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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풍미란 무엇인가…‘행복모란동백’을 찾아서인문학적 감수성을 수제치킨・새우간장에 입힌 맛의 비밀
  •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19.11.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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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남도의 정서를 시로 승화한 송수권 시인은 생전에 밥상의 원리를 맛, 멋, 메시지 그리고 힘으로 분석했다. 시인은 밥상에서 나온 것이 11만 2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우리 몸의 소우주에 뻗친 혈맥을 다스리는 사상의학이며, 공간적으로는 의식주의 배치에 해당된다고 설파했다.

sm수제치킨

최낙언 교수가 쓴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 책을 보면 맛은 ‘맛과 향의 합’에서 끝나지 않는다. 맛은 식품을 섭취할 때 느끼는 ‘감각의 총합’이다. 즉, 미각, 후각에 촉각, 온도감각, 영양, 감정, 분위기, 취향, 심상과 문화가 합한 것이다.

요즘 치맥의 시대가 여전히 음식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는 한 축이 바로 ‘수제치킨’이다. 근사하게 들리지만 실은 별 것 없다. 프랜차이즈업체 치킨이 아니라는 뜻이다. 닭과 튀김옷 등을 공급받음은 물론, 튀기는 시간 등 조리법까지 제공받은 대로 공정을 따라 진행하면 완성되는 치킨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그럼 프랜차이즈 치킨을 거부하고 굳이 수제치킨을 찾는 이들은 그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획일화하지 않은 다양성의 가치가 혀끝에서 구현되고, 존중받길 원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물맛이 다르고, 그 물의 비율과 효모 종류, 첨가 재료, 발효기간 등에 따라 막걸리 맛이 달라지듯 수제치킨 또한 고유의 맛, 차별화한 맛을 구현한다고 말다.

물론 현실은 조금 다르다. 수제치킨임에도 고유의 맛을 갖지 못한 채 여느 치킨들과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프랜차이즈 치킨만도 못하다는 혹평을 받는 곳들도 있다.

‘행복모란동백’이라는 데가 있다. 목소리 높이지 않으면서도 온 정성을 쏟아 붓는 곳이다.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서 5분 남짓 떨어진 작은 식당인 ‘행복모란동백’(이하 행모동)은 수제치킨과 간장새우 등을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평범한 식당이다. 그런데 왜, 단골들이 많을까?

sm고수치킨

이곳은 특이하게도 앞서 인용한 시인과 맛을 인문학을 분석한 것처럼 ‘인문학 정신’을 강조하는 식당이다. 행모동 사장이자 요리사인 양상금 씨가 주목하는 인문학 정신의 요체는 ‘사람에 대한 사랑’, ‘그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빚어가는 또 다른 세상’이다. 그 인문학 정신을 수제치킨과 새우간장에 고스란히 담아낸다고 자부한다.

행모동의 sm수제치킨 만드는 방식을 눈여겨보았다. 먼저 국내산 신선한 생닭을 구매해 직접 개발한 재료로 밑간을 한다. 삼투압에 의한 느리지만 자연스러운 염지방식이다. 치킨의 겉옷은 딱 한 번만 입혀 튀겨낸다. 생닭의 기름을 최대한 제거해 한 마리씩 정성들여 숙성시키는 방법으로 기름 온도를 낮추고 조리 시간을 줄인다. 그래서 겉과 속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퍽퍽살’이라며 호불호가 갈리는 닭 가슴살조차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한 식감이다. 바삭바삭함은 식어도 최소 5시간은 충분히 유지된다. 그래서 식당을 찾은 단골들은 “우리가 왜 프랜차이즈 치킨이 아닌, 수제치킨을 먹어야 하는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은악마치킨(bdc)은 sm수제치킨을 기본으로 하는 매운 간장치킨이다. 손님으로 인연 맺은 서울대 이충근 교수가 “맛있는 간장맛과 청양고추의 깔끔하게 기분 좋은 매운맛이 만나 끝까지 맛있게 맵다”고 평가하여 이름 붙여진 것이다. 물론 행모동 수제치킨의 시그니처는 따로 있다. 바로 ‘sm고수치킨과 bdc고수치킨’이다.

고수셀러드

전혀 한 자리에 있지 않을 듯 하는 치킨과 고수(coriander, 향채)의 낯선 조합이다. 바삭한 수제치킨과 고수향이 각자의 향을 풍기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룬다. 양상금 사장이 강조하는 인문학 정신이 또 다른 형태로 몸을 비틀어 구현되는 지점이다. 재료 각자가 갖고 있는 본성들의 서로 다름이 존중되면서도 함께 공존하며 어우러져 풍성해지는 음식이다.

양 사장은 “고수가 흔한 식재료인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도 볼 수 없는 세계 최초로 만든 음식”이라며 은근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밑간부터 시작해 완성까지 고수가 총 4회에 걸쳐 작업되어 고수 매니아 층을 위해 준비한 메뉴란다. 고수치킨답게 넉넉히 얹어진 고수가 후각과 시각을 먼저 자극한다. 특히, sm고수치킨은 고수가 낯설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치킨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수샐러드는 고수 본연의 맛과 향을 담아내 많은 사람들로부터 깔끔한 맛으로 호평 받는다.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중국 유학생, 관광객들도 조용히 퍼진 입소문을 따라 작은 식당 행모동을 찾곤 한다.

간장새우

행모동 간장새우는 한국식품연구원의 수출식품영양표시 기준에 따라 국내 최초로 시험성적서까지 받았다. 양상금 사장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그의 인문학 정신을 담은 결과물이 공식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행모동 간장새우 제조 방법을 보면 그 이유에 수긍할 수 있다. 간장새우의 주연은 당연히 새우. 맛있는 새우의 크기(12~14cm)를 엄선한다. 여기에 천연재료 13가지를 엄선해 저염방식으로 숙성시킨다. 한약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 결과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은 최적의 간장새우맛이 완성된다. 기업체 등 많은 사람들이 선물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인기 메뉴다.

양상금 대표

풍미에 길들여져 해외에서도 sns로 문의를 할 정도란다. 해외 출국 전에 포장해 가는 고객들도 있다. 이는 진공 냉장 포장기술이 한 몫을 한다.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는 냉장 포장은 48시간 신선도를 보장한단다. 고수치킨을 먹으러 온 중국 여행객들 중에는 간장새우 맛에 눈떠 출국 포장을 해갈 정도란다. 음식의 한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해외 출국 포장 주문은 가능한 5일 전에 연락하면 가장 신선한 상태로 준비할 수 있다는 귀띔했다.

인문학적 풍미란 무엇인가? 최낙언 교수는 책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맛이 있는 음식이 좋은 음식”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인생의 초고의 맛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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