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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역사 털고 영일만 새 희망을 켜는 호미곶등대[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65) 포항시 호미곶면 호미곶등대
  •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19.12.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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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호미곶등대는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곶길 99번지에 있다. 동해안 7번 국도는 강원도 고성에서 출발해 경북 포항에서, 다시 31번 국도로 이어진다. 31번 국도는 호미곶 끝자락에서 작한다. 31번 국도는 다시 925번 지방도로와 만나 과메기 고장 구룡포와 구룡포해수욕장, 호미곶등대, 국립등대박물관, ‘상생의 손’ 조형물 등 해안 절경 길로 이어준다.

호미곶 갈매기떼

호미곶은 포항 영일만에 돌출한 곶으로 우리나라 지도에서 한반도 호랑이 꼬리 끝부분이다. 영일만의 ‘영일(迎日)’은 ‘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포항시의 옛 이름이고, 장기곶은 조선시대 장기군에 속했기 때문에 유래됐다.

1903년 동경제국대학 지질학자 ‘고토분지로’라는 사람은 우리나라 지질구조를 토끼로 폄하해 발표했고, 이를근거로 ‘야쓰쇼에이’라는 작자는 1908년 지리 교과서에 토끼모양으로 실었다. 일본은 고조선의 공간축소를 위해서도 만주벌판에 생활하던 우리 선조들이 세워둔 기념비를 평양근처 온천으로 옮겨 역사지형을 축소했고 그림을 통해서 조선의 위상을 끊임없이 추락시켰다. 전국 산과 섬마다 민족정기를 끊고자 쇠말뚝을 박아댔다.

구룡포 덕장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 남사고 선생은 한반도가 호랑이 모습으로 백두산은 호랑이의 코,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며 이곳을 명당으로 꼽았다.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象圖)’에는 우리나라 지도를 용맹스런 호랑이로 표현하고 두발을 들고 중국대륙을 향해 포효하며 뒷다리는 제주도를 딛고 대마도 위에 꼬리를 그렸다. 이 그림의 제작 연대는 19세기 말∼20세기 초로 추정되고 작가미상으로 현재 고려대 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구룡포 어시장

호미곶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물고기가 풍부한 곳이다. 오징어 꽁치 고등어 김 미역 전복 성게 등 육질 좋고 싱싱한 풍부한 수산물이 서식한다. 호미곶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이기도 했다. 다산은 옛 장기마을에서 1801년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귀양살이를 했다. 다산은 이곳에서 ‘고우탄’이라는 시를 남겼다.

“지겨운 비 지겨운 비 지겹게도 오는 비에/밝은 해 나오지 않고 구름도 안 열리네./보리는 싹이 나고 밀도 가로눕는데/돌배와 산앵두만 커가는구나./시골아이 따먹으니 시큼한 물 뼈에 스며도/쓰러진 밀 보리 일어나지 못함을 누가 알랴.”

비가 내리는데, 마음 아프게 장맛비가 연일 내리는 데, 아직 수확하지 못한 보리에서는 싹이 나고 비바람에 넘어지는 밀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이들은 이런 어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돌배나 산앵두를 따먹으며 즐거워한다. 쓰러진 밀 보리에 한 해 농사 망친 어른 맘은 홀로 유배 와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다산의 마음과 다를 바 없었을 터.

등대박물관에 전시중인 등명기

유난히 암초가 많고 파도가 거센 영일만에서 1907년 일본 수산전문학교 실습선이 파도에 좌초됐다. 교관 1명과 학생 3명이 사망했다. 아직도 이 지역에는 암초 위에 무인등대(등주)가 세워져 있다. 이듬해 1908년 12월에 유인등대인 호미곶등대가 첫 불을 밝혔다.

우리나라 최초 등대인 인천 팔미도등대에 이어 두 번째로 불 밝힌 호미곶등대 역사는 모두 일본의 대륙진출 야망에 의해 우리 땅을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등대는 그렇게 약소국일 때는 강대국의 이정표였다.

1910년 호미곶등대의 일본인 간수가 피살됐다. <황성신문>에는 “경북 영일만 등대 일인 간수는 작일 해적에게 피살하얏다”라고 보도했는데, 전남 소안도등대에서 일본인 등대수가 죽고 신안 홍도등대에서 해방 후 일본 등대원이 주민들에 의해 모두 쫓겨나고, 죽변등대에서 등대원들이 왜적과 맞서 싸운 사례들로 미루어 보아 항일 의병활동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111년 세월을 이어온 호미곶 등대

호미곶등대는 1900년대 그 시절에 해풍을 정면으로 맞닥뜨린 해안가에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벽돌만 사용해 26.4m, 그러니까 6층 아파트 높이로 쌓아올려 만들었다. 등대 불빛은 35km까지 비춘다. 훗날 시멘트 모르타르를 덮어씌우기는 했지만 이 축조기술에 정말이지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렇게 호미곶등대는 111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오늘에 이른다. 등대 건립 당시 명칭은 동외곶등대였다. 당시 호미곶을 동해 바깥쪽이라고 해서 ‘동외곶’이라 불렀다. 1934년 장기갑등대로 변경되었는데 일본인들은 ‘곶’을 ‘갑’으로 낮춰 개명했다. 2002년 2월, 비로소 대한민국의 기상을 담은 옛 이름대로 호미곶등대로 변경했다. 지역명칭도 2010년, 호미곶면으로 개칭됐다. 호미곶등대는 경상북도 지방기념물 제39호이다. 호미곶등대 역사는 호미곶 향토사의 근간이고 우리 민족 등대문화의 근현대사이다.

등대 출입문과 창문은 고대 그리스신전의 건축기법인 박공양식으로 장식됐다. 상부는 돔형 지붕 형태에 8각형 평면을 받치고 있다. 하부로 갈수록 점차 넓어지는 형태이다. 층계는 백팔계단으로 주물로 만들었다. 탑 내부 천장에는 대한제국 황실 문양 오얏꽃이 새겨져 있다. 층마다 이 무늬가 새겨져 있다. 가덕도등대를 비롯 옛 등대에서 볼 수 있는 문양들이다. 한국 등대의 역사가 강대국에 의해 설치된 등대였음으로 국화를 그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역사는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내일이 없다.

호미곶 상생의 손

이러한 등대의 뒤안길을 한 눈에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이 국립등대박물관이다. 1985년 2월 7일 개관했다. 3000여 점의 자료와 유물을 소장하는 등대박물관은 호미곶등대와 함께 우리나라 모든 등대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박물관은 평일 오전 9시~ 오후 6시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매주 월요일, 설날, 추석당일은 휴관한다. 단, 월요일이 공휴일일 때에는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평일 휴관한다.

등대박물관은 자유학기제를 맞아 직원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체험학습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체험관에서 활동지 학습을 통해 체험해보며 등대와 항로표지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유아・초등생 대상 ‘꾸러기 등대원’, 참가자들이 기획전을 만들어보고 발표를 통해 큐레이터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진로 교육프로그램 중・고생 대상 ‘나도 큐레이터’를 비롯하여 ‘독도등대종이접기’, ‘등대캠프’, ‘등대해양문화 해설사와 함께 하는 박물관 투어’, ‘등대견문록’, ‘등대의 하루’, ‘등대 종이접기’, ‘바다 속 세상, 젤캔들’, ‘박물관 대탐험’, ‘박물관 스탬프 투어’, ‘반짝반짝 등대 이야기’, ‘찾아가는 국립등대박물관’, ‘하루만에 등대학교 졸업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은 대상인원 15인 이상만 가능하며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예약 문의전화는 054-284-4857.

아울러 국립등대박물관은 세계강국의 길로 들어선 나라답게 복합해양문화공간으로 재탄생을 준비 중이다. 단순한 전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청소년들의 원대한 꿈과 희망의 해양문화공간으로서 여가활동 및 자유학기제 활용, 가족단위 여행객에 맞춤형의 국립등대박물관으로서 교육문화 공간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2019년 12월 3일자 연재면

다가오는 2021년에는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한 가상체험과 입체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공간으로 재구성한 등대문화관과 교육생활관, 야외전시장, 세계관, 기획전시실, 아카이브실, 강의실, 유소년체험실, 동해바다를 조망하는 등대카페와 유소년체험관 등을 선보인다.

등대박물관 정문에서 오른쪽 길로 나가면 호미곶광장이다. 화합과 상생의 의미를 담은 그 유명한 ‘상생의 손’이 바다에 있다. 변산반도 천 년대 마지막 햇빛, 피지섬 새천년 첫 햇빛, 호미곶 새천년 첫 햇빛 등 3개의 빛이 합쳐져 안치된 불씨는 각종 국제대회 성화의 씨불로 사용되고 있다. 또 해와 달의 설화 주인공인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가 금실 좋게 마주한 형상을 만날 수 있다. 문의: 국립등대박물관(054-284-4857)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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