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화제] 정우영 시인 시평에세이집 ‘시에 기대다’

[출판화제] 정우영 시인 시평에세이집 ‘시에 기대다’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10.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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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삶의 노래…시로 더욱 ‘활활’해지는 세상 꿈꿔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지난해 8년 만에 네 번째 시집 ‘활에 기대다’를 펴낸 중견시인 정우영이 1년 남짓 되는 시점에서 시평에세이집 ‘시에 기대다’(문학들)를 선보였다. 등단 30년을 맞은 그가 무지개를 “일곱의 활”로 비유한 표제작 ‘활에 기대다’는 “물”, 곧 생명을 희구하는 시다. “활이 생성한 물은 다시 활(活)이 될 것이다.”

시집처럼 책의 제목과 같은 표제작은 없지만, 그가 시에 기댄다는 것은 삶에 기댄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희로애락하고 천변만화하는 인간의 삶을 노래하며 기록하는 것이 시요, 그러한 시로 인해 세상이 더욱 활활(活活)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시에 기대어(정우영,문학들刊)
시에 기대어(정우영,문학들刊)

이 책에서 마주한 그의 화두가 절절하고 예리하다. “젊은 시인들이 내게는 여기도 벗어나고 저기도 비켜나, 마치 우주 어디쯤에 시를 놓아 버리고자 하는 것처럼 비친다. 시인들은 이제 시공간을 해체하고 싶은 것일까. 이들의 시에서는 역사도 삶도, 심지어는 인간마저 무시된다.”(‘반갑고도 귀해라, 이처럼 지순한 서정은’ 중에서)

‘시는 삶이야’라고 믿는 그에게 요즘 젊은 시인들은 ‘시는 무중력이야’라고 질타한다. 그럼에도 그는 시집들을 열심히 읽고 시를 통해 아픔을 이기고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그런 체험의 고백록이다. “시집이 제 가방이나 손에서 떠난 적 거의 없었으니 시와 사귀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시를 통해 아픔을 가라앉혔으며 다른 세상들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 이 시인들과 함께 이 책을 썼습니다.”(‘책을 펴내며’ 중에서)

그는 여러 시인들 중 박승민, 송태웅, 장철문, 박형권, 김명기, 손병걸, 김남극, 안주철, 이설야 시인들에게 주목한다. 독자적 성취를 이루었으나 세간의 관심에서는 다소간 비켜난 시대의 증언자들을 이 책에 불러 모았다고 밝혔다.

이 책 제1부 ‘다감한 것들의 기척’은 삶의 연륜이 깊어진 시인들의 다감한 울림과 감동을 해설과 발문, 서평으로 풀어냈다. 제2부 ‘시의 첫 마음’에는 당대의 삶을 촘촘히 새긴 시집들에 대한 촌평을 모았다. 제3부 ‘좌절과 성찰의 시’는 김남주, 신동엽, 윤동주, 이육사, 홍사용, 백무산의 시를 다루면서 이들 시인이 피워 올린 좌절과 승화 그리고 아름다운 성찰을 응시하고 있다. 제4부 ‘무중력과 중력 사이’는 최근 시의 한 흐름을, ‘융합적 리얼리즘’이란 이름으로 살펴본 글들이다.

스스로는 “서투른 논지”라고 겸양하지만, 최근 시인들의 고투에 다가가려는 지은이의 새로운 시각에 귀기울여볼 만하다.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발 딛고 선 현실을 껴안고 있는 최근 시의 면모에서 우리 시의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려는 지은이의 고심이 역력하다.

정우영 시인은 1960년에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1989년 ‘민중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오늘날까지 근간 ‘활에 기대다’를 비롯하여 4권의 시집과 시평에세이 2권을 펴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신동엽학회장과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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