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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윤수 시인, 두 번째 시집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 출간‘여백과 고요의 주름’ 펼치며 내딛는 풍경들 섬세하게 묘사
  •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19.11.0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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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사윤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이 출간됐다. 첫 시집 ‘파온’을 통해 “무사의 감수성으로 낭만의 감각을 예리하게 제어하여 주조해낸 낭만적 현실주의자의 날카로운 시화, 오래 벼려 예리해진 시적 인식의 수확이 담겨 있는 시집”이라는 평을 받았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여백과 고요의 주름’을 펼치며 내딛는 세계를 실감하고 섬세한 언어로 추적한다.

저편 폭죽 터지는 소리에

다리 밑 난간에서 잠자던 새들이

화들짝 날아오른다

다급히 고요에서 빠져나오는 새들

이리저리 날갯짓이 뒤엉킨다

구겨진 종이 뭉치가

허공에서 찢어지는 거 같다

몸이 이불이며 집일 테니

이고 지고 할 것도 없는,

그저 떠나면 그뿐인 삶의 편린(片鱗)들

새들은 뒤끝 없이

금세 어둠 속으로 떠나간다

나는 새들이 남긴 적막이나 받아쓰고

- ‘새들이 남긴 적막이나 받아쓰고’ 전문

현생과 전생을 오고가는 듯한 시간의 오묘함을 본 떠, 현재 눈앞에 머물러 있는 삶을 고스란히 고백하는 시인의 담담함과 그 말들이 일구는 풍경은 마치 “새들이 남긴 적막이나 받아”쓴 흔적처럼 고요의 시간을 뒤흔든다.

사윤수 시집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 표지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서부터 미추왕릉과 육단서랍장으로 경유해가는 시인의 노선도를 따라가면 시가 삶에게서 궁금해 했던 ‘주소’지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그 주소지엔 “고요가 가슴이라면 미어터지는 중”의 절절한 시간이 흐르고 있고,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갔”던 것들의 뒷모습이 뒤척이고 있다. “허공의 비포장길을 흔들리는 슬픔 혼자 가고 있”는 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보았던 시인의 남겨진 그 장소를 우리는 이 시집으로 하여금 잠시 들를 수 있게 된다.

송재학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협소 지점에서 여백과 고요는 격렬함과 대치하고 광의의 지점으로 나오면 격렬함을 삼킨 여백과 고요가 있다”고 말한다. 격렬함을 삼킨 여백과 고요가 구성하는 이 날카롭고 첨예한 세계는 언뜻 앙상해보이다가도, 다시 무성해지는 시간을 보여준다. 삶을 견뎌내기 위해 우리가 우리의 생활에서 골라온 작고 연약한 것들이 겹겹으로 쌓여 있는, 그 시간을 사윤수 시인은 홀로 걸어가고 있다.

“시간의 뜨개실로 짠 옷을 입고 있는/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하나의 작은 저녁이다/이겨도 져야 하는 노을처럼/어두워지면 저녁이라는 접두사가 붙지 않는 것이 없다”(- ‘저녁이라는 옷 한 벌’ 중에서)

그렇게 사윤수 시인은 한 올씩 그것들을 풀어내면서 삶이 남몰래 겪었던 시간을, 그리고 계속될 시간을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이라고 호명한다.

사윤수 시인은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영남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파온’이 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201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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