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어두운 침묵의 시간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어두운 침묵의 시간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2.13 12:53
  • 수정 2019.12.16 12:5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탈진으로 인해 주인공이 잠의 나락 속에 빠져들려고 하자 그의 혀는 점점 더 아파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승을 떠나는 수도녀를 위해 그의 “혀 끝을 이빨로 물어끊어, 피와 함께 그 죽음의 깊은 목구멍에다, 깊이깊이 밀어넣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한 연구(하)> 213쪽)

갑자기 그에게 분노나 증오가 도발되지 않는 한 대상을 향한 살육의 욕구가 되살아났다. 그는 누구랄 것도 없이, “그렇지 이라도 드륵드륵 갈아붙여볼까? 그렇지, 다시 한 번 돌을 들어, 저 살아 있는 것이 모질게 꿈틀거리는 것을, 살려 달라고 비는 것을, 피를 뿜기는 것을 보았으면도 싶지.”라고 중얼거렸다. (242쪽)

이런 생각이 들자, 그에게 다시 한 번 더 증오나 분노가 없는 살욕, 성욕 없는 수음의 욕구가 불끈 솟아올랐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들피들 웃으며, 돌을 하나 거머쥐고, 촛불중네 가마니 문을 떠들고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는 없었다. 촛불만 그저 변함없이 타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속으로 “제길헐, 그 중놈이 있었으면, 대체 어떻게 그 계집을 간했는지, 그 이야기나 들으며, 조금 더 피들거릴 수도 있었을 것인데...”라고 아쉬워했다.

결국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은 다른 데에서라도 같은 방법에 의해서 그 계집을 죽이려는 데 공모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똑같이 그 계집의 피에 굶주려왔던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하나에게는 그 계집이 목줄기의 대정맥을 맡기고, 하나에게는 맡기지 않으려고 했을 뿐인데, 그것은 순전히 그 계집의 편애 탓이었다.

그는 그의 토굴로 되돌아와 다시 잠을 청해보려고 오그라져 누우며 개새끼모양 대가리를 사타구니에 찔러 넣었다. 그는 소리로써 씨분대 보려고 시도했으나, 말은 조립되지 않고, 이상스럽게도 그의 입에서는 ‘ㄷ’자 발음만 토막토막 쏟아져 나왔다. 혀만 아프고, 언어만 아프고, ㄷ자 발음으로 아팠다.

그러다 그는 결국 울고 말았다. 그의 울음은 해가 지고 있을 때까지 마무리를 짓지 못했고, 종내 딸꾹질로 변했다.

그의 목은 타고 부었으며, 심지어 창자까지도 뒤꼬이고 들었다. 붉은 해는 잘려진 혀처럼 끝나지 않은 울음과 함께 저 흑갈색 사구 속으로 꽂혀 들어가 버렸다. 그리하여, 그에게 바야흐로 말이 없는 침묵의 어두운 세계가 시작되었다.

“솬티 솬티 솬티(Santih-Peace)" (242쪽)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FUTURA ENERGIA 심리영성상담소 seelenscan@gmail.com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