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영화 ‘블랙머니’가 ‘론스타 먹튀사건’ 진상규명 끌어낼까

<김주언 칼럼>영화 ‘블랙머니’가 ‘론스타 먹튀사건’ 진상규명 끌어낼까

  • 기자명 김주언
  • 입력 2019.11.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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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먹튀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영화 ‘블랙머니’가 론스타 사건의 진상규명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블랙머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 과정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개봉 5일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론스타가 벌인 외환은행 헐값인수 사건을 풀어냈다. 피의자의 자살로 곤경에 처한 검사가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 내막을 파헤치다가 거대한 금융비리의 실체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정지영감독은 어렵고 복잡한 경제문제를 알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냈다.
론스타 먹튀 사건은 한국 최대의 금융스캔들이다. 외환은행을 불법으로 인수하고 천문학적 이익을 남긴 론스타. 론스타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5조5,000억원대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투자자-국가분쟁(ISDS)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은행을 소유할 수 없던 산업자본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인수한 뒤 매각을 통해 수조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그럼에도 적반하장격으로 한국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론스타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국내 경제관료(모피아)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아직 명확한 진상 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론스타를 둘러싼 음모와 진실은 무엇일까. 시민사회는 영화상영을 계기로 ‘론스타를 고발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론스타 먹튀’ 과정의 특혜와 불법을 알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회견에는 심상정 정의당대표와 금융정의연대 민교협 학단협 민변 참여연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기소중지중인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 범죄인 인도요청 등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 매입과 매각 과정의 불법과 모피아들의 매국적 공모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론스타 먹튀 사건은 10여년동안 이어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건의 성격은 명확하다. 한마디로 하면 이렇다. “도둑놈들이 어느 집에 와서 물건을 훔쳐갔는데 허락받고 대문으로 나갔다며 우기는 사건”이다. 권영국 변호사의 촌철살인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몰아닥친 금융기관의 부실을 정상화하기 위한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취한 비정상적 행위가 미국계 사모펀드의 배만 불려준 셈이다. 론스타는 매입 및 매각 과정에서 불법을 자행했고 한국정부는 눈감아 주었다. 
외환은행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2003년 9월 조작된 BIS(자기자본)비율을 근거로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둔갑시켰다. 정부는 은행소유 자격이 없던 미국계 투기자본 론스타에 헐값에 매각했다.(지분51% 인수).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 외환카드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고발됐다. 2003년 11월20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론스타측 사외이사인 유회원 등이 주도하여 외환카드의 주가를 하락시키기 위해 추진계획 없는 허위 감자설 유포를 결의했다. 다음날 이달용 부행장을 통해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외환카드 주가를 하락시켜 403억원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했다는 혐의였다.
8년이 지난 2011년 10월 론스타는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여 증권거래법위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론스타와 론스타측 외환은행 사외이사 유회원은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외환은행은 무죄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2011년 11월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의 주가조작 범죄에 대해 ‘징벌매각 명령’이 아닌 조건없는 ‘단순매각 명령’을 내렸다.
금융위는 2012년 1월 론스타의 산업자본(비금융 주력자) 여부에 대한 심사를 벌였다. 은산분리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금융기관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금융위는 해괴한 결론을 내렸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의 요건에 해당하지만 산업자본이 아니다’라며 면죄부를 준 것이다. 금융위는 하나금융지주에게 지분을 매각토록 하여 외환은행 자회사로 편입하도록 했다.
한국정부는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없음에도 외환은행을 인수해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도록 방치했다. 게다가 단순매각 명령으로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은 채 하나금융지주에 지분을 매각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론스타는 4조7,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초과이익을 챙겼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론스타의 불법행위를 방조하거나 묵인한 셈이다. 국내 모피아들이 론스타의 하수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이유이다. 
법원은 정부의 판단에 잘못이 있음을 확인했다. 서울지방법원은 2012년 3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정기주총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 결정문에서 “론스타가 적어도 2005년부터 일본 골프장을 매각하기 전인 2011년 12월초까지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였음”을 확인했다. 특히 “외국자본에 대한 은행법 적용을 배제 또는 완화하거나 신뢰보호를 이유로 론스타에 불이익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금융감독당국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명확하게 판시했다.
한국정부의 단순매각 명령은 론스타에게 빌미를 제공했다. 론스타는 적반하장으로 금융위의 잘못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한국정부를 상대로 ISDS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금융위의 외환은행 매각가격인하 압박과 금융위의 매각승인 지연, 부당한 세금 부과로 손해(46억7,950만달러)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ISDS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중이다. 민변은 중재심리에 참관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반대해 참관을 불허한다”는 이유였다. 천문학적 세금이 걸린 사건의 진행과정을 납세자인 국민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소송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변호사가 재판을 맡고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민변이 두차례 변론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이명박 박근혜정부가 동조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해 올림푸스캐피탈에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달라고 외환은행을 상대로 국제중재를 요청했다.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는 2014년 올림푸스캐피탈 배상금을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각각 50%씩 분담해야 한다고 중재결정을 내렸다. 외환은행은 2015년 이사회 결의도 없이 론스타에게 413억원을 구상금으로 지급했다.
론스타는 국내 금융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유죄가 확정된 관련자들도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으나 진행된 것이 없다.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12년째 형식적으로 범죄인 인도절차만 진행중인 셈이다. 론스타 사건은 ‘연루된 인물이 많지만 구속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희안한 사건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할리우드 영화 ‘겨울왕국2’가 개봉하면서 블랙머니 상영 스크린 수가 사라지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미국 거대자본이 약소국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는 영화 속 상황과 ‘블랙머니’가 처한 현실이 겹친다”며 씁쓸해 했다. 블랙머니가 한국 최대의 금융스캔들의 진상을 파헤치고 범죄자들을 엄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사회에서 또 하나의 막강한 미디어로 부상한 ‘영화의 힘’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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