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허공으로 떠오른 수도녀의 영혼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허공으로 떠오른 수도녀의 영혼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2.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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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수도녀가 세상을 하직한 지 이틀째 저녁, 주인공은 그녀의 친구들이 망인과 생인을 위해 젯밥을 지어와 한바탕 곡을 하고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다시 그녀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는 목젖까지 치밀어 오르는 허기 때문에 별빛 아래서 젯밥을 혀가 태워지는 아픔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는 어둠 속에서도 희게 돋아올라왔던, 그 얼굴을 잃은 얼굴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녀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이었던 그의 엄니의 역할을 대신했던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를 여읜 그에게 끝없는 절망의 밤이 되풀이 되었다. (<죽음의 한 연구(하)> 225쪽)

그러는 새에도 처량 없이 날은 밝아져 이제 그가 유리에 첫 발을 붙인지 25일째가 되었다. 그는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이 고운 화육(花肉)을 가졌던 그녀의 육체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아름답던 살이 진구렁같이 변하고, 비둘기 같던 그녀의 눈이 썩음을 흘리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는 윤회가 그녀를 갈[耕]아, 포도주 향기 같고, 각양 향품보다 승하던 그녀의 사랑이 악취가 되어 버린 자리에 서서, “아, 물은 본원으로 돌아가고, 숨은 불려가 버렸으니, 널 껴안는다 하더라도 한줌의 흙, 흙뿐이겠구나. 그리하여 너는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해 버린 샘이 되어버렸구나!”하고 탄식했다.

그 후, 그는 다시 <바르도 퇴돌(Bardo Thosgrol): 티벳 사자의 서> 의식을 진행했다. 그녀의 영혼이 이 번에 마주할 단계의 빛은 대지의 원소의 원초적 형태가 노란 빛으로 아주 맑게 빛나는 빛으로, 그것은 ‘평등한 지혜의 빛’이다. (226쪽)

이 때가 되면, 인간 세상으로부터 흐린 청황색 빛이 나타나, 아만(我慢)의 업력에 의해 그녀의 마음에 대항하여 칠 것이다. 그녀의 영혼이 노란 빛에 겁내고,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며 흐린 청황색 빛을 집착하게 되면, 다시 한 번 인간으로 태어나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

헌데, 그녀의 영혼은 그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 생로병사의 저 인간 세상의 고해에 집착해버리고, 그러나 아직 열린 모태도 없는 허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저 맑은 노란 빛의 침공에 두려워하고, 그것이 자기 지혜의, 그리고 자기의 참된 빛인 것을 외면하고, 저 흐린 청황색 빛에 탐닉하여 합류해 버렸다. 그러자 그녀 내부의 탁한 청황색 빛이 그녀의 몸속으로부터, 그녀의 몸의 형상으로 일어나더니, 뭔지 몸과 그 혼령 사이의 줄이 끊기자, 둥둥 빈 곳으로 떠올랐었다. (229쪽)

그녀의 영혼은 결국 모태를 찾지 못하고 돌아와, 종내 나직이 (주인공의) 머리 위로 내려와, (그의) 양미간을 바로하여 조용히 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업과와 아집이, 순전히 한 사내에의 애착으로 하여 짜여넣어진 것을 알았다. 그는 정처 없는 속집(俗執)의 고혼이 된 그녀의 영혼이 들어가 닫을 자궁을 찾아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 처한 것을 감지하고 참으로 애석해 했다. (230쪽)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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