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11.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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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있다2>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지난 가을에도 10년 된 학부모가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며 따뜻한 떡을 해서 머리에 이고 학교로 찾아왔단다. 인기의 비결을 물었더니 덤덤하게 대답했다.

“소외된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갖은 것 뿐이야”

그녀는 오늘도 소외된 아이들을 챙기고 있을 것이다.

반 아이들을 위해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양 선생님. 그 분의 순수한 사랑을 보면 내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1학년 담임이 처음이라며 내 경력을 부러워했던 글 잘 쓰는 이 선생님이 있다.

아이들과 한 마음이 되어 아이들을 보듬어 주던 이 선생님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활기찬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 주곤 했다. 그 순수한 열정을 아이들은 무척도 좋아했다.

나보다 어리면서도 더 어른스럽고 지혜로운 차 선생님. 거의 완전학습에 가까운 학습 지도력으로 우리들을 부럽게 만들곤 했다. 차가운 이성에 따뜻한 감성까지 지닌 그녀에게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청하곤 했다.

어린애들이 먹기 때문에 최상의 식품,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먹을거리를 고집했던 영양사 이 선생님.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대단했던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항상 작은 핸드백만을 들고 다녔다. 행여 가방 속에 먹을거리가 들어 있을 지도 모를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했다.

우리는 식사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식사를 한다는 자부심도 같이 먹곤 했다.

아침 식사를 못하고 오는 안쓰러운 아이를 위해 항상 빵을 준비해 두는 선생님이 있다.

그 아이가 어색할까봐 누구든지 먹으라고 넉넉한 양의 빵바구니를 교실 뒤에 놓아두는 정 선생님이다.

보육원에서 다니는 우리 반 아이가 간질을 앓은 적이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증상이 일어났다.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우리 교실이 2층인지라 계단에서 발작이 일어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때 자기는 1층 교실이니 염려 말라며 선뜻 그 애를 맡아 주셨던 이 선생님.

“이 예쁜 녀석아, 이 잘 될 녀석아”

이 선생님은 아이들을 혼낼 때도 좋은 말만 하셨다. 말이 씨가 된다며.

내 주위의 몇 분만을 둘러보았지만 이런 선생님들은 각처에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이런 선생님들은 곳곳에서 보석처럼 숨어 사랑을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오늘도 아이들을 위한 사람을 쉼 없이 펌프질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은 선생님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좋은 선생님들이 더 많다고 믿으며 그 선생님들에게서 미래의 희망을 보고 있다.

<가을 운동회>

집 앞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함성 소리가 들린다. 축구를 하는데 공이 들어갔나 보다. 나는 함성 소리를 듣거나 운동장을 바라볼 때면 예전의 가을 운동회가 생각나곤 한다.

70년대의 가을 운동회는 학교의 큰 행사 중의 하나였다. 그 날은 곧 온 마을의 잔치 날이 되곤 했다.

운동회 시작 몇 주 전부터 교사들은 운동회 준비를 시작 했다.

1학년들의 인기 종목인 큰 공 굴리기를 위해 공을 만드느라 땀을 흘려야했다. 대나무를 엮어 얼개를 만들고 겉에는 풀칠한 천을 몇 번이고 덧발랐다.

균형 있는 둥근 공을 만들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큰 공은 그 학교의 귀중한 물건이 되어 보관되곤 했다.

90년대에도 운동회에 큰 공이 필요해 다른 학교에서 트럭에 싣고 빌려온 적이 있다. 밀가루속의 엿을 찾아 입에 물고 달리기, 카드에 적힌 주인공을 찾아 함께 달리는 손님 찾기, 텀블링, 기마전 등 많은 종목들이 기억난다.

콩 주머니를 바구니에 던져 넣고 청군, 백군 각각 콩 주머니를 세던 그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두 개의 바구니를 대나무에 매달아 붙여놓고 터뜨리는 경기도 있었다. 그 바구니를 장식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바구니 속에 이것저것을 숨겨 넣고 두 바구니를 맞붙여 풀칠을 했다. 바구니가 알맞은 시간에 터져주어야 하기에 적당하게 풀칠을 하는 건 필수였다.

데일리스포츠한국 11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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