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56> 고대도

[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56> 고대도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10.02 09:26
  • 수정 2019.10.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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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의 피로를 치유하는 풍경화의 섬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딸린 고대도는 삽시도 북쪽으로 4.5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삽시도는 보령시 서쪽으로 13.2㎞ 떨어져 있다.

고대도 아침바다
고대도 아침바다

고대도는 면적이 0.9㎢이고 100여 가구에 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풍부한 어족자원 때문에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옛날에 외연도 밖으로 홍어잡이를 주로 하던 섬이다.

고대도는 일찍이 사람이 정착해 마을이 형성된 섬으로 옛 집터가 많아 고대도(古代島)라 부른다. 섬은 작지만 역사와 풍경을 겸비한 아름다운 어촌이다. 일직이 자가 발전소는 물론 전화, 상수도 시설과 현대식 주택을 갖추고 문화생활을 누려온 넉넉한 섬마을이다.

선착장 여객선과 호이스트 크레인
선착장 여객선과 호이스트 크레인

방송 촬영차 이 섬을 찾았는데 선착장에 호이스트 크레인이 넉넉하게 설치된 데 놀랐다. 문화해설사 박석구 씨는 “그만큼 고대도 사람들이 부유하게 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창 때는 포구가 매일 만선으로 북적거렸고 그 때마다 이 크레인을 통해 어류와 해산물을 퍼 날랐다. 물론 바다에 나가지 않은 날에도 크레인은 어선의 그물을 내렸고, 어민들에게는 모자란 일손을 덜어주는 더 없이 고마운 기구였다.

골목벽화
골목벽화

고대도는 최근, 1832년에 칼 귀츨라프가 우리나라 최초로 이 섬에서 선교활동을 펼다는 기록이 발굴돼 어촌계와 칼 귀츨라프 선교기념회가 선교 테마 섬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대도 교회 박원열 목사는 “귀츨라프는 암허스트호를 타고 조선을 찾았는데 1866년 토마스 목사 순교보다 34년 앞섰고 1885년 인천에 상륙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보다 53년 앞섰다”고 말했다. 귀츨라프는 섬에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서양감자를 심고 머루즙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2019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으로 고대도를 선정했다. 장고를 닮은 이웃 섬 장고도와 함께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도 지정했다. 고대도는 청정지역이고 홀로 사색하고나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기에 좋은 섬이다.

금사홍송으로 둘러싸인 당산 해수욕장
금사홍송으로 둘러싸인 당산 해수욕장

마을에서 가까운 당산 너머에는 기암괴석과 금사홍송으로 둘러싸인 당산 해수욕장과 섬의 남쪽 끝머리에 있는 자갈해수욕장이 가족단위 피서지로 좋다.

자갈해수욕장 끝머리에 우뚝 솟아 있는 선바위는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부들이 하루의 무사함을 빌며 한 번씩 머리를 숙이고 지나간다는 장승같은 바위로 ‘돛단여’라고도 부른다.

당산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섬
당산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섬
몽돌해수욕장
몽돌해수욕장

해변은 소나무 등 숲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Cide)가 합성된 피톤치드가 왕성하고 숲속의 향기인 테르펜이 그윽한 섬이다. 그만큼 심리적 안정감과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만약에 천식과 심장이 약한 사람이면 이런 섬으로 떠나는 여행을 권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섬으로 떠나는 일은 건강과 힐링,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다. 삼림욕은 초여름부터 초가을 무렵에 일사량이 많고 온도와 습도가 높은 시간대가 효과적이다. 낮에는 숲과 해안 산책에 나서고 밤에는 민박집에서 먹거리와 함께 오순도순 추억을 일구는 섬 여행, 고대도가 그런 환경에 제격이다.

낚시는 우럭, 노래미 밭이라고 부를 정도로 입질이 많다. 또 고대도 앞 바다는 주꾸미가 많이 잡힌다. 주꾸미는 따뜻한 수온 때문에 3월 변산반도에서 시작돼 고대도 원산도, 안면도 일대에서 여름산란기를 맞는다.

주꾸미는 타우린 성분이 많아서 피부미용, 피로회복에 좋다. 애주가들에게는 숙취해소 효과 가 있으니 섬에서 주꾸미 맛은 언더풀이다. 잡는 방법은 주낙과 전복이나 소라껍데기를 달아서 바다 밑에 넣어서 잡는 낭장망 어구를 주로 사용한다.

주꾸미 다리는 몇 개일까? 주꾸미는 팔완목(八腕目) 문어과에 해당하는데 문어는 다리가 8개임으로 주꾸미 역시 8개이다. 문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다리가 8개라고 말하지만 앞에 달린 6개가 먹이를 잡는 팔에 해당하고 가장 뒤에 달린 긴 다리가 2개를 활용해 이동한다.

밀물이 백사장을 지우는 자리에 물새들
밀물이 백사장을 지우는 자리에 물새들
선바위
선바위

이러한 자료는 2009년 영국 ‘텔레그래프’지가 유럽 전역에 있는 20개의 해양센터 과학자들 2,000여건을 관찰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도한 자료에 따른 것인데, 특히 오징어는 두족류 십완목(十腕目) 연체동물로 다리가 10개이다. 이 가운데 3, 4다리는 다른 다리보다 길고 끝 쪽이 약간 넓어져 있어 거기에 흡반이 있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가 먹이를 잡을 때에 쭉 뻗어 나오는 비밀병기 역할을 한다.

고대도 해변에는 소라와 홍합이 많이 이를 따는 재미도 쏠쏠하고 이를 채취해 삶거나 구워먹는 것도 좋다. 국물은 숙취해소에 그만이다. 이처럼 조용히 보내기에 좋은 호젓하고 오붓한 섬, 그러면서 소소한 해양체험 섬으로 제격인 곳이 고대도이다.

바닷가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고요했다. 그 길목에 보령시 청룡초등학교 고대분교가 있다. 그림 책 속의 풍경처럼 아름다고 정겹다. 소박하고 향토적인 학교 풍경과 아이들 모습이 고대도의 인심과 품성을 그대로 스케치해주고 있는 듯 했다.

마을로 들어서니 낡은 집 풍경들 그대로 포근한 느낌이다. 내 어릴 적 섬 풍경이 추억의 갈피를 넘기면서 되살아났다. 마침 섬에 도착한 날에 대학생들이 골목길에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주민들은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했다. 저마다 “우리 동네에도 작품이 있어 좋다.”, “ 섬이 환해지는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옛 모습을 그대로 보전하면서도 정돈되고 깔끔한 섬마을 길을 빠져나오자 선착장이다. 바닷가에서는 생선을 말리는 모습과 다 말린 생선을 거두는 섬사람 표정이 참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고대도로 가는 배편은 대천항에서 오전 7시 40분과 오후 1시, 오후 4시 1일 3회 운항하는데 고대도는 조석 간만의 차이로 인해 물때에 따라 선착장 접근 가능여부가 결정돼 운항시간이 수시로 조정됨으로 반드시 문의 후 여행 일정을 마련해야 한다.

조석 간만의 차는 조수 간만의 차이와 같은 뜻인데 달, 지구, 태양 사이의 인력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현상, 즉 해면이 1일 2회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서해안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인천 앞바다는 조석의 영향으로 최대 7m 정도의 수심 차이가 발생한다. 해안으로 이어진 한강은 보통 1~1.7m 정도의 수심 차이가 발생한다.

해안 산책길
해안 산책길

추석 연휴 기간에 갯벌이나 해안가를 찾을 경우 특히 해수 범람을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가 보름달의 영향으로 조수 간만의 차가 평소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갯벌체험이나 낚시를 할 경우 밀물 때 평소보다 빠르고 높게 물이 차오르는 시기에는 자기도 모르게 갯벌에 고립될 우려가 있음으로 섬 여행 때는 반드시 물때를 알아보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물때는 기상청, 해운회사 홈페이지, 민박집 주인에게 문의하면 바로 알 수 있다. 문의: 보령시 오천면사무소(041-930-0803)

글, 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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