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박월선의 '별을 닮았다'(4)

단편동화-박월선의 '별을 닮았다'(4)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12.1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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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비다!”

상현이가 소리쳤다.

우리는 가방을 머리에 쓰고 교문을 나와 문방구까지 달렸다. 문방구 햇빛 가리개 천막 아래 섰다.

“여기, 휴지 있어.”

상현이가 휴지를 내밀었다. 나는 금이 간 거울로 내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빗물과 비비크림이 흘러내린 얼굴은 엉망이었다. 상현이가 건네 준 휴지로 빗물을 닦았다.

내가 손거울을 들고 턱을 닦고 있을 때였다.

“비비공주! 턱에 흉터 있었어?”

“응? 그게…….”

“너, 비비크림 지우니까 정말 귀엽다!”

상현이가 동그란 검은 안경테 너머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이야. 턱에 별 스티커를 붙인 것 같아.”

재희도 신기하다는 듯 내 턱을 보았다. 처음이다. 내 흉터를 본 친구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상현이가 말한 ‘귀엽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흉터가 별 스티커를 닮았다고?’

문방구에서 새 거울을 사 주겠다는 상현이를 떼어내고 집으로 달렸다. 얼른 별 스티커 닮은 흉터를 보고 싶었다.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까–톡!

아빠다!

–세나야, 안녕? 답장 늦었지.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이제야 새 핸드폰 샀단다. 걱정 많이 했지? 오늘밤 한국 시간 7시 20분에 개기월식을 볼 수 있대. 사진 찍어 보낼 거지? 세나 삐진 거 아니지? ㅎㅎㅎ

–세나, 삐짐! ㅠ ㅠ ㅠ

7시가 넘자, 나는 옥상으로 나갔다. 상현이랑 재희가 말한 별 스티커, 내 흉터를 어루만졌다. 보름달, 지구 그림자가 먹히고 있었다. 거의 다 가려졌다. 해와 지구와 달이 나란히 섰다.

언제쯤 달이 보일까?

옥상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혼자서 아빠 생각을 하다 옥상에 있는 흔들의자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었을 때 담요가 따뜻했다. 엄마가 덮어 주었나……. 천천히 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 한국에 오면 공원에서 자전거 타요.

나는 달을 찍어서 아빠에게 보내고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이젠 흉터 때문에 아빠도 자전거도 혼자 두지 않을 거야.’

그때였다. 달빛이 어둠속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휘영청 밝아졌다.

 

이젠 비비크림을 바르지 않고 학교로 갔다.

“어? 비비공주, 오늘은 비비 안 발랐네.”

“안 한 게 더 예쁜데?”

“세나, 턱에 흉터 있었어?”

“응. 처음 자전거 배우다 넘어져서 생긴 흉터야.”

상처를 당당하게 말하고 나니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후련했다.

“흉터는 상처가 아니라 추억이야.”

상현이의 당당한 모습이 떠올랐다.

“세나, 만날 땅만 보고 다닐 때는 몰랐는데 예쁘다.”

“맞아.”

상현이가 말하자 아이들이 맞장구를 쳤다. 오지랖 넓은 상현이는 내가 아끼는 거울을 깨뜨려 놓고 능청이다.

“귀엽다.”

“흉터가 별 스티커를 닮았어.”

나는 자꾸 웃음이 삐쭉삐죽 나왔다.

나는 압살라와 함께 춤을 추고 싶어졌다. 손가락 끝이 저절로 휘감아 올랐다.

 

박월선(한우리독서토론논술 전주덕진구 학원, 동화작가)

데일리스포츠한국 2019년 12월 13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2019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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