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봉 목사 시집과 산문집 출간

이기봉 목사 시집과 산문집 출간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10.15 12:10
  • 수정 2019.10.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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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아포리즘 진수 음미…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전주 들꽃교회 이기봉 목사가 당그래 출판사에서 시집 ‘아버지의 창’과 수필집 ‘두 개의 바다’를 출간했다.

시집 ‘아버지의 창’의 작품을 찬찬히 읽으면서 느낀 생각은 이기봉시인은 천상 시인이라는 점이다. 아주 낮은 자세로 사물을 바라보고 그 사물을 통해 아포리즘의 지혜를 길어 올렸다. 아주 쉬운 언어로 목자의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했다.

이기봉 시인의 새 시집과 산문집(당그래 출판사刊)
이기봉 시인의 새 시집과 산문집(당그래 출판사刊)

시집 첫 장을 열며 마주한 ‘물잠자리 떠난 교회’라는 제목의 시는 그가 어떤 사상과 철학을 가지고 목자의 길을 걷고 있는지, 그의 시적 감수성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참 표현기법이 절묘하다.

“비가 심하게 푸덕이던 날/예배당으로 날아든 물잠자리/빈 십자가 끝에 앉아서 숨을 고르다/날기 위해 날개를 흔든 게 아니었단다//씻어내는 거란다/설교하는 거란다/예수 없는 교회를 매질하는 거란다//비가 개자 물잠지리 예배당을 떠나버린다”(‘물잠자리 떠난 교회’ 전문)

잠자리를 통해 시인의 멋진 화두를 던졌다. “날기 위해 날개를 흔든 게 아니었단다//씻어내는 거란다/설교하는 거란다/예수 없는 교회를 매질하는 거란다” 일반론의 관념을 반전시키는 시인의 색다른 인식론이 압권이다.

잠자리의 경건한 씻김굿을 보는 것 같다. 사는 것은 흔드는 것이고, 흔드는 것은 씻기 위함이다. 삶은 버리는 것이고 비우는 것이다. 서구적 사상의 목사의 길을 걷는 시인의 정서는 철저히 동양적 정서를 표출한다. 우주 삼라만상의 둥근 원리를 적용했다. 모든 것은 그물처럼 엮인 인연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법. 잠자리는 우주의 원리에 따라 생각하는 지혜로운 날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시인의 고백이다. 그렇게 종교인이든 일반인이든, 모든 인간들에게 시인의 메시지를 던진다.

‘생일도 관사’ 역시 목자로서 시인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의 이면을 읽어낼 수 있게 한 작품이다. “아내는 관사에 앉아 밥을 먹다가/국이 싱거우면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바닷물을 떠서 간을 맞추고/애들은 무좀 걸린 발이 가려우면/학교 담벼락 구멍 사이로 발을 뻗어 자박거린다”(‘생일도 관사’ 전문)

짧은 시이지만 가족의 삶과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닷물에 간을 맞추고 간지러운 발을 담벼락에 자박거리는 자연합일 정신의 실천 대목은 독자에게 친자연주의 삶을 미소 지으며 음미하게 한다.

“엄마가 유난히 생각나는 날/불효의 기억이 꼿꼿해지는 날/그러다 하염없이 목이 메는 날”(‘생일’ 전문)

단 세 줄짜리 작품인데 긴 가족사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문장마다 뒤안길의 흔적들이 거친 숨소리로 일어선다. 생일은 축하받는 자리라는 일반적인 스토리였다면 유통언어로 시의 가치가 하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낳아주신 엄마를 통해 살아온 날의 삶을 불효로 함축하고 엄마의 주름살만큼 늘어난 후회의 날들이 많아 목이 멘다. 시인의 발상이 참 따뜻하고 담백하다. 우리 모두의 엄마 얼굴을 떠올려주게 해준다. 그래서 이 시 앞에서는 조용히 묵상하게 한다. 참 좋은 작품이다.

발상의 전환 기술이 능수능란한 시인의 매력적인 작품들은 ‘이방인’, ‘현상’ 등에서도 반추할 수 있다. 인간의 본질과 자연의 본질을 잘 추려내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유자재로 펼쳐내는 모습이 천상 시인일 수밖에 없음을 재확인시켜 준다. 이번 시집은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날, 꼭 한번 읽어볼만한 지혜의 샘물 같은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의 산문집 ‘두개의 바다’는 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감칠맛 나는 문장력이 돋보인다. 동화작가이기도 한 김영 시인은 “결국은 ‘사랑하라’는 잔잔한 울림을 주는 수필집‘이라면서 저자인 이기봉 시인을 일러 “일출과 일몰의 색에 다양한 비유를 곁들일 줄 아는 시인이자 이야기꾼”이라고 평했다.

이기봉 시인과 목포민예총 문학 분과에서 함께 활동해온 유종화 시인은 “남들과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 속에 담긴 사랑…예수가 바로 사랑이고 사랑이 바로 예수”임을 알 수 이게 한 산문집이라면서 “표현은 성경을 닮았고 내용은 그의 눈을 닮아서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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