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 김자연의 개미굴 지키기 (2)

[단편동화] 김자연의 개미굴 지키기 (2)

  • 기자명 김자연 기자
  • 입력 2019.11.25 09:10
  • 수정 2019.11.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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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김자연 기자] “걱정 없다. 여긴 먹을 게 많아”

개미들은 창고로 달려가 말린 애벌레와 풀씨를 가지고 왔다.

“와! 이번이 열 번째야!”

개미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휴, 이제야 정신이 드는 군!”

검은 물체는 개미들이 며칠 동안 먹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서야 기운을 차렸다.

“여기가 어딘 가요?”

“여긴 개미굴이에요. 풀밭에 쓰러진 당신을 우리가 데리고 왔어요. 몸이 회복될 때까지 쉬었다 가세요.”

마음씨 좋은 대장 개미 말에 검은 물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고맙소. 난 뎅이요. 성은 장수풍이고 이름은 뎅이. 이 은혜는 두고두고 잊지 않겠소”

개미들의 정성으로 살아난 뎅이는 머리를 몇 번 숙였다. 개미들은 다 죽어 가는 뎅이를 살린 게 기뻤다.

“어!”

뎅이 머리 위로 흙먼지가 떨어져 내렸다. 뎅이가 긴 뿔을 흔들었다.

“놀라지 말아요. 땅강아지들이 옆에서 흙을 파면 가끔 흙먼지가 날려요”

“이사 가면 되지 않소?”

“이곳은 먹을 게 많아요. 다른 곳에 가도 땅강아지들은 많아요”

뎅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뎅이는 좀처럼 개미굴을 떠나지 않았다.

“왜 안 떠나지? 어휴! 난 뎅이의 단단한 몸만 보면 겁이 나”

“우리가 목숨을 구해 주었는데 무슨 걱정이야?”

“그래도 긴 뿔을 보면 무서워”

“매일 놀면서 우리 양식만 없애는 게 기분 나빠. 우리 대장은 너무 친절해”

발이 큰 개미, 눈이 큰 개미, 짝눈개미, 흰점개미 모두 불만이 컸다.

대장 개미 마음도 편치 않았다. 뎅이가 개미굴에 계속 있는 게 걱정되었다.

개미들은 하루라도 빨리 뎅이가 굴 밖으로 떠나 주길 바랐다. 그러나 뎅이는 개미굴을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개미들을 함부로 대했다.

“음식이 왜 이렇게 엉망이냐? 신선한 나무뿌리 좀 가져와. 어서!”

개미들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대장도 아니면서 우리를 종처럼 부려먹어’

하지만 뎅이 앞에서 감히 소리치는 개미는 없었다.

갈수록 뎅이는 뚱뚱하게 살이 찌는 반면 개미들의 허리는 가늘어졌다.

“누구든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잡아먹겠다”

드디어 뎅이는 개미들에게 겁을 주며 검은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곳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눈 큰 개미의 말에 짝눈개미도 눈을 좌우로 끔벅였다.

“다 죽어 가는 걸 우리가 구해 주었는데. 은혜도 몰라”

“후회해도 소용없어. 못된 뎅이를 쫓아내는 수밖에”

“우리가 저렇게 큰 뎅이를 어떻게 상대해?”

“방법을 찾아야지”

흰점개미의 말에 짝눈개미, 발이 큰 개미 모두 고민에 빠졌다.

“일은 안 하고 왜 쉬는 거야? 엉?”

뎅이의 목소리가 굴 안을 흔들었다.

개미들은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뎅이의 나무껍질처럼 단단한 등가죽, 튼튼한 뎅이의 다리는 보기만 해도 개미들의 숨통을 조였다.

“내 발톱만한 너희들이 감히 나를 어떻게 하겠어? 이제 개미굴의 대장은 나야”

뎅이는 나뭇잎 접시에 놓인 진드기를 빨며 뾰족한 뿔을 흔들었다.

대장 개미가 뎅이에게 다가갔다.

“여기는 개미굴이요. 이제 그만 떠나 주시오.”

“뭐라고? 날 보고 나가라고?”

“우린 죽어 가는 당신을 살려 놓았소. 이젠 당신 마을로 돌아가는 게…….”

“하하 가소롭군. 난 먹을 게 많은 이곳이 좋아. 내가 한 입에 삼켜 줄까? 앞으로는 누구도 나에게 명령하지 못한다. 자, 똑똑히 보아라. 에잇!”

데일리스포츠한국 11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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