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 박예분의 ‘집 없는 달팽이’ (1)

[단편동화] 박예분의 ‘집 없는 달팽이’ (1)

  • 기자명 박예분 기자
  • 입력 2019.11.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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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예분 기자] 어제는 겨울비가 기와지붕을 적시더니, 오늘은 칼바람이 무섭게 불었다. 바람은 온 집안을 기웃거리며 으르렁댔다.

창문이 마구 흔들리고 커다란 나뭇가지가 휘청거렸다. 장독대도 꽁꽁 얼어붙었다.

바람은 뱀처럼 허름한 욕실 귀퉁이를 날름거렸다. 찬 기운이 욕실 가득 스몄다.

욕실 천장에 사는 어린 달팽이들이 몸을 잔뜩 웅크렸다. 엄마 달팽이가 더듬이를 세워 바람을 쫓았지만 소용없었다.

엄마 달팽이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후유, 이러다간 꼼짝 없이 모두 얼어 죽겠네”

엄마 달팽이의 한숨 소리가 욕실 천장 안을 맴돌았다. 어린 달팽이들은 작은 눈을 힘없이 끔벅거렸다.

“엄마, 너무 추워요.”

“배고파 죽겠어요!”

막내 달팽이가 칭얼거리자 엄마 달팽이가 몸을 길게 늘였다. 그리곤 막내 달팽이를 품에 꼭 안았다. 막내는 곧 스르르 잠이 들었다.

“너희들도 이리 가까이 오렴.”

어린 달팽이들이 온 힘을 다해 엄마 곁으로 다가갔다. 엄마 달팽이의 품은 아직 따뜻했다.

춥고 배고프고 무섭다며 징징거리던 어린 달팽이들도 모두 잠이 들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11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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