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民意 외면한 국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뭉그적

<김성의 관풍(觀風)> 民意 외면한 국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뭉그적

  • 기자명 김성
  • 입력 2019.12.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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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정기 국회가 끝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채 문을 닫았다. 내년 5월까지 임시국회가 남아있다고 하지만 내년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도 민감할 수 있는 이 법안을 통과시킬지 미지수이다.
이 법안 개정을 위한 지방의 노력은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가장 최근 일로는 지방자치 4대 협의체가 지난 2일 합동으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법안소위 미상정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4대 협의체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권영진 대구시장),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회장 신원철 서울시의회의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염태영 수원시장),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회장 강필구 전남영광군의회의장) 등으로 더 자세히 말하자면 지역주민이 선출한 풀뿌리 민주주의 대리인들의 공식적인 모임이다. 이들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을 향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더 잘 해보려고 대폭 손을 본 지방자치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지방선출직이나 국회의원이나 모두 국민이 선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법을 통과시켜달라고 애걸하고, 한 쪽은 미적미적 미루기만 하는 희한한 일이 대한민국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방자치법 외에도 지방자치분권 관련 법안으로 주민참여 3법(주민조례발안법, 주민소환법, 주민투표법), 지방이양일괄법, 경찰법, 지방세기본법, 지방재정법,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등 9개 법이 쌓여있다. 가장 핵심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정부가 독자적으로 제출한 것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자치분권위원회,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지방자치 4대 협의체,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오랜 협의 끝에 작성된 것으로 이렇게 전체적인 합의하에 발의된 경우는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3월 29일 이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의원 발의 법률안도 잇달아 제출되었다. 이로 인해 생긴 전부개정안 관련 주요 쟁점을 보면(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①대도시 특례시 지정 기준 관련 전부개정안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고 있으나, 의원발의안과는 차이가 있다. 특례시 지정에 있어 인구가 중요한 지표이지만, 그 외에도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해 다양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②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관련 전부개정안은 직원 임명권을 광역의회만 부여하고 있으나, 광역이나 기초 구분없이 지방의회에 임용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특히 인사권 독립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관리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③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과 관련해 전부개정안은 시·도 부단체장 직위 설치의 자율성을 강화했으나, 여전히 자치조직권 관련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 향후 방만한 조직운영으로 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최소 기준을 제시해야하고, 자치단체는 자율 규제토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④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의 다양화로 전부개정안에서는 주민투표에 의해 자치단체의 의회 및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기관구성 방식은 지방선거, 지방공무원 조직·인사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관구성의 유형별로 파급효과를 점검하고, 연계 법률 개정사항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국회 행자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도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안이 확정되려면 법률심사소위원회와 행자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법사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치고 다시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9개월이 지나도록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다 보니 전국의 각 지방이 목이 터지도록 이의 통과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 법률안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정치에서 여당과 야당이 피튀기는 정쟁을 벌이는 것과는 백팔십도 달리,  ‘민식이 법’ 과 같이 무쟁점 법안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의도적으로 지루하게 뭉그적거리는 이유를 추정해 본다면 다음과 같이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풀뿌리 민주주의 훈련으로 깨우친 주민들이 등장하여 국회에 간섭을 강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주민소환제는 현재 지방자치제에서만 적용되고 있고, 이번에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소환제가 국회로까지 비화되는 것을 바라는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다. 지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추측들이다. 둘째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회의원의 간섭이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 아니냐는 추측이다. 오래 전부터 국회의원은 자치단체장과 함께 지방의 영주(領主)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세인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법안들은 지방행정에 주민참여를 강화하도록 되어 있어 국회의원들이 지방정부에 개입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셋째는 양당제 국회를 선호하는 거대정당들은 지방자치 4단체 협의회가 중앙의 정치환경과는 상관없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 이 법안 통과를 계기로 지방자치 세력이 계속해서 국회를 압박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지방 선출직에 대해서 선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금의 국회의원 위상도 줄어들지 않을까도 염려할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지난 9일 국회에서 서둘러 통과된 민식이 법이 보여준 것처럼 국민 전체가 지방자치 관련 법 통과를 촉구하고 나선다면 앞당겨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통과를 계속 미룬다면 무서운 국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앞으로 5개월 동안 국민혁명이 필요한 기간이다.

김성(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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