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상 기자의 톡톡톡] 김비오 사태...피해자만 있구 가해자는 없나?

[김백상 기자의 톡톡톡] 김비오 사태...피해자만 있구 가해자는 없나?

  • 기자명 (김해) 김백상 기자
  • 입력 2019.10.05 11:43
  • 수정 2019.10.0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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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김백상 기자] 지난주 대구경북 오픈에서 우승한 김비오가 시즌 마감을 한두경기 앞두고 KPGA 코리안투어에서 퇴출됐다. 3년 동안 코리안투어 자격을 정지시킴과 동시에 각종 투어 순위에서도 모두 제외된 상태다.

김비오는 지난 9월 29일 대구경북 오픈에 최종 4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우승 경쟁을 펼치던 16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을 하던 순간 갤러리의 방해를 받아 티샷한 볼을 약 80미터 정도 보냈다.

흔히 말하는 골프 초보자들의 티샷 실수를 보인것이다. 이 정도 샷이면 친선라운드의 경우 보통 동반자들이 티샷한 골퍼의 마음을 헤아려 캐디에 부탁해 멀리건(한번 더 기회를 얻어서 치는 샷)을 치기도 한다. 하물며 프로 대회에서 억대 상금을 두고 강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실수가 아닌 갤러리의 방해로 그런 실수가 일어났다.

이는 과연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의 실수인가?

김비오는 올시즌 투어에서 드라이버 비거리 부문 1위(308야드)를 달리고 있던 대표 장타자다. 제네시스 포인트에서도 1위에 올라 남은 대회에서 큰 실수가 없이 상위권을 유지했다면 내년 유러피언투어 시드 확보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충분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비오가 보인 행동은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행동이다. 그 누구에게도 공감을 얻기엔 도가 넘친 행동임에 틀림없다. 선을 넘었다.

결과적으로 김비오는 3년간 KPGA 코리안투어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김비오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된셈.

그런데 이런 상황을 만든 진짜 가해자는 누구인가? 갤러리의 잘못된(?) 혹은 용인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기준은 누가 정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기준은 모두 다르다. 선수의 예민함을 질책할 수도 있고, 갤러리 관중 태도에 대한 관대함의 크기가 큰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선수들마다 경기장에서 발생되는 소음에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가야하는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그 또한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다.

특히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뜩이나 예민한 스포츠인 골프경기에서 한두타로 우승이 왔다갔다 하는 압박감 속에서 플레이 하는 선수들의 입장도 한 번 생각해 보자.

골프장에 경기를 보러 오는 사람들을 '갤러리'라고 부르는 이유도 한 번 생각해보자. 갤러리는 보통 미술관에 오는 관람객을 칭한다. 그만큼 정숙한 관중 태도가 요구 된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미국 메이저 대회 중 선수들이 가장 서고 싶어하는 마스터즈는 어떠한가? 마스터즈 골프를 즐기로 오는 사람들에겐 '패트론'이라 불린다. 패트론은 갤러리보다 더한 표현이다. 후원자란 뜻이다. 그만큼 마스터즈 관중들은 자신이 주인이란 마음으로 경기를 임한다. 그러니 선수가 불편해 할 행동은 결코 하지 않는다. 

국내에도 하루빨리 성숙한 골프 관전 문화가 요구된다. 그래야 국내 골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또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레 투어가 성숙해지고, 커지면서 외국의 유명 선수들도 더 많이 국내 대회 출전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날 보인 김비오의 행동은 프로로서 절대 있어서는 안될 행동임에 틀림없다. 다만 16번 홀까지 오는 상황에서 김비오가 겪은 압박감과 스트레스 또한 엄청났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게다가 함께 플레이를 펼친 박준혁 선수는 구미 출신이다. 지역 선수가 좋은 성적으로 최종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치니 동향 팬들은 더욱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함께한 선수들이 받은 다양한 경기외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큰 반향을 일으킨 사태 이후 바로 이어져 국내 남자골프의 '맏형' 최경주가 호스트로 참가하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3일부터 나흘간 경남 김해 정산CC에서 열렸다.

최경주 역시 지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비오의 영상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면서 "자신도 모르게 '어휴'하면서 한숨이 나오더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절대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팬이 없는 선수는 없다"며 "김비오사태 이후 처음 열리는 대회인 만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코리안투어측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선 김비오만 피해를 본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미국 PGA 투어 케빈나(한국명 나상욱)도 너무 과한 징계가 아니냐는 의견을 SNS통해 밝혔다.

실제 이번 사태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정작 실수(?)를 보인 갤러리는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고, 손가락 실수(?)를 보인 김비오만 징계를 받았다.

코리안투어 고참급 선수도 이번 사태에 대해 "(김)비오가 보인 행동은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심각한 행동 이었다"고 전제한뒤 "다만 우승권에 있는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감에 대해서도 이해해 달라"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이번 징계에 대해서도 너무 과한 감이 없지않나"하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비오는 경기가 끝나고 1일 협회차원에서 열린 징계에서 자신의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무릎까지 꿇으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직업 골퍼로서의 길이 3년간 막혔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선수들은 더 높은 정신 무장과 프로페셔널한 행동을 몸에 익히고, 갤러리들도 골프장 관중 문화를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자.

김해(경남) = 김백상 기자  104o@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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