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지방소멸, 대한민국 ‘붕괴위기’로 보아야

<김성의 관풍(觀風)> 지방소멸, 대한민국 ‘붕괴위기’로 보아야

  • 기자명 김성
  • 입력 2019.11.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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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제20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에서 발표된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의하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97개 지역이 지방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전체 시·군의 42.5%가 해당되는 것이며, 2013년 75개에서 6년만에 22개 시·군이 늘어난 수치이다.

허물어진 지붕, 쓰러져가는 담장, 풀이 우거진 도로를 어슬렁거리는 개와 고양이들. 영상으로나 보았던 폐허 모습이 우리나라 국토의 절반 정도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경고이다.

한국 시군 42% 소멸 위기…수도권 광역시만 제외

이 내용을 발표한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에 의하면 소멸이 심각한 소멸고위험지역(0.2미만)은 경북 봉화·영양·영덕·청송·의성·군위군, 경남의 청도·합천·의령·산청·남해군, 충남의 서천군, 전남의 함평·신안·보성·고흥군 등 모두 16개였다. 세종시(1.56), 서울(1.02), 인천(1.05), 경기(1.09) 등 수도권과 광주(1.01), 대전91.01), 울산(1.09) 등 지방의 일부 광역시만 보통이상이었고, 전남(0.44)과 경북(0.5)은 소멸위험진입단계(지수 0.5 미만)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8개 광역자치단체들도 점차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멸고위험지역에서 소멸을 부채질 하는 요인은 20~39세 여성의 순유출(2012년부터 4년간 22.8% 감소)과 초등학교 학생수 감소(2011년 대비 2016년 23.7% 감소)였다. 이로 인해 빈집 비율은 15.9%(전국 평균 6.6%), 1인 가구 비율 35.6%, 재정자립도 13.2%(정상지역 39.1%)로 하향 추세를 보였다. 또 2013년부터 4년간 고용위기지역에서 35,395명이 유출되어 63.3%(22,407명)가 수도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 수도권 집중화가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지방의 소멸은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등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경기도가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저출산 원인으로 양육비와 사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이 가장 많았고(34%), 자녀 양육 심리적 부담(13%), 집값 등 과도한 주거비용(12%) 순이었다. 여성의 경우에 있어서는 휴직 곤란 및 경력단절(13%)이 남성(5%)과 비교해 훨씬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도 지난해에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이 역대 처음 1명 이하(0.98명)로 떨어지고 총인구 감소시점이 2029년으로 3년 앞당겨지는 등 급격한 인구감소가 예고되자, 2019년 11월 6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교사 인원을 줄이고, 군병력을 현재 57만9천명에서 2022년 50만명으로 줄이는 한편 병역자원을 군간부 중심으로 충원하고, 35세 이하 귀화자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농업 중심 지방, 또다시 글로벌 위기에 직면

농업이 주업인 비수도권의 소멸을 위협하는 원인에는 글로벌 변화도 있다. 정부가 지난 10월 25일 WTO에서 농업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였고, 11월 4일에는 아세안 10개국 등 15개국이 FTA 일종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후속조치가 진행되면 외국산 농산물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들어 올 것이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이후 우리나라 농업이 큰 타격을 받아왔는데 앞으로 더욱 피해가 늘어나게 됐다.

비수도권은 인구가 감소하자 별의별 아이디어로 인구감소를 막는 작전을 펴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올려 지급하고, 전남 화순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수 감소를 막기 위해 교사용 사택에 주택을 지어 진학 학생 가족에게 제공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오락가락하는 탁상행정만으로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비상사태를 선언하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지방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는 비수도권에 수도권과 맞먹는 규모로 자족할 수 있는 대도시권들을 구축하여 사람이 몰리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물론 수도권 수준만큼 교통·교육·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또 4차산업부터는 수도권 배치는 중지하고 지방 대도시권에 배치하여 먼저 청년들이 일자리를 마음대로 선택하고, 주택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굳이 수도권으로 찾아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둘째 농촌에 생산-가공-소비-체험이 순환되는 6차산업을 구축해야 한다. 농촌은 한국인의 고향이다. 고향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감흥을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도시건설을 플랜트 수출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정부의 의지부족이라고 밖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세 농민도 도시의 최저소득 수준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연평균 농가소득은 1995년 2,180만원에서 2018년 4,206만원으로 2배 정도 늘어났으나 도시근로자 가구당 평균 소득(6,482만원)과 비교하면 65%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도·농간의 소득격차가 지방소멸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을 올려주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대도시권’ ‘6차산업’ 구축으로 해결을

넷째, 잘 사는 수도권 자치단체들이 비수도권 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일이다. 지방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값싼 노동력과 농산물 공급으로 수도권이 성장하도록 희생해 왔다. 이제는 수도권이 지방을 도와 함께 잘 사는 한반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자립도 보다는 재정자주도를 높여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지역을 활성화 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지방의 소멸을 대한민국의 ‘붕괴 위기’로 보고 새롭고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김성(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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