 드문 게 우리의 현실이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갈수록 삶의 진정성은 잃어버리고 물질적 욕망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작품을 통해 개탄한 적이 있다.

거리에 별의 별 것을 다 가르쳐주는 학원들이 밀림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간판은 하나도 보이지 않느냐면서 아크릴 간판은 못되더라도 조그만 손수건에라도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고 써서 팔랑팔랑 흔들어야 할 것같다고 했다.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면서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알고 있느냐고 세상 사람들에게 묻고 있다. <본사 전무>

타임지 선정 2019년 올해의 인물 그레타 툰베리
타임지 선정 2019년 올해의 인물 그레타 툰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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