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신에게 대항한 욥의 변론 2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신에게 대항한 욥의 변론 2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10.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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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의 책 <죽음의 한 연구(하)> 74쪽에는 “악에 오염당한 것은 신 쪽이었으며, 욥은 아니었던 것”이라고 쓰여 있다. 나아가 박상륭은 주인공의 입을 빌어 “사탄에 들린 자는 욥이 아니라 여호와였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욥의 변론을 통해, 그리하여 학대당하기 시작하는 것은 신이며, 이 학대는 종내 신까지도 죽음에 이르는 병독”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칼 융(Carl Jung)은 그의 저서 곳곳에 구약 성서의 욥과 관련된 글을 썼다. 융은 그의 글에 “모순에 가득한 야훼의 상”을 묘사했는데, “질투심이 많은 도덕의 감시자”인 야훼는 예민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인간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강요했다”고 썼다.

융의 저서 <인간의 상과 신의 상(솔 출판사)> 304쪽에 수록되어 있는 <욥에의 응답(Antwort auf Hiob)>에 그려진 야훼의 상을 들여다보자.

“감정적으로 과격하고, 바로 이 과격함에 고통을 받는 신의 상이었다. 야훼는 분노와 질투가 자신을 삼켰고, 자신이 그것을 알기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시인했다”

욥기에 묘사된 야훼는 사탄이 욥을 향해 벌이는 “약탈과 살해, 고의적인 신체 훼손, 권리 보호의 거부”를 거듭할 때 그를 외면했다. 부성의 이마고로서의 야훼는 욥에 대하여 양면성과 양가감정을 갖고 있어 숙고나 “후회도 동정심도 없이 잔혹함과 무자비함”만을 드러내고 있다.

융의 주장에 따르면, “야훼는 자기 아들 중 한 사람, 즉 의심스러운 생각의 영향을 받아 욥의 신의를 의심”하게 되었는데, 욥에 대해 “자신의 뜻을 어둡게 하고 통찰”이 없었다고 한다. 융은 욥과 야훼의 관계에서 잘못한 쪽은 의심할 나위 없이 야훼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융은 이 같은 상태가 “자신을 성찰하는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이거나 성찰이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지거나 수반되어 나타나는 경우”로 인식했고, 이러한 태도는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은 야훼가 분열된 것이 아니라 “이율배반(Antinomie)이며, 완전한 내면의 대극성이며, 그 엄청난 역동성, 그의 전지전능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전제조건”으로 이해했다.

결국, 욥은 환난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신의 내면에 있는 모순을 인식했고, 그럼으로써 그는 영원한 절대지를 인식하고 신적인 누미노제(Numinose)를 획득하기에 이른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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