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뿌리산업의 주역 ‘외국인 근로자’ 人權은?

<김성의 관풍(觀風)> 뿌리산업의 주역 ‘외국인 근로자’ 人權은?

  • 기자명 김성
  • 입력 2019.09.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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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지난 일이지만 지난 3월 21일 전국 곳곳에서 이주 외국인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한국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개선하고 동등한 처우를 해 달라는 집회가 열렸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장 많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사업장을 자유롭게 옮길 수 없다는 것과 숙식비를 급여에서 강제로 징수하는 일, 그리고 최저 임금마저도 깎는 악덕 사업주가 많고 여성 노동자에 대한 폭력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건설현장에서의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불법 체류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상반된 집회에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일본이 최근 노동력 부족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30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일본과 지독한 갈등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얼마 뒤면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하는 두 나라의 국민적 성향이 대조될 것이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지난날의 기억이 있다.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백인 이주민과 푸에르토리코 이주민의 젊은 2세들이 미국 대도시의 뒷골목에서 펼치는 갈등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이주민간에 갈등을 벌이는가 하면,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는 젊은 남녀사이에 싹트는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땅에서도 그런 모습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 청년들이 취업하기를 꺼리는 산업체에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전국의 공단 주변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마을까지 생겨났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일본인과 중국인 거주지역만 있었는데 이제는 여러 민족, 여러 언어권 체류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떠할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소득, 빈민, 갈등, 무질서 등의 이미지들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건설현장에서의 문제도 심각하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건설현장에 필요한 총 노동력은 130만명. 그런데 등록 외국인 근로자는 5만명에 불과하고,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가 21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이 낮은 임금을 받고 일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우리 근로자들이 고용에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이다.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조사에 의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해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은 200만명이 넘어 전체 국민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등록 외국인 근로자가 100만명을 넘기고 있고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도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은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을 피해 열악한 공장이나 농·어촌 등 환경은 마다않고 죽기를 각오하고 저임금으로 취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이 지난 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10년간 단속을 피하려다가 숨진 미등록 외국인이 9명, 부상당한 숫자도 74명에 이르렀다. 지나치게 엄격히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단속하는 바람에 미얀마 노동자는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고, 승합차를 타고 가던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은 교통사고가 나서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체류라는 것이 들통날까봐 치료도 받지 않고 도망가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들에겐 ‘인권’이란 배부른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하기까지에는 외국에 나가 임금을 아껴 송금해 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힘이 컸다. 1963년부터 서독에 파견됐던 광부 8,395명, 간호사 10,371명은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임금을 국내로 송금해 가난한 대한민국을 살렸다. 1965년부터 시작된 해외건설사업도 20~30년 동안 많을 때는 한해 파견인력이 17만명에 이르러 달러 획득과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국내에서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2016년 통계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총수입은 22조원이었고, 임금의 77%를 자기 나라로 송금하여 그 액수가 10조원에 이르렀다.    
1970년대 들어 석유파동이 일자 독일정부는 우리 파견 간호사들에게 체류권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자 우리 간호사들은 시위를 벌이고, 독일인들로부터 지지서명을 받아내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해 독일정부가 외국인법 시행령을 개정하도록 이끌고 시민권도 얻어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가장 많은 일곱 가지 요구조건은 ①사업장 이동의 자유 ②고용허가제 폐지 ③노동허가제 허용 ④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폐지 ⑤이주 노동자 폭력단속 근절 ⑥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 체류자) 추방 및 난민법 폐지 ⑦여성노동자 차별 및 폭력중단 등 그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지금까지 외국인에 대해서는 문을 꽁꽁 닫아왔던 일본이 이제 문을 열게 된다. 물론 상황은 다르다. 일본은 노동력이 부족하여 단순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우리는 여전히 취업하지 못한 인구가 적지 않는 상태이다. 그러나 어떠한 환경이라도, 어느 민족이라도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다. 더 나아가서는 두 나라의 ‘인권’이 비교되는 시대를 맞게 될 예정이니 개선에 더욱 분발이 필요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를 찾아와 우리의 뿌리산업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구성원이다. 한국이 이미 30~40년 전 외국땅에서 겪었던 경험을 그들이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외국에서의 노동이 얼마나 고달프고 피눈물 나는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러고서도 그들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기본권과 공동체의식이 균형을 이루는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

김성(광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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